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 추억 하나, 청송골 갈비
고기라면 다 맛있다고 생각한다지만, 정갈한 반찬에, 분위기에, 깔끔한 내부 등등 고기맛이 절로 동하게 하는 집이라는 평가를 내려본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 주위 고기집을 검색해서 '얻어걸린'집이지만, 입장할 때부터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이번 부산 여행에서 나름 한꼭지를 차지할만큼 괜찮은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낮이 아닌 저녁에, 그것도 저녁시간을 좀 지나서 사람이 빠진 시간에, 우리 가족만이 조용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던 황금색 공간을 기록해보겠다.
주위 고기집 검색 리스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아니었음에도 이름에서 뿜는 아우라를 감지한 것인지, 일단 청송골로 향하기로 하고 차를 돌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섰을때만 하더라도 만약 영 아니다 싶으면 그 옆집, 그 앞집 혹은 저 뒤집의 고기집을 가자고 마음 먹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주차를 위해 입구를 슬쩍 지나칠 때, 왠지 저 안쪽으로 들어가야할 것 같은 생각이 딱 들었다.
아기 추울까봐 창문닫고 덮을만한 것도 가져다 주신 아주머니가 살가웠던 곳이다. 주문은 3인분 이상 시켜야 한다고 해서 일단 삼겹살로 가볍게 3인분 시키니 아주머니가 밑반찬을 가져다 놓으시는데 정갈하고 보기에도 딱 손맛이 느껴졌다. 숯불과 반짝반짝 빛이 나는 불판을 아저씨께서 들고 들어오시는데 속으로 '맛집인가봐'를 외쳤더랬다.
기본 상추, 깻잎 쌈 외에 백김치, 다시마, 배추삶은 것에 파채, 우렁무침, 겉저리, 무장아찌가 함께 나오는데, 저기 쌈장까지 맛있을 정도였다. 백김치를 워낙 넉넉히 주셔서 고기를 추가해야 한다는 무언의 암시같기도 했다. 겉저리와 우렁무침은 새콤달콤한게 꼭 양념게장이 생각나는 맛이라고 해야 할까싶은 정도였다.
고기가 익을 때까지 괜히 맛집 블로거 흉내내기 사진찍으면서 맛을 보았다. 그냥 아이보리색인데 감자사라다(샐러드라고 하면 안된다. 사라다라고 해야 한다.)까지도 맛있다.
고기를 좀 잘게 썰었고 고기 잘 못굽는 사람이 구워서 비주얼은 군침 다실만큼은 아닐지라도 게다가 1인분에 150그람, 8000원이면 싼 편은 아니지만, 맛있다. 맛있으면 된 것이다.
이것저것 다양한 쌈을 만들어 먹어보았다.
식사로 된장찌개가 1500원인데 꼬막이 들었다. 경상도 특유의 장 색깔인 것 같다. 어렸을적에 이런 된장찌개를 종종 먹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을 보니. 푹 끓여 오랜만에 먹어보는 청양고추의 매콤한 국물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 같았다. 밑반찬으로 계란찜과 김치, 멸치볶음 등이 따라나온다. 밥을 한공기 더 시켰어야 하나 싶게 제대로된 된장찌개가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점심메뉴로 당당히 5000원인 정식 된장찌개의 비주얼이다.
밥도 찰지고 쫀득한 맛이 집밥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을 좀 크게 담아보았다.
낮에는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해가 진 뒤 저녁 노란 색 불빛 아래 나무몰드에 노란 장판, 벽지로 둘러쌓인 식당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두루마리화장지가 있어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지만, 그래도 각티슈가 놓여있는 센스에 청결하게 준비된 화장실이 오랜 가든같은 분위기의 식당의 격을 한층 높여주는 기분이 들었다. 아 그래서 과식을 하게 되었었나. 둘이 와서 5인분이라니.
한사람 겨우 지날만큼 좁다란 화단이 마치 외부와의 경계지음을 만들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마음까지 쉬는 그런 공간이 되어 우리 여행에 점을 딱하고 찍어준 듯하다.
저 붉고 강렬한 간판은 저 안쪽 공간의 담백함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부산에 들른다면, 이곳에 또 가야할 것만 같다. 그때에는 갈비맛을 봐야지.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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