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한번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관두면 되지요.'
뭐 이런 뉘앙스의 대사가 있었습니다.

참 도발적인 제목을 한 연극 <극적인 하룻밤>은 젊은 남녀의 자못 찌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연히 함께 술을 마셨던 두 커플, 그 중 차인 두 남녀가 차버린 두 남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그야말로 극적으로 하룻밤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었죠.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제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차이고 홧김에 누군가와 잠자리를 할만큼 대담하지는 않기때문에 싱크로율은 아주 떨어져버렸지만, 저도 예전에 속으로 '저 사람과 손한번 잡아보면 그 느낌으로 이사람이 내사람인가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거든요.

 젊은 시절, (제가 말하는 젊은 시절이라야봤자 어른흉내내기 시작한 20대 초반이지요.) 사실 공부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고민하고 동아리나 학생회와 같은 생애 첫 사회생활이 정말 중요하다 마음 먹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연애라는 감정이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철저하게 보류되어 왔던 어떤 자유스러움을 대변한다는 생각을 억누를 수는 없었습니다. 

 연극에 등장하는 젊은 남녀가 딱 그 시절 저를 닮아 있었습니다. 내가 희생하고 건내준 만큼 그에게 많은 것을 얻고 그 사람이 꼭 나만큼 아파야만 화가 풀릴 것 같은 생각에 주인공 여자처럼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러보고 싶어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극으로까지 보게 되니 단지 저만의 이야기만은 아닌지도 모르겠군요. 

 비겁한 남자주인공이라든지, 엇갈린 남녀 애정 선이라든지 언뜻 잠깐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를 연상하게도 했던 <극적인 하룻밤>은 얽혀버린 두 쌍의 남녀의 이야기를 버려진 남녀가 감정선을 팽팽하게 맞잡으며 기세좋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습니다. 스펙터클 넘치는 볼거리로 중무장한 영화와 달리 연극은 좀 이렇게 사사로운 감정 하나하나가 무대의 배우의 신음으로도 분출되는, 그래서 그 속의 다양한 이야기를 관객 스스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사실 <극적인 하룻밤>은 그 제목의 '하룻밤'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그 짜릿한 어떤 호기심을 그렇게 충족시켜주지는 못합니다. 사실 두 젊은 남녀의 질펀한 성행위는 무대 한편에서 결혼식 피로연에 썼던 테이블을 다른 한편으로 두 주인공이 어두운 와중에 왁자지껄 옮겨 놓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대사와 신음으로 절묘하게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재치있게 넘어가더라구요. 

남자의 자취방이라는 그 작은 공간에서 내뱉는 솔직한 대사들은 연애상대에게 이것저것 바라게 되어버린 지금의 나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은 적어도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그 사람과 몸을 섞고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아이가 생겨 갈등을 겪다 끝나버린 풋내기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연극의 주제는 인연이라는 것이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교감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그것이 추억이 많거나 혼자 키워온 세월이 길다고 해서 고만큼 절절한 사랑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자배우가 쭉뻗은 몸매를 가졌다거나, 극 중 빼놓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성시경의 노래가 참 좋았다거나, 극 중 빗소리와 비를 맞으며 허공을 응시하던 여배우의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한켠에 모아두겠습니다.

 사랑을 했거나,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이라면 이 연극을 보고 소소하게 스스로의 모습을 점검하고 가꾸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분 당선작이라는데, 희곡은 어떻게 쓰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게 만들었던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그 조명과 음악과 무대와 그 배우들의 손짓 발짓 철저하게 계산된 동선들까지도... 기승전결 따지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연극 한편이었음을 뿌듯해 하면서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쏘 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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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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