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녕미로공원, 즐겁게 길을 잃어보세요.
미로공원은 꼭 한번 가보고싶었습니다. 퍼즐맞추기나 스토쿠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시작과 끝 그리고 그 복잡한 과정이라는 것을 직접 몸으로 뛰어다니면서 풀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그래서 이번 제주여행에서도 김녕미로공원은 쉽게 지나칠 수 없었던 곳입니다.
도착해서 출구쪽으로 연결된 곳으로 올라가 곧 들어갈 미로를 구경했습니다. 구불구불 사람 키보다 높은 미로가 어서 들어와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초여름이라 연두색으로 딱 보기 좋은 모습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김녕미로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옆 벤치에는 이미 한바퀴를 돌고 나온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요. 어서 들어가서 어떤 미로인지 또 잘 헤쳐 나올 수 있을런 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은 그 안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왔을까도 궁금해졌어요.
어른 3300원의 입장료를 내고 김녕미로공원으로 들어가보니 자그마하게 정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길을 따라 걸어들어가면 바로 미로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오는데요. 매표소 외에 진행하는 분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혹시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스쳤습니다.
시작입니다. 오랜 신화 속 주인공이 되어 미궁이 아닌 미로 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같이 간 일행 팀과 먼저 출구에 마련된 종을 울리는 내기를 걸었지만, 사실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막다른 길을 만나면 돌아 나오고 곳곳의 표식을 통해 왔던 길인지 그렇지 않은 길인지 구별하면서 나름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굳이 인생에 비유를 하지 않아도 나름 의미심장한 경험일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김녕미로공원은 제주 해안선을 상징하는 외곽선을 가지는 등 여러가지 특징이 있네요. 우리나라 최초 미로 공원이라는 타이틀도 눈에 들어옵니다. 중문에 '런닝맨'팀이 촬영했다는 미로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곳이 더 넓은 것 같습니다.
연필로 줄을 그으면서 미로게임을 하던 것과 달리 직접 다니면서 길을 찾는 것은 새로운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미로가 담긴 지도를 가지고 있어서 눈으로 대략 먼저 길을 다녀보면서 나름대로 찾아낼 수는 있지만, 오히려 지도는 넣어두고 자신의 감을 믿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길을 찾아내는 것이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중간에 세워둔 푯말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미로길'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인생이나 경험에 대한 의미가 더해서 미로는 색다름을 선사합니다.
해가 반짝한 날이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높다란 나무 틈을 다닌라 덥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그늘도 글고 나무 곁을 지나면서 사라락 소리가 나는 것도 있고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길을 찾아 다니는 소리를 들어보는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이 돌표식이 길을 찾는 중요한 지점이 됩니다. 만약 길을 잃었다고 해도 이 돌까지 오면 지금 내가 어디쯤 인지 지도를 보고 숨고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미로를 설계할 때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김녕미로공원, 꼬부랑 길을 따라가다보면 길이 나올듯 말듯! 연신 들리는 완주한 사람들의 종소리는 발길을 재촉하게 합니다. 우리팀이 게임에서 지고 말았네요. 리타는 사진 찍으면서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길을 한두차례 헤맨탓도 있지만, 너무 빨리 이 미로를 나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지도를 꺼내들고 주변을 탐색하면서 본격적으로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미로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교차하는 지점에서 지금 내가 어디쯤인지 지도에서 찾고 그 지점부터 주변으로 난 길을 재빠르게 살펴보았더니 이리저리 돌아서 마침내 도착지점으로 가는 길을 찾게 되었습니다. 크게 한바퀴 돌아서 몇번 지그재그로 돌아 나가는데, 얼필보면 막다른 길 처럼 보이는 길을 끝까지 들어가보니 옆쪽으로 길이 나있더군요. 그 길을 따라 돌아 가니 눈앞에 도착지점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앞에 나타났답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땡땡땡~ 종소리가 공원을 울립니다.
종을 울리고 다시 바깥으로 걸어나가는 다리에요.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리저리 미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미로를 빠져 나와서 친구가 나올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미로 안쪽을 신나게 달려서 이리저리 우왕좌왕 하는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출구로 나오면 그네와 옛 놀이, 이렇게 전통놀이를 해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대나무 막대기 다섯개씩 던져서 통에 넣는 게임이었는데 우리팀이 또 지고 말았습니다. 저녁 설거지 당첨!
제주 여행은 자연, 힐링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렇게 우리 자신을 찾아보는 색다른 경험을 만들어 주는 의미도 결코 작은 부분이 아닐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장굴, 비자림과 함께 제주 북동부 여행을 하신다면 김녕 미로공원도 함께 추천드려요. 미로공원에서 될수 있다면 지도를 보지 않고 직접 부딛쳐서 길을 찾아가는 재미를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문화기획, 전시기획,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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