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꼬머꼬] 한양대 에리카 앞 터줏대감 생과일 전문점 이야기
7-8년은 족히 넘은 생과일 전문점이 한양대 안산 에리카 캠퍼스 정문 앞에 있습니다. 이름이 바로 머꼬머꼬, 워낙 목청 사나운 사장님이 쉴새 없이 떠드는 생과일 전문점이라서 학생들은 괜시리 들러서 그 아저씨의 에너지를 사고 쥬스를 받아오곤 했습니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취재도 하고 학교 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지금은 주인장이 바뀌었지만, 그 운영 방식이나 내부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뀐 사장님도 주 고객인 학생들에게 살가운 표정과 목소리로 신나게 과일을 갈아주고 있어요.
최근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생과일 전문점이 있는데, 보기에도 청량하고 저가의 가격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면서 많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템은 이미 많은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생과일 쥬스를 전문으로 테이크 아웃만 하고 꽤 큰 용량의 음료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이 매섭기만 합니다. 이미 백다방으로 저가 음료 시장의 프랜차이즈에 대해 눈높이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 사이의 틈새를 잘 비집고 들어간데다가 여름이라는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2-3년 전 유행한 설빙은 고가의 정책이고 메뉴 자체가 정적이다보니 부담감이 고객이나 창업자들에게 부담이 있었다면 이 아이템은 테이크아웃의 저가 정책이라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턱이 아주 낮아보여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머꼬머꼬와 쥬시의 차이는 관계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가게는 일단 메뉴를 주문하고 대기표를 받고 가게 앞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기다리고 서있으면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이 쉴새 없이 갈아대는 믹서기 소리를 듣다 음료를 받아들고 나오기 바쁩니다. 머꼬머꼬에서는 그날의 음료가 있고 할인이 되고 사이드 메뉴도 할인해주는 세트 메뉴가 있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포스트잇에 낙서를 써서 여기저기 가게 안을 장식하기 바쁩니다.
자주 찾는 단골이라면 안부를 묻거나 시험이나 방학계획에 대한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시즌, 명절, 국제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마구 떠들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던 아저씨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여전히 줄을 지어 기다리는 쥬시를 지나 한산한 머꼬머꼬에서 대중적인 메뉴인 딸바(딸기와 바나나 혼합)를 시키고는 괜히 예전의 영광의 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사진을 몇장 찍어 왔네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생과일쥬스가 가진 섬유질과 비타민의 건강한 한잔도 있고 저렴하게 즐기는 상큼함도 있지만, 음료를 사고 파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이야기에 대한 향수도 분명 남아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머꼬머꼬가 잘 버티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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