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을 찾았을 때는 그 수많은 비오는 올 여름 날 중 해가 쨍한 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적당히 있어 한적한듯 왁자지껄한듯 오가는 그런 순간이었지요. 혼자 찾은 사람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찾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시간을 거슬러 오르내리는 길은 정말 멋진 추억을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하회마을은 듣기만했지, 그 내용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했습니다. 하회(河回)는 물이 돌아간다는 의미입니다. 마을을 끼고 낙동강이 한번 휘감고는 유유히 흘러 나가는 곳이죠.
안동 하회마을을 처음 찾았을 때, 펼쳐진 낙동강의 모습은 생각보다 멋졌습니다. 좀 더 근사한 말로 표현해보고 싶지만 그저 떠오르는 말이 '멋있다'입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있을까요. 그 옛날 유씨 가문의 선비가 높다란 정자에서 흐르는 강물을 보며 지었을 시 한수가 마치 내 머리 속에 툭 하고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느낌이라고 하면 좀 노력한 티가 날까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걸으면서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저는 귀찮은 이방인에 불과하겠지요? '내당에는 OOO의 후손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안내 표지판을 보기 전까지는 하회마을은 민속촌과 많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곳곳에 널려있는 빨래들과 경운기와 삽이며 컹컹짓는 강아지를 보니 그곳은 살아있는 생활의 공간 그것이었습니다. 500년전 그곳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의 그곳으로 말이죠.
돌아다니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앞에 누군가 서서 '이리오너라 거기 누구 없느냐.'하고 물으면 문 언쪽에서는 '도대체 누가 와서 이리 소란일까.'하고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물을 문(問)과 들을 문(聞)은 문문(門)과 같은 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니 머리 속의 생각과 혼잣말과 길거리 누군가가 흘려놓은 말과 사물이 던지는 말들이 섞여 하나의 대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질문과 어떤 대답이 놓여있는 지 남의 집 대문들을 만나보러 가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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