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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볼륨을 높여요‘와 ’별이 빛나는 밤에‘가 인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라디오를 들을 때는 시각이 자유롭기 때문에 오로지 라디오에만 귀기울이지만은 않아요. 공부를 하거나 다림질을 하거나 운전을 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라디오를 들을 때면 그 프로그램의 이야기나 음악을 자신의 삶에 더 밀착시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장의 장터에서 공장의 작업장이나 달리는 버스와 같이 서민들이 하루종일 틀어놓고 듣는 것이 라디오다 보니 아침, 점심, 저녁 통틀어 가장 인기있는 방송은 아마도 이들의 이야기를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가 아닌가 해요.


최근, 휴머니즘, 감성과 같은 것에 대한 향수가 트렌드입니다. <리얼스틸>도 그렇고 같이 개봉한 <퍼펙트게임>도 그렇고. 특히 우리나라는 情이라는 것에 대한 애정이 남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코믹이나 액션에도 감성을 울리는 코드가 하나씩은 꼭 들어 있어야 성공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래서 이러한 감성코드를 가장 잘 들어낼 수 있는 소재로 라디오는 제격입니다.


그렇지만 라디오는 <라디오스타>에서, 주인공이 원조 아이돌이라는 설정은 <최고의 사랑>에서 단물을 쪽쪽 빨아먹은 소재는 아닌가 합니다.


문득, 저를 포함하여 사람들은 왜 이 영화를 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이 영화는 다음과 같은 다섯 단계로 진행될 것이 뻔한 영화인데 말이죠.


1. DJ와 PD라는 관계로 두 남녀가 만난다.

2. 두 남녀는 갈등을 겪는다.

3. 각자의 매력을 서로 알게 된다.

4. 시련이 닥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 서로에게 감정이 싹튼다.

5. 사랑을 확인하고 해피엔딩


이 과정에서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한 둘쯤 있습니다. 이민정의 매니저인 광수가 어리버리하지만 활력을 불어넣어주죠. 그녀가 왕년에 아주 잘 나가던 아이돌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면서 말이지요. 또한 같은 그룹이었던 친구는 그녀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그리도록 하여 주인공의 착한 심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항상 시련을 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그녀를 눈에 가시로 생각하는 역시 같은 그룹출신의 다른 친구이고, 그녀의 소속사 사장입니다.


이러한 뻔한 스토리라인에 올라가는 소재도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연예방송의 레퍼토리(이를테면 그룹해체, 자작스캔들, 표절과 엔터테인먼트회사와 방송국의 갈등)를 적절하게 섞어 만들어 내었거든요. 그러고는 중간중간 청취자들의 참여를 통하여 감동의 눈물을 쥐어짭니다.



정말로 최근들어 만난 영화들 중에 이렇게 어느 것 하나 예상을 뒤엎지 않고 생각한 대로 흘러가는 영화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호연을 기대한 배우들의 밋밋한 모습에 김이 좀 빠지기도 했어요. 김혜숙이라는 배우가 엄마로 등장한 것으로 어느정도의 감동과 눈물샘자극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그녀가 만들어 내는 감동코드는 너무도 적었구요. 김정태라는 배우가 뭔가 재미있는 반전을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것도 뭔가 아쉬움아 남습니다. 아마도 감독은 두 배역에 대해 특정 배우를 세우려고 염두해 두지 않았던것 같아요. 아니라면 (이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은데) 주인공을 위해 두 배우의 특징을 너무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결국, 이 영화의 관람 목적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위에서 이민정과 이정진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아름답게 사랑을 이루는 것인가가 관건이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가 다소 식상한 주제를 가지고 다른 배우들의 개성을 적당히 죽이면서 두 배우를 화면에 계속 내세우는 것이 이해가 되죠. 누군가 다소 과장한 이야기이겠지만, 실제로 영화의 90%에 이민정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아이돌 시절 그녀의 깜찍한 모습에서부터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제법 뮤지션스러운 모습에까지. 혹은 술에취해 비틀거리면서 소탈하게 웃고 엄마와의 친근한 모습까지. 클로즈업 된 커다란 그녀의 눈에 매료된 두시간이랍니다.


이정진은 서글서글하게 남녀 안가리고 안티도 없고 가장 무난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민정과는 달리 옷차림도 한결같이 무얼 입었는지 기억 안나는 패션이었지만, 그래도 시종일관 멋진 모습을 보여줬어요. 다소 오글거리는 생일선물 녹화장면은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것또한 보는 팬들로 하여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충분했죠.


그래서 이 영화는 반전이 없는 것이 반전인 영화입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역시 알고 있는 결론을 향해 가는 두 사람을 흐믓하게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인 것이죠. 연말 연시 훈훈함에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로 최적화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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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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