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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모처럼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두번은 영화도 보고 같이 산책도 하고 그랬는데, 최근들어 리타가 일을 만들어가면서 시간이 없었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시간은 마음의 여유와 비례한 것이었습니다만.

 

어쨌거나 모처럼 마음먹고 나선 데이트인데 아침부터 비가 굳세게도 내려주는 바람에 썰렁한 외출로 스타트를 하게 되었어요. 나름 엄마는 화장도 슬쩍하고 스카프도 했는데 어제 염색한 머리라 그런지 나름 속으로 우리 엄마 이쁘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데이트 장소로 삼은 곳은 바로 국립국악원입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다담 콘서트'라고 차와 이야기가 어울어지는 테마로 콘서트가 열리게 되는데 평일 오전시간에 열리는 공연이지만 어머니들에게 많은 인기가 있다고 해요. 우리 엄마도 평소 아침프로그램에서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를 많이 보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 이렇다더라... 의 뉴스거리를 잘 보시는 편이라 아마 마음에 들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립국악원은 남부터미널 역에서 가까워요. 방배역이나 서초역에서도 마을버스로 연결되구요. 예술의 전당과 나란히 위치하고 있어서 전시와 함께 공연을 보러 오시면 좋은 나들이가 되실겁니다.  

 

 

 

 

다담콘서트 외에도 5월에는 어린이 대상의 공연 '오늘이' 등 풍성한 공연 소식이 있더군요.

## 자세한 소식을 보러 [국립국악원 바로가기 ]

 

 

 

리타가 국악원 블로그기자가 되어서 취재차 몇번 오기도 했지만 공연 관람 목적으로 온 건 처음이에요. 그래서 엄마처럼 설레기도 하고 궁금하고 또 기대도 되고 그런 마음이 뒤섞였습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구요.

 

버스를 타고 내려서 조금 걸어 도착하니 국악원에는 이미 많은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올해 다담콘서트의 후원을 하게 되었다는 '오가다'라는 전통차 전문점에서 떡과 음료를 제공해 주어서 추운 날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음료는 생강이 들어간 전통차였는데 달달하면서도 생강의 알싸한 맛이 감돌아 카스테라 샌드된 떡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엄마도 공연 들어가기 전에 아깝다고 원샷을 하는 바람에 좀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올해 다담 콘서트 오시면 무료로 드실 수 있답니다.

 

다담 콘서트는 가수 유열이 진행하는데요. 가까이서 그의 사회를 보니 역시 방송경력이 오래 되어서 그런지 갑작스런 게스트의 말에도 느긋하게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4월 공연은 문열기 가야금 공연과 초대손님과의 토크 그리고 마지막 해금 공연으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문열기

 

가야금 삼중주 '봄의 리듬' 지난 주 국악원에서 있었던 창작국악축제에서는 국내 창작국악의 거장 1세대의 곡을 연주했었는데 그 3인의 거장 중의 한 분인 백대웅님의 곡입니다. 사실 이날 비가 많이 오고 또 몇일은 좀 덥기까지 해서 봄이라고 하기에는 초여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즈음이기는 했지만 가야금의 청초한 음색이 봄을 보드랍게 쓰다듬는 느낌이 절로 나더라구요. 얼마전에는 거문고의 중후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가 또 이렇게 가야금의 단아함에 마음이 갑니다.

 

엄마는 공연이 익숙하지 않은 편이라 소극적으로 손가락만 까딱까딱하길래 귓속말로 박수도 크게 치고 재미있게 보라고 이야기 해줬어요. 리타가 소심한건 아마도 엄마때문인것 같습니다.

 

 

이야기

 

초대손님으로 박청수 교무니미 나오셨어요. 한국의 마더테레사라는 별명이 있다고 하고 지난 2010년에는 노벨평화상 최종10인의 후보에도 오른 분이라고 해요. 원불교에 몸담고 일흔이 넘은 지금에도 정정하고 소녀같은 모습으로 말씀을 하시는데 듣는 이들의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답니다. 엄마도 고운 목소리와 공주스럽기까지 한 소녀의 감성을 한 박청수 교무님을 호감있게 보는 것 같았어요. 주변을 항상 돕고 살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저렇게 목소리도 곱고 피부나 표정이 좋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박청수 교무님은 전 세계 55여개국을 다니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합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는 인구 수 보다 많은 지뢰가 묻혀 있는 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하셨고 학교를 지어주기도 하셨다고 해요. 교무님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는 않았지만 학교를 세우면서 그와 맞먹는 인고와 애정 그리고 행복을 느껴오신 듯 합니다.

 

나눔과 배려라는 큰 명제 안에서 한 평생을 그리 곱게 살아온 당신을 대하는 자리라서 비오는 날 고요한 공간에 이렇게 엄마와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이 더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문닫기

 

마지막 공연으로는 해금 연주가 있었습니다. 해금을 모티브로 한 화장품 브랜드인 '후'에서 해금 연주 시리즈로 내놓은 공연이라는 소개가 있었는데요. 이날 공연 마지막에 '후'에서 협찬한 퀴즈에도 두줄의 명주실로 만들어진 해금에 대한 문제가 나왔었습니다.

 

해금 연주는 강은일(서울예술대학교 교수)님이 하셨는데 평소 다양한 도전을 하신다는 소개를 들어서 그런지 옥빛에서 감빛으로 물들듯 흐르는 원피스에 역동적인 연주모습이 참 새롭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해금랩소디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공연에서 1,2,3악장 모두 멋있었지만 마지막 3악장에서 절도있게 활을 가누는 연주자의 카리스마는 아직도 마음에 울림을 주네요. 마지막 박수칠 때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니까요~

 

해금 연주는 두줄의 현을 어느 위치에 얼마나 세게 쥐느냐에 따라 음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무릎에 올린 해금을 활로 가누면서 발의 들썩임 어깨의 움직임이 물결치듯 이어지는 것이 참 멋진 악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혹은 피리와는 다른 꼿꼿한 자세로 춤추듯 표정으로도 관객과 마주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닌가 해요. 서양의 첼로와 닮은 자세지만 그 움직임의 역동은 바이올린이 더 가까운 것도 같구요.

 

 

이렇게 아쉽게 공연이 마쳤답니다.

엄마에게 좋으면 다음 달에도 또 오자고 했어요.

 

 

국립국악원 지하에는 담소원이라고 구내 식당이 있는데요. 엄마와 오전 공연 잘 보았으니 점심도 맛있는 걸 먹고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가 이왕 온 김에 국악원 구내 식당도 보여드리고 비속 뚫느라 고생하느니 보송하게 내려가서 따뜻하게 밥을 먹고 가자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점심은 4000원이고 일반에도 판매하기 때문에 배부르고 따뜻하게 엄마랑 점심을 먹을 수 있었어요. 이날 메뉴는 리타가 좋아하는 돈가스!

 

 

당신에게는 아직도 어린 아이같기만 하지만 벌써 이만큼 다 자란 리타. 이래저래 앞만 보고 나만 보고 지내다가 옆을 보면 항상 따뜻한 표정의 엄마가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살짝 어색하더라도 리타처럼 엄마 손 꼭 잡고 산책이라도 다녀와보세요. 나름 효녀 혹은 효자라고 으쓱한 마음도 있겠지만, 평소 몰랐던 소녀같은 엄마의 감성을 발견하거나 혹은 평소 몰랐던 엄마의 추억을 하나 들어볼 기회가 올지 몰라요~

 

 

 

 

 

 


WRITTEN BY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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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지세요 ^^ 엄마와 손잡고 둘이 공연을 보러가는거, 아직은 부끄럽습니다^^; 언제쯤 그리 할 수 있게 될런지... ^^ 좋아보이세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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