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가이드, 아줌마는 예뻤다.
tvN이 새롭게 선보이는 여행 프로그램 '가이드'는 꽃보다 시리즈의 후광을 어느정도 업고 가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나영석 PD의 꽃보다 시리즈에서 익숙했던 편집이나 음악 혹은 캐릭터 만들기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할배들의 무뚝뚝한 발걸음, 여배우 누나들의 털털함, 어느덧 중년이 된 청년들의 여행보다 아줌마들의 여행은 관심이 덜가는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이 참여하는 것은 방송이나 촬영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에서 더욱 경직될 수도 있고 낯선 아줌마들에게 시청자들이 호감을 가지기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엄마들의 휴가라는 컨셉은 좋습니다. 굳건히 일과 가사를 담당해내면서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슈퍼우먼들이기 때문에 잠깐의 휴가는 그 누구의 휴가보다 더 달콤하지 않았을까요. 비행기를 타고 낯선 곳으로 떠나고, 멋진 남자 가이드들이 든든하게 여행을 돌보고, 남이 해주는 밥을 먹고, 1분 1초가 아까워 잠을 설치던 아줌마들의 여행은 보는 사람들조차도 즐겁게 했습니다.
그래도 공기나 물이 없어야 그 소중함을 알 듯, 우리의 아내, 엄마들은 늘 있어야 하던 집에서 멋어나 오로지 그녀들의 시간을 위해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렇다 할 PPL도 없어 보이고 난 데 없던 공포 컨셉의 편집은 잠시 뜨악 스럽기도 했지만, 네델란드 북부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의 여행은 컨셉의 프로그램은 너무도 신선하고 가슴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가이드'라는 제목답게 이서진이 맡았던 짐꾼의 역할을 맡은 3명의 남자 연예인들은 이러한 아줌마들의 소녀 로망스를 채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정극에서 진지한 실장님으로 자주 나오던 박정철이 '집밥 백선생'에서 약간의 허당끼를 발산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더니 이번 여행에서 막내 역할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소통을 몰랐었다고 하면서 최근 예능에서 두각을 보이는 안정환은 역히 이번 '가이드'에서도 진행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고요.
일찌감치 결혼해서 결혼 20년차를 맞은 권오중은 가이드 역할을 능숙하게 하면서도 집에 두고온 남편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 듯 보였습니다.
평소 우리는 '아줌마'라고 하면 괴팍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제 3의 성으로 낮잡아 보기도 했지만, 이 여행에서는 그녀들은 더이상 아줌마가 아니었습니다. 길가에 핀 작은 꽃에도 마음을 쉬어 갈 줄 아는 소녀들이었습니다. 어릴 때 만난 첫사랑과 결혼을 하고 일찍 하늘나라로 가버린 두 아이의 아빠를 그리워 하는 소녀와 많은 아이들을 낳아 누구의 엄마로만 불리던 흥이 많은 소녀, 늦둥이가 눈에 아른거릴 줄만 알았는데 두근두근 여행이 즐겁기만 하다는 소녀가 금새 친자매 된 듯 즐겁게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게 되었어요. 세 가이드들도 이런 출연 아줌마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그들에게 좋은 여행을 만들어 주기 위한 노력을 더하고 즐거움을 주기 위해 너스레를 떨어도 보고 아줌마 아저씨들의 50금짜리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 받으면서 자연스레 그들만의 여행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일단 보기 좋았습니다.
'가이드'는 미션이 있어야 하는 것, 용돈 안에서만 지출을 할 것, 편을 먹고 경쟁을 하는 등의 예능의 요소들은 최소화 하고 각자 아줌마들의 사연을 보듬는 힐링 여행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시청자들은 여기에서 휴가를 떠난 엄마들을 떠올릴테고 휴가를 가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할테고 그럼에도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낸 그들의 사연에 토닥토닥 마음을 두드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여행에는 아줌마 출연자들의 사연이, 활약이 더욱 흥미롭게 이어지겠죠?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문화기획, 전시기획,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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