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근처에 파티가 있었습니다.
홍대의 Friday Night은 그야말로 멀쩡한 사람도 열광녀로 변신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딱 클럽데이까지.
그런데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그런 파티는 아니더라구요. 이 파티의 취지를 모르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모처럼 친한 언니 동생 만나는 자리이니 흥겨운 무언가를 갈구한거였죠. ^^
그래도 좋습니다. 흐느적 어기적 춤을 추지는 않아도 어깨춤 들썩이며 함께 웃고 호흡하는 그런 멋진 파티를 즐기고 왔으니까요.
삘(?) 충만한 언니의 엣지있는 선택, 천재 아티스트. 팔위에 완장처럼 붙였네요.
나는 왕이로소이다!
자기는 미녀라고 노랑 가디건에 파란 스티커로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내친구 P모양
파티의 이름은 <꿈꾸는 아프리카 도서관 자선파티>입니다.
파티 장소는 홍대 근처의 산울림 소극장 건너편의 카페<에디오피아>입니다. 장소 섭외 센스도 남다르지 않습니까?
아프리카는 환경과 경제적인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자선단체들이 도움을 주고 있지요. 먹고 마시는 것을 주고, 깨끗한 환경을 위해 집을 짓고 방역을 하기도 하구요. 이번 파티는 이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린 것입니다.
책을 읽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모습이 그려진 엽서
재능기부 활동과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는 글이 엽서 뒤에 적혀 있었습니다.
아프리카는 빵보다 공장이 필요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중입니다.
어린이들에게 필요한것?
우간다 교육감 선생님은 아이들의 재능 99%가 땅에 묻혀 버린다고탄식합니다.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 방치된 도서관을 살리려고 합니다.
책과 도서관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이 일을 위해 다양한 배경과 직업을 가진 젊은이 들이 뭉쳤습니다.
팜플렛, 로고, 영상, 기념품이 모두 재능기부활동으로 만들어 진것입니다.
뜻을 함께하는 젊은이, 포스터가 걸린 입구 모습입니다.
덕스의 공연입니다. 하모니카가 매력적인 그룹이더군요.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는 씨네&주연
하림이 왔습니다.
하림은 타고난 리듬감에 이야기꾼임이 틀림없습니다.
하림은 작년 가을, 한 콘서트에서 초대손님으로 나와 다양한 타악기를 두드리면서 넉살좋게 노래부르다 갔었고, 올 봄 언젠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던 그 넉넉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는 외국에 나갈 예정이었나봅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고 하면서 고동색 시원한 소재의 옷을 입고 민머리에 금태 안경을 쓰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유독 그의 눈은 반짝이는 것 같았어요. 불과 5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마이크도 없이 이야기 하는데도 그의 목소리는 울림이 있는것 같았습니다.
신기한 악기입니다. 손잡이를 돌리면 아프리카 전통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오며 민요같은 노래를 흥얼중얼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 노래를 부르고 나서는, "이제 우리는 아프리카에 왔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마음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말이 아니라 음악으로 먼저 젖어들게 하고 이 한마디로 정말 이곳 사람들을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아프리카 초원 어딘가로 데려온 것 같았거든요.
이어서 기린들이 나뭇잎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기린을 구경하는 것인지 기린이 나를 구경하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내용의 재미있는 노래도 불렀고, 브란젤리나 커플이 들렀다는 지역에서 한아이에게 물었지만 그 아이는 안젤리나졸리도 모르고 브래드피트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담은 노래도 불러주더군요.
처음 기린 노래에서는 '내가 그린기린그림은...'이 튀어 나오고, 노래 속에 브란젤리나같은 유명인의 이름이 튀어나오고, 마지막 노래에서는 바오밥나무에 코러스를 '밥'으로 넣어서 아프리카 아이들 밥좀 넉넉히 먹자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흥에 겨워 나도 모르게 박자맞추며 함께 노래부르고 반복되는 후렴구에 코러스까지 넣을 수 있었습니다. 하림만의 공연이 아니라, 우리의 공연이었습니다. 마치 이 파티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아직은 보이지 않는 도서관인것 처럼말이죠.
공연이 마무리가 되어가든 때쯤 하림이 일어나서 이야기 했습니다.
아프리카에 가서 여행을 하면서 많은 노래를 만들 수 있었다. 보고 듣고 느낀 것들.
그들의 삶에 우리가 끼어들어서, 우리의 시각으로 그들을 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혹은, 그들이 헐벗고 배고프다고 해서 과연 밥과 물을 주는 것만이 그들을 돕는 것인가.
노래도 하고 싶고 기타를 퉁기고 싶을 수 있다는 생각은 어떤가.
하고 말이죠.
건기에서 우기로 넘어가던 시기, 비가 내리는 그 땅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하면서,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조금은 조용하고 진지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리듬과 음악으로 전하는 그는 분명 스토리텔러였습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오늘을 살도록 물과 식량을 주는 동시에 미래를 살도록 꿈과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도서관을 짓겠다는 결심을 한 그 파티의 호스티스, 그리고 그를 도와 자발적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네이버카페 : cafe.naver.com/library4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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