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저승편),착하게 살아야겠다
주호민 작가는 어쩌다가 '파괴왕'이 되었을까. 그의 작품은 이렇게 따뜻하고 인간미가 풀풀 나는데 말이다.
<신과 함께 - 저승편>의 단행본을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다. 평소 웹툰을 즐겨 보는 편인데도 유독 주호민 작가의 작품은 볼 기회가 없었다. 웹툰이 기원인 작품을 단행본으로 보는 것이 그 나름의 맛이 있겠으나 나는 아무래도 몰아보는 주행도 아닌, 한주 한주 감질나게 기다리며 댓글까지 정독해가며 봐주는 것이 재미다. 그래도 단행본은 시선을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몰입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스토리도 더 보이고 캐릭터도 잘 보인다. 구석구석 그려진 그림부터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도록 체화되어있기에 읽는동안은 강력한 느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아무래도 검증된 작품들이 단행본으로 선보이게 되는만큼 이 작품의 '가치있음'을 찬찬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 있다.
단행본은 총 3권으로 이뤄져 있다. 문화콘텐츠 전공하면서 스토리텔링이나 문화원형의 과목을 수강했는데, 웹툰이라는 장르 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의 문화원형을 이렇게 콘텐츠로 풀어 낸 텍스트를 마주한다는 것은 연구자로서 숙제를 만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숙제고 텍스트라고 여겨진다는 것은 그만큼 뜯어보고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는 의미이므로 술술 읽어낸 이 작품에 대해 몇마디라도 적어두려고 한다.
이미 영화화가 진행되었고 뮤지컬도 선보이면서 이른바 One Source Multi Use(OSMU)의 사례로도 알려진 <신과 함께>는 저승, 이승, 신화편의 시리즈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고백한것 처럼 주호민 작가의 작품을 처음 본 관계로(무한동력도 이제야 찾아보고는 진기한이라는 캐릭터가 주작가의 페르소나였나? 하고 있는 뒷북 시전중이다.) 이승편과 신화편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는 차차 덧붙이기로 하고 저승편에대해서만 간단하게 메모를 해두려고 한다.
우선 스토리는 크게 두가지 축을 타고 흐른다. 하나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망자를 데려가는 저승차사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게된 영혼을 달래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망자가 지옥에서 7번의 판결을 진행하면서 변호사 진기한의 기지를 엿보는 이야기이다. 두 이야기는 서로 교차하면서 진행하고 두 이야기는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 강림도령과 진기한변호사가 두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두 비범한 인물의 능력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엔진이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경우 두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것이 관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강림(하정우)이 지옥에서의 진기한 변호사의 역할까지 포함하면서 진기한 캐릭터가 영화에서는 사라졌다.
이야기가 두가지인만큼 보는 재미도 두가지라고 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문화원형을 콘텐츠로 잘 소화시켰다는 측면에서 지옥의 7단계에 대한 설명과 지옥의 형벌을 표현한 실존 전통그림, 관련한 용어 등이 흥미를 끄는 요소가 된다. 또다른 재미는 바로 스토리텔링인데 나는 앞선 내용보다 이 부분이 더욱 마음을 잡았다. 아마 군대 경험이 있는 작가의 간접 경험에서 스토리가 시작되었을 것인데, 군대에서의 억울한 죽음이 원귀가 되고 그 억울함을 정의로운 주인공이 풀어주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승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것이 전설로 남아 그 내용이 꽤나 구체적이고 그 자료를 디테일하게 스미게 만들어 놓은 콘텐츠는 허구로 만든 이야기를 더욱 의미심장하게 만드는데 작용하였다. 두 이야기가 따로 굴러간다고 해도 이것은 수레바퀴의 두 바퀴처럼 어느 하나가 빠진다면 전체가 굴러가지 않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승에서의 원귀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리 권선징악의 사이다 결말이라 한들 이미 죽은 이의 원통함에 비해 그 징악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저승에서 판결에서 7번 모두 무죄가 성립되었다 한들 이승에서 뜻대로 못살았던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 두가지 이야기가 만나야만 이승에서의 삶이 더욱 가치있고 그 가치를 저승에서 확인하게 된다는 사실에 조금이나 위안을 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화콘텐츠 브랜드 연구소,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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