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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일상의 전환/여행& 맛집

건대,<나가사키 짬뽕> 오 냄새만 아니면 백점 주고 싶어!

by feelosophy 201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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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우리나라 라면들은 얼큰하고 게운한 맛이 주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부터 한국 라면시장에 ‘하얀 국물 라면’이라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이들 라면의 특성은 동생과 가끔 사먹던 칼국수라면이나 사리곰탕처럼 담백한 맛이 아니라 고기육수에 청양고추 등을 넣어서 깔끔한 매운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작년 히트상품 중에는 당당히 ‘하얀국물라면’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꼬꼬면>뿐만 아니라 <나가사키짬뽕>과 <기스면>이 야심차게 뒤이어 출시되어 치열한 경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죠. 이들 라면 맛을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세가지 모두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기스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하얀 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찾게 되었습니다. 40년 전통이라고 적혀있는 붉은 간판은 전통이라는 느낌을 강조해서 그런지 모던함보다는 투박함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기대를 안고 들어간 가게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었습니다. 아마 이 가게를 찾으시게 된다면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렇게 미리 말씀을 드리지 않고 저처럼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바로 가게 안을 들어서자 마자 바로 느끼게 되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냄새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음식점에 들어서면 그 가게 특유의 냄새들이 나게 마련인데요. 이번에는 순대국밥집에서 나는 돼지 냄새의 열배는 족히 되는 냄새가 풍겨 나왔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과 종업원이 보는 앞이지만 예의를 차리지 못했습니다. 바로 ‘무슨 냄새지?’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와버렸네요.



다행히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적응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후각은 감각기관 중에 가장 예민해서 금방 피로해지거든요. 곧 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되죠. 그래서 사장님이나 직원들도 오랜 시간 실내에 문을 꼭 닫고 머무를 수 있었을 거에요.

직원이 쟁반도 없이 들고 온 짬뽕은 그래도 아주 그럴듯 했습니다. (서빙하는 모습은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쟁반도 없이 손으로 들고 오는 바람에 손가락이 국물과 닿을 것 같았거든요. 그랬을지도 몰라요. 아마) 상상했던 것보다 멋진 모습의 짬뽕이라서, 기분을 풀고 얼른 맛을 보았답니다. 저는 매콤한 맛을 시켰고 다른 분들은 하얀 국물을 시켰는데요. 해물이 더 들어간 해물 나가사키 짬뽕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게다가 숙주가 풍성하게 들어가서 씹는 맛도 괜찮았어요.


기본메뉴, 야채 나가사키짬뽕입니다. 뽀얀 국물 보이시죠? 

제가 먹은 빨간 국물의 짬뽕입니다. 500원 추가가 되더라구요. 중국집 짬뽕과는 달리 덜 느끼하게 느껴졌어요. 맛있게 매운 맛입니다. 입술이 얼얼해요.

면발이 가느다랗고 적당히 탄력이 있었습니다. 고소한 맛도 있어서 매콤한 국물과도 잘 어울렸어요.

비싸서 그런지 좀 화려한 그릇에 담겨 나온 해물 짬뽕입니다. 새우가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시원하고 맛있었어요. 이상하게 자꾸 국물을 먹게 되더라구요.






실내에는 고객들이 남기고 간 메시지들로 가득했습니다. 나무 합판에 펜으로 사연을 적어서 벽면에 묶어 두었는데요. 어떤 걸 뒤짚어 보니 ‘뒤짚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어서 웃었네요.


원하면 합판을 준다고 하는데 거기에다가 소원이나 함께 간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적어두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한 30분만에 다 먹고 나왔습니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처음 인상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느긋하게 앉아있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 정말 냄새만 아니면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가게였는데요. 그러데 이 냄새가 흐릿해지고 나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다시 가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묘한 맛집이라고 하겠습니다.  

결론은, 코막힌 분들께 강추! 첫 데이트코스로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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