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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기획/비로소 책방

<여행사진의 모든 것> 역마살 에너지 충전용

by feelosophy 2011.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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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어린 여행 블로그에 가보면 붕붕 뜬 느낌을 받습니다. 이 말은 여행 블로그가 산만하다거나 블로그의 글이 가볍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블로그 주인들이 언젠가 어디에선가 발품을 팔아가며 느낀 것을 옮겨 놓은 글과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모니터 안으로라도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여행(旅行)이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자기 거주지를 떠나 객지(客地)에 나다니는 일,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에 가는 일 등을 말한다.


반성투성이인 나를 일상에 잠시 내려두고 떠난 낯선 곳에는 갈등은 생겨날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순수하고 따뜻하게 자연을, 도시를,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는데요.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혼자보기에는 꽤 좋은 것들이지만 블로그에 옮겨 놓고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쓸만한 카메라를 하나 장만해서 더 좋은 사진을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억 속의 그 멋진 풍경들은 사진으로 재생해낼 수 밖에 없이 아득한 것이 되어 버릴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사진이 조금 더 멋지고 그럴 듯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던 와중에 김치군님의 <여행 사진의 모든것>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책이 보통 단행본에 비해 크고 두툼한 편입니다. 그래서 담고 있는 사진들도 시원시원하게 볼 수 있어 몇몇 사진은 오려서 액자에 넣어두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만큼 무거워서 아마 여행을 갈 때에는 들고 가지 못할 것 같아요.


이 책은 단순하게 사진을 찍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여행할 때 찍는 사진'이라는 목적이 있어서 여행특유의 '공간과 시간' 혹은 '배경과 대상'에 따라 이야기를 펼칩니다. 그래서 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이를테면 구도나 심도 혹은 빛과 거리 등 사진기술과 관련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으면서도 순수한 아이들의 눈망울이나 평화로운 길모퉁이, 반짝거리는 밤거리 풍경으로 아스라한 추억을 당금질해버립니다. 그러다보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사진을 마음으로 추억으로 새기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공들여 사진을 찍고 싶도록 만드는 필요 유발을 목적으로 하는 책입니다.

일단 책을 열면 눈길을 잡아 끄는 사진들이 곳곳에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은 후루룩~ 훑어 보게 됩니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강점이 아닌기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한 번 훑어 본 책은 다음에는 이미 조금은 익숙해졌기 때문에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 되어 부담없이 조금은 따분한 이론적인 이야기까지도 읽어낼 수 있게 합니다. 사진 뿐만 아니라 곳 곳에 글도 감각적으로 배치되어있어서 마치 잡지를 읽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나오더라도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완충시킵니다. 어찌보면 편집자체가 여행스러운 것 같기도 하네요.

<여행사진의 모든 것> 단원별 핵심 내용 갈무리

1. 내 생애 최고의 사진을 위한 준비
- 카메라, 화각의 정의와 렌즈, 액세서리, 짐꾸리기
2. 여행정보 얻기
-GPS, 스마트폰, 여행 팁
3. 바로 써먹는 사진 촬영 기초지식
-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깊이와 심도, 세팅, 빛과 화이트 밸런스, 시선
4. 인물사진의 모든 것
- 화보, 단체, 셀카, 신혼여행 사진
5. 풍경 사진의 모든 것
- 바다, 하늘, 야경, 일출과 일몰, 꽃, 동물, 색, 설경, 자연
6. 여행이 더욱 즐거워지는 사진 찍기
- 대도시, 도시와 마을, 놀이동산, 기후, 반영, 분위기, 이동, 음식, 물
7. 특별한 사진을 만드는 특별한 테크닉
- 움직이는 피사체, 장노출, 역동적인 사진, 회전샷과 회오리샷, 역광실루엣, 파노라마, 동영상

<여행 사진의 모든 것>이라고 대담하게 이름을 지은 것에 책임을 지려는 듯 단원 구성이 알찬 듯 합니다. 1,2단원은 준비 - 3,4,5,6단원이 핵심- 7단원은 응용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위해 골목에 아이가 뛰어가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나 같은 곳이라도 낮인지 밤인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거나 셀프카메라나 신혼여행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지면을 할애한 점이 독특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로 웃음짓게 만들었던 사진들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이 사진입니다. 여행지 곳곳에서 같은 인형을 함께 찍어 두는 것이죠. 일종의 컬렉션이라고 해야 할까요.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미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이런 비슷한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재미있어요~ 

<아멜리에>라는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버지가 안쓰러운 아멜리에가 승무원인 친구에게 빨간 모자의 석고 인형을 세계 곳곳에 두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사진을 아버지에게 몇 달에 걸쳐 보내도록 하지요. 결국에는 아버지가 집을 나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게 된답니다. 무기력하던 아버지가 활력을 찾고 집밖으로 나서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힘차보였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아마 그런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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