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그림동화 스노우화이트 _모로호시 다이지로
그림형제의 그림동화 중에는 <백설공주>, 아기돼지 삼형제로 알고 있는 <늑대와 일곱마리 새끼염소>와 같은 동화가 있습니다. 그림형제의 동화는 먼나라에 사는 우리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들 민족에 대한 단단한 뿌리찾기나 그 속에서 진리, 가치, 도덕적인 의미를 전달하면서 많이 읽히고 있어요.
이 같은 동화들을 수집하면서 진행되었다는 그림 형제의 연구가 언어 연구에 기반한 신화에 대해 독일 민족을 정의하는 매개가 되었다고 합니다. 여러 개로 분리되어 있던 독일이 하나의 민족으로 모을 수 있었다는 것를 듣고 다시 이 동화(만화)를 읽자면 더 의미를 찾아보려는 욕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재미는 재미이고, 그 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정서와 문화는 또 그대로 보아넘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 대학원 수업시간에 다뤄지는 내용 중 신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다보니, 어릴 적 재미있게 보아오던 전래동화도 새롭게 보이게 되었나봅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기묘한 그림동화 스노우화이트>의 책표지입니다. 표지의 삽화에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등장한답니다. 리타가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는 역시 중앙에 자리잡은 장화신은 고양이에요.
모로호시 다이지로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입니다. 그의 작품들이 대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데 이 <기묘한 그림동화> 스노우 화이트에서도 여운이 오래 남도록 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의 허전함이나 기괴함 안에서 오히려 우리 일상의 어두운 부분이나 숨겨진 부분을 떠올리도록 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번 그림형제의 동화를 재료로 새롭게 만들어 낸 이야기는 정치, 사회, 경제 혹은 우리들의 이기심 등과 관련된 많은 반성할 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꿈과 착각 혹은 망상을 구술하는 듯한 전개는 이 만화책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자꾸 의문을 갖게 합니다. 방금 본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각없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반성하게 됩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기묘한 그림동화 가운데에서 워낙 유명한 라푼젤이나 백설공주 이야기보다는 <장화 신은 고양이>입니다. 책 말미의 해설에는 원래 <장화신은 고양이>는 그림형제가 아닌 샤를 페로의 옛날이야기를 토대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물론 그림동화집에도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샤를이 원조라고 생각하며 카라바 후작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고양이의 책략으로 방앗간집 아들이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각색한 이야기가 더 스릴있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왜 모로호시 다이지로가 오타쿠라면 읽어야 한다고 하는 지를 알게 된 이야기가 바로 이 라푼젤입니다. 머리가 긴 아리따운 여자가 외롭게 생활한다는 이야기는 빌려왔지만, 사람과 로봇의 구분이 모호해진 과학이 진보한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영화에서도 다룬 바 있지만, 로봇이 인격을 가지고 인간으로 착각을 하며 감정과 갈등을 겪는다는 설정은 이 작품이 멋지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라푼젤은 늙는 것을 거부한 사람의 욕망이 깃든 대상이 되고 그의 긴 머리는 주인격인 유저와 연결된 긴 전선이라는 것이 드러났을 때 느끼는 공허함은 작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원작 라푼젤의 주인공처럼 왕자의 품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촉촉한 눈빛을 보내는 것이 백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할머니가 군밤을 까주면서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에는 교훈이나 훈계, 그 문화 속의 가치관이 들어있습니다. 직설적으로 이래이래야 한다는 논설보다는 예전에 누군가가 겪었던 이야기를 빗대어 지금과 미래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지를 배운다는 점에서 세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삼국유사 속에 전해지는 여러 설화나 각 지역마다 전해지는 전설을 들여다보면, 우리 민족이 중요하게 생각했던것들과 금기시 했던 것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저 즐기기만 해도 말입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문화기획, 전시기획,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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