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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응답 브랜드의 건재함을 과시하다

by feelosophy 2015.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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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응답 브랜드의 건재함을 과시하다

 

전작 만큼 인기를 끌기 어렵다? 속편의 한계라던 그 법칙이 요즘 조금은 무색합니다. tvN의 <응답하라...>시리즈로 다시 시작한 <응답하라 1998>은 전작들의 공식을 이어가면서 아날로그 시절을 그대로 데려왔습니다. 그 시절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젊은 연기자들이 능청스레 유행을 입고 따라하고 마시며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그 시절을 관통한 사람들에게는 추억 속 앨범을 펼치는 것마냥 흐믓하기까지 합니다.

 

 

 

<응답하라>시리즈가 일견에는 '팍팍한 지금을 잊고자 하는 추억팔이'라 할 지라도 오히려 그 어느 드라마보다 현실의 우리의 모습을 잘 투영한 드라마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왜냐하면 보여주는 것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이죠. 

 

 이번 <응답하라 1988>은 우리나라 안팍이 시끌시끌하던 해입니다. 가만보면 지금이 그 시절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는 것도 같지만,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역동의 중심에 있던 시기가 바로 1988년이 아닌가 합니다. 올림픽을 개최한 몇 안되는 아시아 국가이었지만 대학생들의 대모가 끊이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그 주역들이던 지금의 40대 들이 풋풋하던 그 시절, 지금의 고등학생들과 같이 유행에 민감하고 인기 연예인에 열광했으며 그 지독한 입시 지옥을 겨우 지나와 우리 엄마 아빠 삼촌 고모가 되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아직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40대라는 것이 부모님을 모시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면서 회사에서는 중심에 놓인 사회적 허리를 담당하는 중요한 세대입니다. 그들도 풋사랑이 있었고 일탈이나 열정이 있었으며, 누구보다 시대에 관심을 많이 두었던 살아있던 세대였다는 것을 이렇게 집요하게 그 시절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과 방송 프로그램들과 조금은 유치했던 광고와 소품들의 나열로 이야기합니다.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수의 친구들 중 하나가 미래의 남편이 된다는 설정, 친구들 중에는 유명인이 하나, 초특급 우등생이 꽤 좋은 학교에 진학해서 미래에는 어엿한 전문직에 종사하는 식의 설정, 그 시대의 굵직한 사건을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설정 등 캐릭터 관계나 스토리 구조는 <응답하라>의 공식입니다. 여기에 이일화 성동일 부부가 호남 영남 커플의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담아 전작에 이어 연속적으로 등장하고 전작의 출연자들이 까메오로 출연하거나 아예 다른 캐릭터로 연속 등장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그 시대의 실제 사건들과 유행, 상품, 인기 연예인들이 그대로 나오는 것은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명인들의 젊은 시절을 보이거나 오랜 광고와 꽤 인기를 끌었던 과자와 음료수들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가나초콜릿>이 메인 ppl 광고 상품으로 등장했죠.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마음을 전하는 선물로도 등장하고 인터넷의 클립영상을 보는 중간에도 '진한 추억'이라는 단어로 가나 초콜릿광고가 끼어듭니다. 결정적으로 그 시절 최고 인기를 누렷던 이미연이라는 이름이 직접 언급되고 그 이미연이 주인공인 성덕선의 미래의 모습으로 분합니다. 한 시간 짜리 광고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그 청순한 소녀의 수줍은 광고가 계속해서 아른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콜릿은 달콤하지만 쌉싸름한 그 시절 풋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것이면서도 그 달콤 쌉싸름이라는 맛이 또 다른 정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품과 드라마에게 윈윈인 듯 합니다.

 

 

 

이미연의 가나 초콜릿 광고

 

 

비록, 평범한 우리 주변에는 절대 없을 것 같은 절대 능력의 유명인이라던지, 성공한 동창이라던지, 알고보니 절세 미녀였던 여자 사람 친구라던지의 일은 흔한일이 아니기에 <응답하라 1988>은 사실 판타지입니다. 이번에 등장하는 다섯 가족들처럼 항상 정이 넘치거나 이웃간에 애정이 돈독하거나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이렇게 사이가 좋거나 하는 일은 사실 보기 힘이듭니다. 마치 정환이네 집이 복권에 당첨되어 졸부가 된 사연처럼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일런지도 모릅니다.

 

우리 주변 일상의 모든 사물을 그대로 재현한 그 시대에 오히려 우리의 모습은 이런 판타지로 넣어 둔 셈입니다. 그 시절의 갈등이나 고통이 없을 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고 그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을 보는 것이 즐거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고통들을 버티어 낸 지금의 내 모습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래서 그 시절 똑닮은 과자며 음료수며 패션소품들에 묻어있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죠. 아마도, 이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판타지는 그 이야기를 재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지난 주 시청률이 8프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공식이 반복될 때 오는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출연자들의 호연과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남아내려는 노력이 눈에 들어온데다, 달달한 첫사랑의 기운이 우리를 들뜨게 만들었음이 분명합니다.

 

진부한 것 같은 그 시절의 개그마냥 단순히 덕선이의 남편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게임을 하는 것이라 할 지라도 이 '응답 브랜드'는 이제 확실히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 드라마에 실제 우리의 사연을 작은 에피소드도 녹여내는 응답... 시리즈를 어찌 우리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정환이는 왜 자꾸 이렇게 심쿵하게 하는 것일까요.

 

 

 만원버스에서 덕선이 지켜주는 정환이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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