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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tv 방송 리뷰

막장예능<나는 가수다>

by feelosophy 2011.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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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이 안티다.

김건모의 재도전과 관련해서 초기 <나는 가수다>가 표류하게 되던 때에 트윗멘션에 누군가가 한 말입니다. 프로그램 초기에는 <슈퍼스타M>나 <위대한 탄생>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방송포맷에 시청자들이 익숙한 것을 이용한 것이라는 냉소적인 의견도 있었고, 반대로 모처럼 좋은 가수들을 주말 저녁 시간에 볼 수 있도록 기획한 것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제 프로그램이 시작한지 세달이 흘러가는 시점이고 그 과정에서 많지는 않지만 몇몇 가수들이 거쳐갔고 새로운 가수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옥주현과 JK김동욱이 새로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프로그램 앞부분을 놓치고 시청하게 되어서 왜 두명의 새로운 가수가 투입되었는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었습니다. 분명히 지난주에 탈락한 김연우외에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화면에 나왔었거든요. 다시 손가락으로 이름을 되뇌어 보고는 아무래도 여덟명이 등장하는거 아니겠습니까. 무대가 시작한 후에 임재범이 자진하차를 담담히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스포일러를 흘려 옥주현의 출현은 알고는 있었지만, 그동안의 가수들과 궤를 달리하는 가수라고 여겨지는 통에 우리도 옥주현 그녀 스스로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돌 그룹 출신의 여가수에다가 개인적인 열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나 방송태도 혹은 사생활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많아 대중에게 호불호가 비교적 크게 차이나는 가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그녀가 노래는 잘하지만 과연 기존 가수들과 어우러져 참다운 무대를 만들어 내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만약 그녀가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기위해서라도 당당하게 노력에 노력을 더한 연습으로 그 무대를 디디고 선 것이라면 저는 참 그녀를 응원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JK김동욱의 노래는 많은 공감을 하게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약간 자신감 없는 모습도 그렇고 임재범의 목소리개성과 많이 겹치기도 해서 새로운 가수임에도 신선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소라는 확실히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개인적인 애착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에 과감히 몸을 던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지난 <NO.1>에서 보여줬던 멋진 모습에 오늘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이소라의 음악 색깔이 그쪽으로 옮겨가서 더 젊고 파워풀 해지는 걸 기대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박정현은 그동안 <내지르는 가창력 뽐내기>를 잠시 내려두고 담담하게 부르러운 노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무대에서 청중에 의해 순위가 가려지는 프로인만큼 무대 장악력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퍼포먼스와 무대를 울리는 크고 넓은 청각적 경험이 주요하게 작용하는데 그래서 윤도현과 박정현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었죠. 사실 처음 탈락했던 김건모나 정엽은 목청크게 내질러서 노래하는 가수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박정현은 이를테면 '차분하게 부르다가 절정으로 치다을 때 작은 체구에서 저렇게 큰소리가 나오는 구나...' 하는 가창력을 내세우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제작진이 안티라고 하는데 그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과연 나쁜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막장드라마도 욕하면서 보는 우리네 모습을 돌아본다면 그것도 흥행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하는거죠.

사실 처음 노래 들으러 시청하는 사람들은 중간에 인터뷰나 코메디언 추임새 같은 것이 섞여 들어가는 것에 짜증을 내기도 했고, 서바이벌 프로가 너무 냉정하다고 하면서 실제로 탈락자가 나오자 마음 약하게 대응하는 제작진을 몰아 세우기도 했었죠. 참 이중적인 대중입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맞춰줄 수 있겠냐만은 사실 저는 그렇게 이슈가 되고 잡음이 생겨나는 것도 성공의 증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죠.

드라마를 막장을 끌고 나가는 엉뚱한 설정이나, 그 속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타지적 캐릭터가 등장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그런 설정 모두 익숙합니다. 오늘 본 <나는 가수다>는 철저하게 가수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완성도 높은 무대를 지향하면서도 제작진 스스로가 막장 드라마의 악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멀쩡히 노래 잘하고 공연 잘하는 가수들 불러다가 순위 매기기를 하거나, 누가 오는지 나가는 지 최후의 순간에만 알려주고, 그 안에서 알게 모르게 자존심 대결을 조장하니 말입니다. 오늘 옥주현의 무대는 그래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명 대중이 모두 자기를 노래 잘하는 정말 가수로만 곱게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겠죠.

제작진도 그걸 모르는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슈가 되었든 아니면 정말 그녀의 저 평가된 가창력과 가수로서의 열정을 세워주기 위한 순수한 신념이었더라도 대중은 설왕설래하고 말았지 않습니까. (앞의 두 가지 중 어느 쪽이었어도 제작진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공감을 이끌어 낸 그녀의 무대 뒤에 터져 나오는 관중의 박수갈채에서 그녀는 벅찬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무대에서 꼴등을 하면 그것을 달게 받아들이리라. 그대신 최선을 다해서 또다른 모습으로 인정받고 호감으로 돌아서리라.


참 드라마틱하게도 그녀는 오늘 1등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그녀의 노래를 들으니 담담한듯 예쁘장한 목소리가 참 듣기 좋더군요.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과 오랜 인연 후에 헤어지는 이를 노래하니 듣는이도 뭉클해질 수 밖에 없었던 똑똑한 선곡이 뒷받침되었구요.

극단의 긴장으로 몸이 아프고 부서질 것 같고 그래서 2주일을 온통 분신을 만들어 새로운 가수가 되어 나타나는 그들을 조종하는 제작진이 참 나쁩니다. 하지만 그래서 욕하면서 우리는 <나는 가수다>를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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