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로봇시대, 인간의 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이 책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둘러싸인 우리가 염두해야 할 열 가지의 이야기다. 윤리학, 문화사, 사회학, 경제학, 인문학, 심리학, 과학, 인류학, 철학, 문법에 이르기까지 언뜻보면 로봇이나 인공지능과는 멀리 떨어진 주제를 술술 잘도 풀어낸다. 


 산업로봇들은 한 두가지 정해진 일만 쉴새 없이 반복하기만 하면 되었고 일이 바뀌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입력하고 기름칠을 해주면 되었다. 그렇지만 규격화되지 않은 일상의 공간에 놓인 로봇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다른 반응을 해야한다. 어린 아이의 알파벳 공부를 도와주거나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고 어떤 것이 다 떨어져 가는 지 알려야 하며, 기분이 우울한 친구를 위해 부드러운 조명을 켜고 음악을 틀어주는 센스도 길러야 한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그리고 사물인터넷 등 인공지능과 로봇을 위한 인프라가 많은 발전을 이룬 가운데 사람들은 더이상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과의 일상을 공상과학 소설에만 존재한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작년 이세돌과 바둑을 두던 알파고의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올해 1월, 유럽에서는 '전자인간'을 인정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봇시대, 인간의 일>은 로봇으로 둘러싸인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해서 인문사회 전반에 로봇이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두루 읽힐런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디지털 인문학자,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면서 기자로 일하는 작가답게 글은 명료하고 구체적 예시로 많은 정보를 책에 담았다. 인터넷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로봇산업에 의해 새국면을 맞이한 제조업이 많은 괴사를 겪고 있고, 원천기술보다는 소위 돈이 되는 기술이나 로열티를 주고 사온 기술로 박리다매식의 첨단 산업을 꾸리고 있다는 비판을 겪고 있는 입장이다. 4차 산업에 대한 준비는 조금 요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긍정쪽에 치우친 감이 있다. 또 앞의 이유에서 그럴 수도 있고 로봇에 대한 관심과 관점이 다른 나라들이 가진 것과 달라 그런 것인지 작가는 해외의 사례, 해외 작가들의 글, 해외의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전해준다. 국내의 이야기, 사례, 논의등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어쨌거나 인간의 일을 찾기 위해 인간의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지점을 살피고 그와 관련한 인공지능, 로봇의 이슈를 방향성을 갖추고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글은, 내용이 많은 것에 비해 금새 읽을 수 있었다. 이는 기자가 쓰는 글의 리듬감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로봇들의 정체를 알고싶은 호기심이라든지, '과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대답을 찾기 위해 매달리는 나의 절박함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인자동차의 사고에 대한 판결, 외국인과 만나면 당당해질 수 있는가, 지식을 무료로 개방하고 수료증이 비즈니스가 되는 교육, 일하는 기계와 대체 불가능한 직업, 여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 교감의 정도는 어디까지인가, 초지능은 가능할까, 호기심과 창의성에 대해서, 망각의 딜레마, 디지털 리터러시 등 사회 문화연구를 위한 힙한 어휘들이 가득한 책이라 두고 읽을만 하다는 생각이다. 


 책에서도 밝히지만, 이 책은 인공지능과 로봇과 관련한 사회, 과학적 지식을 잘 분류해서 깔끔하게 위와 같은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앞의 주제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지도 않는다. 사실 이에 대한 입장이나 과감한 대답은 지나봐야 맞고 틀리고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길이 어떨 지에 대한 대답은 지금 현주소를 세세히 살펴 잘 아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인간에게는 어둡기만 하거나 로봇들이 무섭기만 하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지는 않기에 막연했던 머리를 잘 정리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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