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 매거진에서 문화공간까지

딴짓이라는 매거진을 알게 된지 2년이 조금 안되었습니다. 딴짓은 말그래도 자기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한눈팔기를 시도한 내용을 중심으로 꾸린 잡지입니다. 각자 1호, 2호, 3호로 부르면서 각자의 감성과 재능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독립출판잡지는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나봅니다.

비로소도 이 매거진을 들여다보면서 그 내용이나 이들 매거진 자체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했었고(https://www.biroso.kr/765) 이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글을 눈여겨 보며 지금까지 느슨한 친구관계로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은 제 존재를 모르겠지만요.

곧 다음주로 다가온 한겨레문화교육센터의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강좌(https://www.biroso.kr/800)오픈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뒤늦게나마 이렇게 작은 가게들이 문화공간으로 기능하는 멋진 공간들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은거라고는 하지만, 그 다음을 생각하면 이보다 빠른 시간은 아마 없을거에요.

딴짓은 그동안 매거진의 내용을 꾸리는 것에서 나아가 매거진을 만드는 자신들의 경험을 녹여낸 독립출판 워크샵, 잡지의 꼴을 만들어 내는 툴인 인디자인 실무특강 등으로 '딴짓'의 결과뿐만 아닌 과정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제는 그 과정을 공유하는 공간을 따로 벌려 이들의 아이덴티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들이기 시작했네요.

(주소: https://ddanzit.co.kr/#doz_menu_place)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발행한 딴짓 매거진의 과월호를 구매할 수 있으며 구독 신청도 가능합니다. 공간에서는 독립출판과 관련한 워크샵뿐만 아니라 바텐더나 플로리스트의 취향감성 충만한 데일리 강좌도 열리기도 합니다. 압권은 북스테이공간을 마련해서 하루밤 원없이 책도 읽고 이런저런 공간의 코너코너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해둔 것입니다. 친구들과 도심에서 하루밤 모여서 멋진 추억을 쌓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우리 아기를 데리고 누구랑 만나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 것인가...하는 구체적인 계획도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역시나 예약은 꽤 꽈곽 채워져있었습니다. 미리 일정을 체크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공간의 위치가 서울 한복판 종로, 그것도 한옥이라 접근성은 최고에다 정취까지 보장이 되는 것 같아요.

(사진 출처: 딴짓 매거진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danzitmagazine/)

 

2013년에 시작된 독립 매거진은 하나의 곁눈질에서 시작해서 많은 이들이 힐끔거리는 공간을 만들어 냈습니다. 얼마전 기념 파티도 열고 명절이나 틈틈이 공간을 내어주고는 하네요. 비로소도 이런 멋진 공간으로 많은 분들과 좋은 추억과 생각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불끈 생깁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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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딴짓1호 2019.02.19 21:27
    어머머 이런 글을..효진님!! 누구시더라.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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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콘텐츠의 세계, 자유롭거나 귀찮거나

가상현실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이미 몇천년 전 동굴 벽화에서도 읽을 수 있는 게 가상현실입니다. 다만, 요즘 가상현실은 다분히 '그럴만한 것'이라는 인간의 고도화된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가상의 것이 아닌, 직접 눈앞에 현상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가짜가 아닌 진짜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기술의 발달에 관심이 많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낱 기술때문에 인간의 고도의 상상력이 가려진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누구든 눈에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 비슷한 것을 보고 비슷한 생체반응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VR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것중에 하나라면, 앞서 말한 생체 감각을 속여 진짜라고 여기게 만드는 현전감(Presence)입니다. 이 현전감은 우리 자신을 새로운 환경안에 온전히 놓아두고 자유롭게 우리 앞의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가 둘러 보는대로 환경이 변하고 적절한 반응을 통해 체험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기존 미디어들의 특성과 비교할 때, 여러가지로 다른 양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가장 익숙한 VR콘텐츠 중에 VR영화는 360도 환경에서 향유자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감상하는 것이 중점입니다. 직접 상호작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단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향유자 스스로 시야의 범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으로 자유도가 한정되죠. 한편 VR게임의 경우(저는 VR게임이 VR콘텐츠의 특성을 가장 대표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가르는 것도 점점 의미가 없어질 테지만요.) 직접 쏘고 만지고 움직이며 이야기를 향유자가 스스로 완성시켜나간다는 점에서 자유도가 수직 상승합니다. 물론 컨트롤러나 시뮬레이터 등의 개발이 더 진전되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VR영화에 비해서 새로운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의 특성을 더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부분이 향유자들을 몰입시키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이와 같은 VR미디어의 특성과 콘텐츠의 특성 궁합이 잘맞아 떨어질수록 향유자들은 미디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입니다. 영화는 내가 기존에 가지지 못한, 혹은 가질 필요가 없는 정보나 가치를 대리경험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만드는 고도의 향유라고 본다면 직접 움직여 그 행위와 체험을 잘 해낼 가능성이 적습니다. 오히려 그런 행위나 생각을 잘하는 대상들의 움직임을 충실하게 읽어냄으로써 더욱 재미를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다소나마 수동적인 향유가 많은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경험을 통해 신체적 긴장감을 느껴야 하는 경우라든지 극한의 감성을 끌어내야 하는 장면이 많은 영화라면 적극적인 경험을 추가하여 VR영화만의 특성을 끌어올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니까 VR이라고 해서 꼭 자유로운 체험만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고요.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VR이 공간 속에서 직접 자유로운 두리번거림과 개인적인 체험이 가능한 미디어라면 판단도 누군가의 프레임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떠오릅니다. 

아래는 프레임으로 재단된 사실과 다른 정보전달을 꼬집은 유명한 그림입니다. 실제 공격하는 사람과 공격받는 사람이 전복되는 모습을 절묘한 프레이밍으로 사실인냥 전달할 수 있다는 경고성 이미지인데요. 만약 우리가 이런 프레임이 없이 직접 그 현장 속에서 목격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완벽하게 사실을 인식할만한 기본적인 상식과 가치관이 있어야하겠지만, 앞서 프레임에 갇혀 판단해야 했던 경우에 비해 더욱 사실에 근접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와 같은 장르가 VR콘텐츠로 전환되는 실험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깨어있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우리는 직접 움직이고 귀찮지만 스스로 자유롭게 움직여야 더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나봅니다. 


미디어는 기술의 발달만큼이나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미디어에 대한 익숙함을 필요로 합니다. 직접 보고 만지고 움직이고 하는 것은 귀찮은 일일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떠먹여주던, 그래서 편안한 소파에 파묻혀 팝콘만 먹으며 눈만 주시하면 되었을 브라운관은 이제 일어나서 직접 만지고 말하고 던지고 둘러보며 세상을 경험하라고 합니다. 내가 만들어 내는 세상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빠져들 가능성은 크겠지만 그것도 일단 소파에서 일어나야 하는 문제이므로, 자유로움이 승리할 지 귀찮음이 승리할 지는 아직은 모르겠네요. 


가끔씩 VR미디어 관련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저리 해볼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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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 독립서점 엠프티폴더스 emptyfolders

'좋아서 모아놓은 곳'이라는 꾸밈말이 마음에 듭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5분 정도 들어가면 초등학교 뒤편에 조용하게 자리잡은 독립서점에 다녀왔어요. 저와는 인연이 좀 있습니다. 바로 제가 지난 봄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했던 <작은가게 하나 열겠습니다> 강의에 참여했던 수강생분이 연 서점입니다. 눈 반짝이며 자신의 공간을 상상하고 이름과 로고와 컨셉과 상품을 꾸리고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공간이라 정말 궁금했습니다.

 

미세먼지는 좀 있다고는 해도, 날은 좋았습니다. 포털에 검색도 잘 되고 지도도 잘 되어 있고, 찾아가기도 수월합니다. 주변 주민들도 지나다 한번씩 기웃거리는 것이 조금 지나면 참새방앗간이 될것도 같습니다.

empty folders 라는 이름은 말 그래도 빈 폴더를 의미합니다. 물성을 가진 정말 폴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 컴퓨터의 폴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비워둔 폴더는 무언가를 채울 준비를 한 것이며, 하나의 폴더 안에는 대개 한가지의 주제를 담은 것들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좋아해서 잘 관리해야 하는 것들을 따로 모아둘 폴더라는 의미의 empty folders입니다. 좋은 것은 한가지만은 아니기에 복수겠지요.

 

책방 이름을 보고 이 로고를 본다면 어떤 모양인지 알아차릴테지만, 몰라도 상관없을 것 같은 깔끔한 로고입니다. 꽤 공들여 고른 가구들이 창 너머 보이는데 제가 앞에서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주인장은 1분 후 깜짝 놀라 저를 맞이했답니다.

 

명함에도 폴더 모양을 살려 후가공을 해주었는데, 정작 사장님 이름을 빼먹어서 책갈피로 요긴하다고 말하는 주인장. 이름은 없어도 필요한 정보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주소, 연락처만 있으면 되지요.

empty folders 서점

https://emptyfolders.modoo.at/ 

인스타그램 @emptyfolders

선물로 들고 간 화분은 공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날이 시원한 음료가 당기는 계절입니다. 오미자차와 드립아이스커피는 대화가 절로 나오게 하지요. 오미자차는 시골에서 시어머님이 직접 담가주신 거라고 하네요. 시원한 걸 마셨는데 마음은 따뜻해지는게 신기합니다.

 

 

 서점에 들렀으니 책은 한권 사가야겠죠. 원숭이띠 딸래미가 생각나서 원숭이 그려진 엽서 한장하고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를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

 

깎을수록 커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구멍이 답인데요. 구멍, 빈 것, 여백은 꼭 무언가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멍에 꼭 맞는 무언가로, 빈 곳을 채우는 무언가로, 여백에 들어앉는 무언가로 채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설렙니다. 어쩌면 시작이나 서툶과도 연관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아직은 무엇으로 채워질지 모르는 공간에서 하나둘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그러다가 익숙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일인가를. 이 작은 공간, empty folders가 오랜시간 좋은 사람들로 채워지는 공간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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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취향껏 살자, 비로소 소장 장효진


코엑스 C페스티벌의 C스토리에 브런치가 함께하면서 브런치 작가로 초청받았습니다. 불특정 다수 앞에서 강의가 아닌 강연은 좀 오랜만이어서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4일에 걸쳐 20명의 브런치 작가가 연사로 참여하는 자리에 첫날 연사로 오르게 되었는데요. 다행히 첫날 첫 연사는 아니라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비가 와서 야외무대에서 실내로 옮기게 되어 좀 헤매느라 고생을 했지만, 멀리서 흥미진진한 강연자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쯤 자연스럽게 길을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날 '취항껏 살자'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20분의 시간이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데, 저는 원래 시간이 남을 것이라 생각해서 운영진분께 좀 짧게 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관객분들 호응이 좋아서 저도 모르게 좀 흥분을 했는지 시간을 가득 채우고도 몇십 초 넘은 것 같아요. 


강연자 소개란을 미리 들어가서 보고는 다른 분들에 비해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소신껏 내가 생각하고 경험하고 또 작은 보람을 느낀 것들을 이야기 나누는 편안한 자리로 생각하기로 하니 한결 마음이 진정이 되더군요. 열려있는 이런 무대에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도 좋겠지만 우리 삶에서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와 닿을 수 있다고도 보았습니다. 





헐레벌떡 도착하니 제 앞 연사분의 강연이 진행중이었는데요. 제가 관심을 갖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첫날은 '연결하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운영했는데요. 강연하는 다섯명의 이야기도 신통하게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앞 연사분의 멋진 공간들을 잘 운영하는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작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멋진 공간들을 염탐하면서 느낀 것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취향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가게는 주인장의 취향과 역량과 이미지가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데, 그래서 주인장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오래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운영할 수 있을테니까요. 



신념을 가지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는 것에 비해 그 아우라가 다릅니다. 저는 정말 작은 무언가를 하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소중하고 진지하게 다루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그 속에서 만든 가치를 나누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저는 취향을 세 가지 관점에서 보았습니다. 첫째는 '방향', 둘째는 '동사', 마지막 세번 째는 '불변이 아닌', 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은 아니지만, 신체조건이 취향에 작용할 수는 있습니다. 이 취향이라는 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가르는 것입니다. 취향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가르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해서 놀거나 직업으로 삼거나 하는 선택의 기준을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하는 중요한 행동을 만들어내는 추진체가 됩니다. 충분히 덕질을 하고 난 다음에 만약 그 추진력을 잃게 된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다른 방향을 찾고 그리로 신나게 움직이면 될테니까요. 이런 취향의 집합은 나의 자존감을 만들면서 내 삶을 구성하고 다시 삶을 신선하게 만드는 주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강연은 그런 삶을 살아보는게 어떻겠는지,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취향이 무언지를 다양한 주제로 자신감있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처음과 끝이었습니다. 여기에 제 경험을 살짝 섞었지만요.  


아쉬움도 있었지만, 제 스스로에게도 좋은 경험이었기에 이렇게 기록을 남겨봅니다. 


문화공간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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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카라, 정돈되지 않았지만 정갈한 공간

공간에 들어섰을 때, 드라마 <도깨비>에서 처럼 문을 열면 새로운 곳으로 뚝,하고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길을 돌아 들어 산울림 소극장 1층에 있는데 간판이나 입구가 요란스럽지 않아 이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어려울만하다.

 

가운데에는 차와 음료, 음식을 준비하는 공간을 둘러싼 테이블에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있고 나머지 공간에 키 낮은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있다. 카페라고 하기에는 개별 공간이 부족해서 편안하게 장시간 앉아있기는 뭣하고, 그렇다고 음식점이라고 하기에는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마치 도서관 매점처럼 정숙한 수다가 어울린다.

 

유기농을 몸이 알아챌만큼 예민한 편은 아니라서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고 하면 감사히 먹기는 해도 찾아먹지는 않는데, 이 곳은 유기농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애매한 시간이라 식사는 못했지만, 대접과 머그의 중간으로 보이는 그릇에 따끈하게 담아 내온 짜이가 그 말을 증명해주었다. 담백하고 담백하였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케익은 두부케익이었는데 치즈케익만큼 부드럽고 담백하고 적당히 단맛이 우러나와 내 입에는 좋았다.

 

보기좋으라고 놔둔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직접 담근 차들이 담겨있는 유리통들이 한켠 선반에 올려져있고, 여기 저기 수공예품이나 유기농 재료, 이런저런 물건들이 이 곳만의 규칙에 의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꼭 오랜만에 시골 집에 내려가서 엄마 주방에 들어선 기분이라고 해야 할 지, 뭔가 손때가 잔뜩 묻어서 치워도 티하나 안나는데 또 보면 먼지하나 없는 그런 정갈한 맛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이 허하고 뭔가 내게 힘을 좀 주고 싶을 때 들러서 저 나름의 위치에서 당당한 물건들과 섞여 나도 내 나름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 적당히 정돈되지 않은, 그래도 정갈한 공간을 알게 되어 나름 기쁜 마음이 들었다.

 

 

문화 공간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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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대나갈일있어서 잘보고갑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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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테마파크 비교, 송도 몬스터VR Vs. 동대문 판타 VR

VR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VR테마파크의 콘텐츠를 경험하고자 송도의 몬스터VR과 동대문의 판타VR에 방문하였다. 갖춘 콘텐츠의 종류나 운영방식, 인테리어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VR기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VR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로 기존 교육이나 체험을 넘어서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콘텐츠를 직접 다양하게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VR테마파크의 역할은 기존 테마파크나 게임방과는 다르다.

 

송도 몬스터 VR, 가족단위의 여가를 즐기는 공간

송도 몬스터 VR은 머리에 장착하는 VR기기인 HMD모습을 한 캐릭터를 내세워 기존 테마파크의 공간 구현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다. 공간 전반의 붉은 톤으로 강렬하고 활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어지러움증이 큰 곳과 비교적 무난한 공간으로 구획이 나누어져 있고 동선이 단순하게 반듯하게 배치되어 있다. VR게임보다는 VR환경에서 즐기는 어트랙션 류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3-4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로 이루어져 있고 평일 오전 방문이어서 그랬겠지만 사람들이 많지는 않아서 오랜 시간 기다리지 않아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네를 타고 오르내리는 콘텐츠가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HMD를 끼고 오르내리면 실제보다 더 크게 움직이는 느낌이 나서 그런 듯 하다.

 

입구쪽에 배치한 수상보트나 풍선 기구는 HMD를 끼고 가상현실로 들어가기 전에 비슷한 구조물을 만들어 두어 좀 더 가상현실에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테마파크의 구조물로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아직 VR콘텐츠가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이 먼저 플레이하는 고객의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하고 있어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독립된 부스에서 입체 음향과 함께 실감나는 그래픽으로 연출된 VR영화를 선보이는 비브스튜디오의 콘텐츠 <닥터X>와 <볼트>가 마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볼트>가 더 재미있었다.

 

(<볼트>부스의 대기석 보습, 볼트 캐릭터들이 소개되고 있다.)

 

동대문 판타 VR, 또래들의 플레이공간

동대문 판타VR은 송도 몬스터 VR이 테마파크로서의 장소성에 중점을 둔 만큼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체험형 게임을 구비하고 있고 인형의 방 등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을 연동시켜 만들어 둔 공포체험공간 구획을 따로 마련하여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단순한 라이드형이 아니라 직접 걷거나 조끼를 착용하여 타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다중 플레이가 가능한 FPS 게임은 흥미를 많이 끌었고 플레이시간도 5분 이상으로 충분히 체험할 수 있었다.

직접 이동하면서 좀비를 물리치는 게임으로 뒤편에서 게임하는 것이 대기하는 관객들에게 덜 챙피할 수 있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좀비때문에 혼비백산하고 낑낑대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운 건 HMD착용 게임의 단점이다.

 

이 카메라는 가상 공간 속에 놓인 내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보여주는 장치인데, 어차피 HMD를 끼고 게임하는 나는 1인칭으로 좀비와 싸우기 바쁘다. 이 장치는 순전히 주변 대기하는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볼거리. (이상인 배우가 체험한 영상은 꽤나 멋있지만, 내가 싸우는 영상은 민망했을 것 같다.)

 

판타 VR 내부 구조는 이렇다. 가운데 에스컬레이터를 구획으로 크게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고 안쪽 인형의 방 공간이 따로 구획이 되어 있어 미쳐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같다.

 

이상 두 군데 특징을 간단히 찾아보았다.

송도 몬스터 VR은 여가시간을 보내는 테마파크라는 공간성에 중점을 두고 내부 공간을 멋지게 꾸며 놓았다. 상호작용이 필요한 게임은 큐브로 구성하여 기존 바이브나 오큘러스같은 개인 VR기기로도 충분히 즐길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 조금 아쉬었지만, 가족동반의 조금은 문턱이 낮은 접근성이 좋은 콘텐츠로 구성하였다는 점에서 부작용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판타 VR은 테마파크보다는 기존 게임존의 다소 삭막한 공간이지만, 개인 장비로는 체험할 수 없는 햅틱이 추가된 다양한 상호작용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청소년이나 젊은 남녀에게 인기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어느정도 VR기기에 친숙도가 있지 않으면 콘텐츠를 제대로 향유할 수 없어 초기 이용자들은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주로 HMD를 착용해야만 즐길 수 있는 가상현실 콘텐츠므로 HMD의 착용과 게임 운영 방법에 대한 소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고객들을 살펴야 하는 운영스텝들이 많이 힘들어 보였지만, 분무기로 물을 뿌리거나 직접 등을 두드려 놀래키는 등의 개입을 통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운영은 테마파크만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 공간은 VR콘텐츠나 미디어 기기의 친숙도를 높이는 체험장으로서 기능하면서 VR콘텐츠 기업의 시험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 다양한 VR체험, 게임 공간들이 생기고 있는데, 이들의 공간의 구획과 아이덴티티, 운영방식 등등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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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묻은 다방의 키치스러움, 광화문 블루베리 전통찻집

 

지인들과 다녀온 지는 좀 되었는데, 오랜만에 블로깅을 하면서 왠지 이 곳을 먼저 휘리릭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작은가게의 융통성, 개성, 자유로움, 가능성 등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이런 가게들이 모여앉은 골목길과 그 동네로 뻗어나가다보니, 마침내 우리 동네들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걸까. 그걸 좀 구체적으로 파고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는 전철속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추위가 한창이던 때 들러서 맛보았던 십전대보탕과 블루베리차의 쌉싸름함과 함께 오래전 다방의 한 구석에 들어앉아 수다떠는 달달함이 일품이었던 이 곳을 기록으로 짧게 남겨본다.

 

광화문에서 지브리 전시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후식겸 들른 어느 건물의 지하 작은 찻집이었는데,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좁고 다닥다닥 붙은 오래된 소파에 모여 앉아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제법 시끄러웠다. 푹신하고 쾌적하고 멋드러진 카페도 많은데, 그렇다고 가격이 싼것도 아닌 이런 다방으로 이끈 지인들이 어떤 의도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또 커피보다야 몸에 좋은 차를 한번 보약처럼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잠시 대기하다가 마침내 좋은 자리가 나서 차지했다.

 

이 찻집 이름은 서울 첫번째 사계절 차 전통찻집이고 보기와 달리, 홈페이지도 있고 QR코드, 주소, 쿠폰까지 겸비한 명함으로 적극적인 홍보수단을 갖춘 가게다. 우리가 갔을 때는 노부부가 친척에게 가게를 넘기는 과정이었고 이어받게 되는 사장님이 바지런히 가게안을 움직이고 있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wowwez/220581717158)

 

사실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광화문 블루베리 찻집'을 검색하니 이미 많은 블로깅 글이 나왔고 그 중 명함 사진이 있어서 데리고 왔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색상과 폰트를 섞어서 많은 정보를 하나의 명함에 담아내는 '압축적'인 방식을 아마도 세련된 감성의 디자이너들에게는 악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 또한 이 가게의 아이덴티티다. 어쩌면 이렇게 명함과 가게의 모습이 닮아있을 수가 있는지...

 

 

마치 식당과 같은 인테리어에 들통에 사골육수 우리듯 끌여내는 차의 모습이 어떨지 주변을 기웃거리게 되는 공간이었다. 바깥은 첨단을 달리는 서울 한복판인데, 이 곳은 시간이 멈춘 듯 달달하고 뜨끈한 십전대보탕을 휘휘 불어가며 마시고 달달하고 시원한 블루베리차를 호로록 들이키는 시골의 다방의 모습이었다. 왠지 스마트폰은 넣어두어야 할 것 같고 편안하게 툭 터놓고 사람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되 다음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조금은 빨리 자리를 비껴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공존하는 곳.

 

 

인사동 한가운데 들어가면 이보다 비싼 가격에 적은 양인 것에 비하면 이곳 공간의 투박함은 주력 상품의 품질에 집중하는 내공이 한껏 드러났다고 본다. 함께 나오는 저 곶감과 생밤 조각이 차림새를 좀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면서 오독오독하거나 말캉하고 고소하고 달달한 식감은 이 공간을 더 추억하게 하는 전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블루베리차는 시원하게 나온다. 얼린 블루베리가 둥둥 떠서 수저로 떠먹으면 한겨울이지만 또 그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차를 내오는 그릇이나 함께 따라나오는 오미자차, 이 가게만의 룰이 느껴지던 순간.

 

작은가게의 개성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런 가게를 그려보는 분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서점이나 공방처럼 어느 특정한 가게가 아니라 그 스펙트럼이 넓어서 그만큼 막연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같은 찻집이라해도 스타벅스와 이 찻집의 간극은 또 얼마나 넓은가를 본다면 그 고민은 넣어두어도 될 것 같다. 집중하고자 하는 가게의 본질을 이 가게가 내부 인테리어와 명함을 통해 끈질기게 드러냈던 것처럼 가게는 본질에 집중, 그것이 다수가 아닌 일부에 만족이면 된다는 생각에 좀 더 자신이 붙었다.

 

문화 공간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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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대동서적 리뉴얼 오픈, 어떤 서점이 될 것인가


새롭게 단장한 안산 대동서적, 오랜기간 준비를 거쳐 드디어 오픈했다. 예정보다 일찍 선보이기 위해 수고롭게 많은 책들을 임시 서점에서 옮기고 진열하는 등 손님들의 편의를 생각한 정성을 알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서점을 찾았다. 평일 오전 오픈 직후라 손님은 많지 않았고 아침의 신선한 햇살과 새 가구들로 채워진 공간의 새것 냄새는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지난번 들렀을 때, 건물 둘레만 서성이다가 발길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들어가서 인테리어와 책 진열,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공간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3개 층으로 나뉘었던 서점이 지하 만화카페에 공간을 내주어 2개 층으로 압축된 만큼 서고는 알뜰하게 공간을 나누어 책을 비치하고 있었다. 기존에는 벽쪽을 제외한 공간 안쪽의 책장들은 어깨보다 낮아서 한 층의 공간이 탁트여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었다면, 바뀐 지금은 서고들의 키가 커지고 구획을 나누어 배치되어 하나의 층이 여러 개의 구획으로 나뉜 느낌이 들었다. 


1층 중앙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 계단은 널찍하게 만들어 고객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마련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카페보다 훌륭한 바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휴식을 취하면서 골라둔 책들을 훑어보거나 서가에서 조금 떨어진 김에 동행과 소근거리며 대화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점 밖에서는 2층에 책을 보는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서점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3층에는 생각보다 메뉴가 다양한 북레스토랑과 세미나실, 독서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기존 북카페의 기능을 식음료 부분과 세미나실로 구분한 느낌이 들었는데 세미나실은 50인이 들어갈 수 있는 본격적인 세미나실과 소규모 인원이 브레인스토밍할 수 있는 회의실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설비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하 만화카페로 내려가보았다. 따뜻한 방에 배를 깔고 누워 읽어야 더 재미있다는 진리가 있는것인지, 별도의 공간으로 나뉘어 만화책을 편안히 볼 수 있도록 쾌적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공간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정서를 갖게 될 것인가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서점은 사람들에게 책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그 책을 경험하도록 부추기고 고객들이 지적 호기심을 채우거나 발견하는 공간이다. 책의 물성, 책에서 파생된 상품, 책의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대동서적은 성실한 책의 진열과 판매위주에서 경험을 파는 공간이 되고자 변신했다. 곳곳에 자리잡은 '앉을'공간들이 이를 대변한다. 조용하고 멋진 인테리어도 공간에 머무르고 싶도록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해졌다. 대동서적이 만들어 둔 '앉을 공간'들에 대해서.

누가 거기에 앉을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1층 중앙 계단에 마련된 앉을 공간이 바라보는 공간, 계단 앞쪽의 책진열대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곳에 책 진열대를 둘 것이 아니라 작은 무대를 만들어 두는 게 좋지 않았을까. 프로젝터를 띄우고 영상을 보거나 작은 공연을 하거나 작가와의 북토크를 할 수 있는 무대 말이다. 전편에는 대동서적의 예쁜 로고가 반짝이고 사람들은 그 곳을 중계하고 기록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층 서가 안쪽 공간에 마련된 소파는 조금 부담스럽다. 내가 그곳에 앉아 책을 읽는다면 다른 손님들은 뒤쪽 책장에 접근하기가 곤란한다. 다른 사람의 독서를 방해하는데에 주저할테니 말이다. 그에 앞서 책장쪽으로 향하는 조명은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기에 충분하지 않다. 소파 옆 탁자의 스탠드를 켜보아도 검은 삿갓이 책을 충분히 비춰주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소파 없이 높다란 원형 테이블만 중간에 있다면 잠깐씩 책을 확인할 손님들에게 유용하지 않았을까. 구획이 나뉘어 다소 좁게 느껴지는 서고가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곳을 탐험하는 손님들에게 도움이 될 것같지는 않았다. 그 소파는 1층 중앙 계단 앞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게 나을 것 같았다. 

2층 어린이책 코너의 책진열장은 다른 공간의 진열장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구획을 계획하고 새롭게 가구를 짰다면 어렵지 않았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을 찾는 손님들이 몸을 낮추고 아이의 시선을 맞추며 책을 고르는 엄마아빠들이라면 아이들이 손쉽게 책을 보고 만지고 고를 수 있는게 좋을 것이다. 예전 1층 앞쪽에 어린이 도서들이 진열되어 있을때, 낮은 책상에 나란히 앉아 책을 읽던 어느 엄마와 어린 아들의 모습을 그려보건데, 그 쪽에는 높다란 바 테이블보다는 귀엽고 포근한 낮은 가구들이 배치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또는 엄마와 아이들이 책을 보고 체험하고 그림책을 그려보는 둥그런 체험 테이블이 자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였다. 출판사와 함께 해볼 수 있는 활동이 있을테니 말이다. 

3층 북레스토랑은 깔끔하고 정갈한 식당의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다른 공간의 세미나실과 회의실도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이 공간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필요에 따라 구획을 나눌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면 어땠을까. 통유리 접이식으로 만들어져서 전층을 활용하는 큰 이벤트를 소화할 수도, 구획을 나누어 차와 다과가 곁들여진 캐주얼한 파티가 가능한 공간으로, 각 공간의 테이블이 따로 또 같이 조합할 수 있는 모듈가구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와 식사도 독서실 회원의 1달 회비에 넣어서 계산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세미나실을 찾는 고객을 위한 인원에 맞춤한 다과 상품이 있으면 어떨까. 이 안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등등. 여러가지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운영하는 인력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지하 1층의 일부, 3층의 일부에도 서점이 존재하고 그 경계를 반듯하게 나누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1층 빵집과 서점이 이어지는 테이블 공간이 모델이 되었다. 지하 1층 만화카페 앞 혹은 안에 관련 도서의 판매를 겸하고, 3층 레스토랑에서 책과 관련한 메뉴를 내놓는다면 어떨까. 이달의 책메뉴로 '신경끄고 후루룩 떡국'+<신경끄기의 기술> 20000->17000같은 기획말이다. 

공간은 단지 그 모습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 이미 마련된 좋은 이베트와 기획을 놓쳤을 지도 모른다. 다부지게 작정하고 새로 만들어진 지역 랜드마크인 만큼 그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라 이런저런 소설을 써가며 리뷰를 해본 것이다. 그래도 공간을 보자마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간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깨끗하고 세련된 모습을 갖추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마련된 공간에서 손님과 직원이 어떤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 것인가를 세심하게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이상하게 그곳에만 가면 책을 읽고 싶고 책을 사고싶단말이야~'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다음번 방문에서는 구석구석 생기발랄한 운영원칙이나 이벤트를 살펴볼 생각이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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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하셨지만 4가지 달아주신 내용은 상상력이 너무 과하다는 말씀으로 읽힙니다.
    1. 1층 평대를 이동하면 소통공간으로 유연하게 이용가능하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1층 중간 유동고객이 많은 자리에 책을 비치하는 게 매출에도 도움이 될테니까요. 공간에도 메인 홀, 대동서적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줄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기에 좀 더 힘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적은 것이었습니다.
    2. 안쪽 소파가 잠시 앉는 공간이라면 심플하고 딱딱한 소재의 의자를 배치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합니다. 소파는 의자보다 오래 앉아있으라는 의미로 읽히지 않을까요.
    3.'다수의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되지만, 아이들 높이에 맞춘 높이에는 성인도 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범용성이 그렇게 해치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4. 유연성이 너무 과하면 본질적이 주요 기능이 약할 수 있지만, 유연성이 너무 없다면 너무 본질적인 역할만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모듈화가 가능하다면 캐주얼한 세미나나 파티,실내 벼룩시장 같은 공간을 활용 가능성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독서실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말씀하신 본질 때문이었습니다.

    공간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 달게 받겠습니다. 자주 찾아서 변화된 것들도 지켜볼 예정입니다. 댓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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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공간이야기] 안산 대동서적 새로운 공간탄생을 기대하며


안산의 대동서적은 꽤 오랜 기간 지역 문화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했다. 책 말고도 읽고 즐길거리가 늘어나다보니 서점 규모나 매장 수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대동서적은 책을 판매하는 곳에서 책과 관련한 문화를 판매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했다. 오프라인 서점의 가장 큰 메리트인 새책의 물성을 직접 느끼며 책을 탐독할 수 있는 공간이 됨은 물론이고 시즌별, 주제별 북큐레이션을 제공하여 자주 찾는 고객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아예 북캠프를 만들어 휴양과 책을 접목시키는 시도도 하였다.(공주 북캠프: http://gongjubookcamp.co.kr/)

특색있는 서점을 소개한 책에도 지역 중견 서점으로 소개되기도 한 대동서적은 이제 새로운 변신이 코앞인 듯하다. 한 건물 전체를 서점의 공간으로 쓰면서 층별 공간의 색깔을 더 입히고 앞서 말한 책판매에서 확장된 장소성을 확대해나갈 생각으로 보인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변신중인데, 지하 1층은 만화카페로 만화 등 즐길거리 위주로 쾌적한 공간과 함께 준비될 예정이다. 

1층은 가장 접근성이 좋고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 고객을 끌어들이고 계속 머물도록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입구가 사다리꼴 모양으로 들어가 입체감을 살리면서 서점 외부와 내부 공간을 적절하게 섞어 놓아 방문하고싶은 마음이 당긴다. 당초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전문점 자리에는 지역 빵집이 들어올 예정이고 내부 인테리어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모습이다.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는다면 이때 나는 기분 좋은 빵 냄새는 1층 매장 서점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좋은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층은 서점과 이벤트 홀을 갖추게 될 계획이다. 이벤트 홀에서의 행사라면 북토크 등의 세미나를 쉽게 예상할 수 있으며 취미, 전문지식, 인문학등의 문화강좌, 공연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책이 목적이 아니라 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열쇠로 본다고 하면 될 것 같다. 이 공간을 고객들에게 오픈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오프라인에서 주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시너지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3층은 북카페, 스터디룸, 세미나실이 마련된다고 한다. 1층부터 거리에 따라 지하 1층과 2,3층을 비교한다면 1인당 서점에 머무르는 시간은 출입구와 멀어질록 길어질 것이고 고객의 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런 배치는 객단가보다는 시간이나 공간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가능하다면 지하층에 브랜드 문구, 팬시를 판매하는 코너가 마련되면 좋을 것같다. 1층에서 빵과 케익을 산 고객이 책 이외에 선물할 수 있는 꺼리를 마련해둔다면 방문목적이 늘어나게 되는 셈일테니 말이다. 

4층은 서점과 별개로 외부 임대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한다. 대동서적의 문화적 아이덴티티가 연결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랜 예전,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어 놓았다가 최근 새로 발급 받았다. 좀 더 기대해보자면 자체 어플이나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를 활용해서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입점한 여러 공간들에서의 회원 혜택은 어떻게 될 지도 한편으로 궁금해진다. 

오픈하게 되면 다시 한번 찾아보고 기대와 예상이 어느정도 맞았는 지 한번 더 포스팅 해볼 참이다. 

-> 이후 포스팅 : 대동서적 리뉴얼 오픈, 어떤 서점이 될 것인가  http://biroso.kr/786


문화기획, 문화와 공간을 연구하는 비로소 소장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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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샌드위치 같은 콘텐츠를 만들자

5년 전 비로소는 문래동에서 작은 공간을 빌려 기타, 그림, 독일어, 글쓰기 등 작은 문화강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한 주기의 강좌 일정이 끝나고 각 강좌의 수강생들과 강사들이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파티는 각자 먹을 것을 조금씩 준비해서 같이 먹는 포틀럭 파티였습니다. 도너츠, 과일, 과자, 음료 등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거나 사와서 제법 한상 푸짐한 파티음식이 꾸려졌습니다.

그 음식들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음식은 바로 마늘 샌드위치였습니다. 이름부터 생소하고 왠지 내키지 않는 조합이었고 비주얼도 샌드위치의 산뜻하고 푸릇한 예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준비한 선생님의 성의 때문에 조심스레 한입 베어 물었지만 맛을 기대하지는 못했습니다. 막상 한입 꿀꺽 씹어 삼키고 나니 마늘향이 입안에서 감칠맛을 내면서 부드러운 감자와 빵의 식감을 살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만드는 방법이 신통한 것도 아니고 재료가 비싼 것들도 아닌데, 담백하고 고소한 마늘샌드위치는 그 후로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마늘 샌드위치는 뜨거운 으깬 감자에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속 재료를 테두리를 잘라낸 부드러운 식빵에 채워 만드는 간단한 메뉴입니다. 뜨거운 감자에 들어간 다진 마늘은 적당히 익어서 매운 맛과 강렬한 향은 사라지고 감자에 눈에 띄지 않게 섞여 들어가 감칠맛을 내는 비밀 무기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마늘 샌드위치라는 이름을 듣지 않았더라면 샌드위치의 아이보리색 비주얼은 담백하고 가벼운 근사한 이미지를 뽐냈을 것이 분명합니다. 포실한 강원도 감자에 의성 마늘을 쓰고 쫄깃한 우유식빵을 썼다 하더라도 재료비는 그렇게 높아지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콘텐츠는 꼭 마늘샌드위치 같아야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늘 샌드위치처럼 별 것 없어 보이는 재료를 가지고, 아주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따로 있을 때보다 적당한 온도와 타이밍에 전략적인 모양새로 꿰어져 있을 때 그 가치가 수십 배, 수만 배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로소도 평소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들을 조합하고 그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 꾸미지 않고 심플하고 강렬하지 않지만 길게 가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혼자 있으면 맵고 냄새나는 마늘이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는 그런 토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콘텐츠가 아닐까요.

 

 

신촌타프 예술가모임에서 만들었던 샌드위치. 마늘샌드위치는 아니다.

 

문화연구소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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