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살인마VS이웃, 장르초월 옴니버스 드라마
숨겨진 자식, 갑작스러운 죽음 같은 공식이 있는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한다면 웹툰 <살인마vs이웃>은 공식은 다르지만 막장 웹툰이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 수사반장의 스토리에 고민중작가의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살인마VS이웃>은 올레마켓웹툰에서 연재중입니다. 올레마켓웹툰에 독특한 소재를 다루는 웹툰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었는데요. <냄새를 보는 소녀>나 <모범택시>와 함께 두고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을 특수한 장치로 현실감을 살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제목이 살인마와 이웃의 대결구도를 그리고 있기도 하지만 내용에서도 8명의 등장 인물의 과거사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제목에 'VS'를 넣어서 검색어로는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살인마VS이웃'으로 검색해보니 살인마, 이웃사람 두 영화를 비교해서 어떤지 묻는 글 등 다른 내용이 나오더군요.)
강원도 지역의 산장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재개발 지역의 산만한 배경 속에 세입자들과 함께 모여 사는 8명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계속 이어집니다. 집 주인 부부와 고시생 진혁, 옷가게를 운영하는 우진, 포장마차를 하는 한마와 그 아들 철수 그리고 수상한 기운이 넘치는 편의점 알바생 용팔과 외국인 노동자 노자가 등장인물입니다.
동글동글한 모습의 캐릭터들의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런 우스꽝 스러운 모습 속에 기기괴괴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가 더욱 살아나는 건 아닌가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먹을 것이 있으면 나누어 먹는 한지붕 가족 같지만, 주인 부부가 티격태격 싸움을 하거나 엄마없이 아들을 키우는 별 볼일 없는 홀애비,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하는 외국인 노자 등 언뜻 슬쩍슬쩍 비치는 어색한 표정으로 알듯 말듯한 대사를 읽다보면 독자들을 점점 아리송하게 됩니다.
냉장고에서 흥건하게 피가 흘러 넘치거나 찬장에서 위험한 물건이 우루루 떨어지면서 아찔한 순간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사이드브레이크가 고장나서 트럭충돌 사고가 나는 등의 알 수 없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가운데 긴장감이 점점 커집니다. 그러다가 비교적 초반에 살인자가 밝혀지게 되면서 웹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스포일러가 되니 더 구체적으로는 이야기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평범하기만 했던 일상이 이 반전 이후 다시 리와인드되면서 각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옮겨다니면서 웹툰이 진행됩니다. 처음 살인마를 밝혀 응징하는 내용으로 여겼던 범죄 스릴러에서 갑자기 장르가 모호해지더니 이야기가 산으로 바다로 흘러가는 것도 같습니다. 과연 작가가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수습할 지 독자들은 걱정까지 하며 지켜 보게 되었어요. 하지만 중간중간 사소하게 지나쳤던 대사 한마디나 소품이 그 반전의 반전 속 인물을 드러내는 단서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각 등장인물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진행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다시 한데 모아질 가능성도 보입니다.
어제 연재분까지 정주행 하고는 이제 다음주를 한주 한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지만, 앞으로도 이 막장 스러운 진행이 기대가 됩니다. 아직 남은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있고 그보다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지가 더 궁금하기도 합니다.
몇몇 장르를 떠올리다가 <의형제>, <전설의 고향>, <살인의 추억>, <킹스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백투더 퓨쳐> 등등의 영화가 생각납니다. SF, 공포, 스릴러, 로맨스, 휴먼다큐 등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 가끔씩은 독자들의 '홀딱 깬다'는 원성을 사면서도 웹툰에서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도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일상툰에서 보여지는 뜬금없는 일상들의 조합을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스토리라인이 약하게나마 살아있는 흥미로운 전개가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나저나 이렇게 살인마가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지는 웹툰은 처음이라는 댓글이 달렸다면 어떤 웹툰인지 조금은 기대를 하실까요? 이쯤까지만 이야기 하고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살인마VS이웃>웹툰 보러 가기
: http://webtoon.olleh.com/toon/timesList.kt?webtoonseq=66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문화기획, 전시기획,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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