‘자기는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물어본다면 대개 뭐라고 대답하세요? 대놓고 사랑의 가격을 물어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우리는 종종 어떤 대상의 가치를 가늠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것의 절대가치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교할 무엇이 있을 때, 나름의 판단을 해서 가치를 결정하고는 하죠. 즉, 상대적인 가치를 매기는 데에 더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가격은 없다>는 가격이 이런 맥락에서 절대가치라는 것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밝혀진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쉽게 넘어가기 쉬운 가격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에요.

 

 

 

 

 

 

흥미롭게도, 이 책을 쓴 사람은 마케팅이나 경제 전문가 혹은 심리학자가 아닙니다. 저자는 윌리엄 파운드스톤으로 맨 뒤 책 날개에 적힌 그의 이력에는 MIT의 물리학전공의 논픽션 작가로 과학적 테마를 글감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얽어내는 솜씨를 가졌다고 나옵니다. 물론 이전 저서로 <머니 사이언스>, <죄수의 딜레마> 등등을 보건데, 작가 스스로도 심리학이나 게임이론 등 심리학과 경제를 아우르는 소재에 관심이 많았기는 하네요.

 

물리학자가 과학적 시각을 가지고 사회와 경제를 꿰뚫다!

 

 

 

 

과학적이라는 말이 예전처럼 객관적인 것을 뜻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확률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집요하게 잘 정리해 놓은 것이 과학입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과학이 사람들 간의 이익을 다루는 데 교묘하게 사용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식역하의식 조작'과 같은 것을 이용한 (의식하지 못할 만큼의 짧은 시간 동안 노출된 이미지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게끔하는) 비윤리적인 광고가 금지되는 등의 내용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이런 극단적인 예 외에도 경계가 모호한 과학적 장치를 숨긴 마케팅 전략들이 요즘과 같이 수많은 물건들 속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또 누구나 속아 넘어가는 가격에 대한 것이 이 책의 이야기입니다.

 

책에는 참고할만한 다양한 개념들이 등장합니다. 책이 전개하는 순서대로 그 키워드들을 꺼내어 보자면,

 

휴리스티, 바이어스, 최후통첩게임, 72온즈 공짜 스테이크, 프라다팔아먹기, 식당메뉴의 심리학, 선물을 한상자에 담지마라, 99센트 상점, 음주와 협상, 현실제약, 앵커링, 정직상자

 

정도 될 것입니다. 그 중에서 책의 핵심이라고 한다면 저는 앵커링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해당 물건의 가치를 설정하여 준거를 제시해놓으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무의식적으로라도 참고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물며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같은 물건을 두고 제시한 가격이 다를 경우에도 그와 상응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한 이야기가 나오죠. 개별 상품간의 비교에서 어떤 요소들을 비교해야 하는 지에 대해 그 경중은 이야기 하기가 쉬울지언정 각 물건의 절대 가치를 두고 확신을 가질 수 없는걸까요?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리타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기도 한 것인데요. 어떤 경험을 두고 그것이 노동이 될지 놀이가 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모호하다는 것이죠. 그 예가 바로 톰소여의 울타리 페인트칠인데 말이죠. 그 하기 싫은 일을 즐거운일로 포장하고 급기야 돈을 받고 친구들에게 일을 시키기까지 하는 영악함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과연 그런일이 그 소설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요. 우리나라에도 톰소여처럼 대동강물까지 팔아 넘기는 재주꾼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가치라는 것은 시시때때로 다른 요소들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책 속에 나왔던 ‘검은 색은 밝은 둘레를 가진 흰색이다.’라는 말이 참으로 와닿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시장의 특성에 따라 트렌드를 생각하고 경쟁사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하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스타상품을 만드는 것은 수익을 거뒤야 유지될 수 있는 기업의 중요한 부분이죠. 물건들을 묶어서 어느 것의 가치가 얼마만큼인지 가늠하지 못하게 만들고, 고지서를 복잡하고 구체화시키고 최적화 시키므로서 스스로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부추기며,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기준삼아 원래 팔고자 하는 상품이 저렴하게 느껴지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9라는 숫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건 또 어떤가요?

 

책은 마케터에게 가격을 결정하는 꼼수를 귀뜸하는 목적이 전부는 아닐겁니다. 뒷 부분에 저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앵커링 해독제, 정직상자,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가격은 가격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보였을지도 모르는 태도와 비교해보았을 때, 우리를 더 절약적으로 만들고, 좀 더 욕심을 부리게 만들며, 물질적으로 만든다.”

 

저는 앞으로 가격을 정하거나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비록 이같은 이유로 ‘더 큰 바퀴벌레 모양의 초콜릿을 선택하여도 우리 마음 속에는 작은 크기의 초콜릿이 더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고 있다’는 그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격이라는 것이 행동심리학 연구에서처럼 여러 맥락에 좌위되기도 하고 우리가 때로는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는 엉터리 사람들이지만 이러한 가격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경제활동과는 또 다른 모습들을 투영하기조차 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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