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식과 음악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이전 '잡문집'을 통해 어느정도 알게 된 터라 그의 단편집을 읽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전축으로 클래식과 재즈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굴튀김을특히나 좋아하죠.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것이란 고양이를 살포시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하여 청각, 미각, 촉감을 들어 다양한 감정을 설명하는 데 탁월한 재주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가의 개인 취향이나 그의 개인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작품으로서 대할 수 있다면 좋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그래도 어떤 글을 보면 자연스레 그 글을 쓴 이에 대한 호기심을 저는 저버리기가 힘이 듭니다.
유럽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이 단편집은 조금은 쓸쓸하고 냉소적인 데다가 허무하기도 한 내용이 들어있기도 합니다. 유치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제가 빵을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코끼리를 좋아해서 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6개의 단편들이 어떤 것은 감정을 파고드는 섬세함이 어떤 것은 용수철처럼 통통튀는 농담으로 독특한 매력이 리듬있게 치고 빠지는(?)터라 두껍지는 않지만 책을 금새 읽어낼 수 있었어요.
그 중에서 저는 <코끼리의 소멸>과 <패밀리 어페어>가 가장 좋습니다. 코끼리의 체구와 독특한 외모는 저도 무척이나 코끼리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동물에 가도 코끼리를 보고나서야 밖으로 나서게 되죠. 어찌되었건 코끼리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늘상 마을의 늙은 코끼리와 사육사를 관찰하면서 오히려 그 스스로의 무기력한 삶에 환상성을 만들어 나간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미궁의 사건이되어버리고 곧 그 사실조차 잊혀진 코끼리의 탈출 사건에 대해서는 깊은 여운을 남기고 말았죠. 코끼리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마을의 애물단지였던 코끼리의 행방불명에 의해서라는 것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우리 속의 코끼리를 예의 주시해서 소멸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꿈과 희망과 환상을 심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패밀리 어페어>에서는 다소 방탕한 삶을 사는 '오빠'의 자조섞인 농담이 귓가에 착 감기는 듯 은근한 미소를 불러일으키더라구요. 왠지 모를 연민이랄지 스스로의 삶에 대한 반성이 곧 행동으로는 옮겨지지 않는 그런 미혼 남자의 무덤덤한 말투가 오히려 섬세하게 그의 심리를 들어내는 것도 같습니다. 오히려 단단하고 진중한 오빠로서 동생과 동생의 약혼자에게 조언을 하는 장면에서는 매력적이기까지 했답니다.
도시 속의 다양한 삶, 그들의 감성에 젖어 깊은 가을을 힘껏 누려보았네요.
상실과 소멸이라는 것,
그래서 존재와 생성에 대해 경외시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소중한 것이 사라지기 전에 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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