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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는 꼼짝없이 앉아서 몇 시간이고 버스를 기차를 타야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쁠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소설을 읽지 않나 모르겠습니다.
동생 책들 중에서 무심히 챙겨 짐을 싸가지고 온 <구경꾼들>을 읽었습니다. 윤성희가 쓴 <구경꾼들>에는 대가족이 등장합니다. 4남매의 부모님과 그 할머니까지 등장하고 화자인 첫째 아들의 아들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이야기부터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머니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하나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하고 하나의 평범한 사물에 담긴 내력을 거슬러 올라가 우연이 운명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Too Much.
장편 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시간이나 장소나 인물 관계가 다소 넓은 것이라고 배운 적이 있지만, <구경꾼들>에는 너무 많은 인물, 사물, 사건 그리고 배경들이 등장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머니, 4남매, 외할머니 등 등 등. 아이스박스, 사과나무, 낡은 봉고차, 엽서, 족발, tv, 빵봉지, 모자 등 등 등. 교통사고, 세계 여행, 가출, 퀴즈쇼, 맛집, 출판 등 등 등.
그래서 처음에는 화자가 이야기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 만큼 한꺼번에 던져지는 많은 이야기에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손자가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를 하거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결혼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아버지가 아직 어린시절 아이스 박스에 갇혀서 이틀을 꼬박 고생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 마음 넉넉한 휴가 길에는 이런 복잡한 이야기들이라도 하나 하나 기꺼이 쫓아 가도록 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다시 읽어볼 것. (재미없으면 건너뛰어도 좋다.)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속도로 읽어 볼 것.
행 간의 의미를(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최대한 추측해볼 것.
동생이 이 책을 쓴 윤성희 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소설이 당선되는 순간 배로 일본을 나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친구와 무작정 떠나는 여행에 어렵사리 당선 소식을 접하게 된것이죠. 그리고 소설을 준비하면서 했던 생각 중에 하나를 전해 들은 것이 있는데, 대가족을 염두해 둔 것은 소설 속의 (황당하고 안타까운)죽음들을 위해서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정말 어이없는 죽음에 가슴 아프고 속이 상할 지경이었지만, 어쩌면 사람들이 살고 죽는 이야기가 또 정말 그렇게 갑자기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감정과 추억을 사물에 투영하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물건을 갖고 쓰고 버리게 됩니다. 그 중에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게 되는 물건들이 있고, 아쉽게도 잃어버리게 되는 물건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들에게는 우리 각자에게는 용기를 주고 마음을 다스리도록 하기도 하며 대화 상대가 되어주기까지 하는 것들이죠.
<구경꾼들>은 손 때가 묻은 가구에 붙어 있는 스티커까지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그 것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이내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사람의 시시한 일과까지도 굳이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그 사물과 개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끌어들임과 밀어냄을 반복하면서 엉뚱한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운명이 만들어 지는 지 보여주겠다는 듯이 말이죠. 마치 진실을 파헤치는 기분이 들자 처음 소설을 읽을 때의 그 산만한 기분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흡사 너무 가까이에서 하나하나의 점을 보면 눈이 피로하다가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하나의 멋진 그림이 되는 모자이크를 보는 것 같이 말이지요.
소설들에는 꼭 멋진 표현들이 있기 마련이지만은, 저는 등장인물이 자다 문득 깨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 고요한 침묵에 놀라서 깼노라고. 추억에 잠긴 등장인물이 걷는 발걸음 사이사이 추억이 스며들고, 초코파이를 마쉬멜로우만 남기고 조심스레 먹은 다음 혀 위에 살포시 올렸을 때 그 간지러운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모님과 형제들과 커가면서 만나게 되는 친구와 동료들에 관한 이야기를 사소한 사물의 속삭임까지도 아우르며 이야기 하는 것이 어쩌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구구절절이도 가족의 내력담을 이야기 하는 <구경꾼들>은 읽는 이들을 스스로 주변을 새삼스레 둘러보도록 하는 구경꾼이도록 합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신문기사로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이 세상에는 1초에도 수십만번씩 생겨나고 있지 않습니까.
여행할 때 읽는 책으로는 정말 이만한 책이 없겠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책을 탁! 덮은 소설이었습니다.
동생 책들 중에서 무심히 챙겨 짐을 싸가지고 온 <구경꾼들>을 읽었습니다. 윤성희가 쓴 <구경꾼들>에는 대가족이 등장합니다. 4남매의 부모님과 그 할머니까지 등장하고 화자인 첫째 아들의 아들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이야기부터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머니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하나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하고 하나의 평범한 사물에 담긴 내력을 거슬러 올라가 우연이 운명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Too Much.
장편 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시간이나 장소나 인물 관계가 다소 넓은 것이라고 배운 적이 있지만, <구경꾼들>에는 너무 많은 인물, 사물, 사건 그리고 배경들이 등장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머니, 4남매, 외할머니 등 등 등. 아이스박스, 사과나무, 낡은 봉고차, 엽서, 족발, tv, 빵봉지, 모자 등 등 등. 교통사고, 세계 여행, 가출, 퀴즈쇼, 맛집, 출판 등 등 등.
그래서 처음에는 화자가 이야기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 만큼 한꺼번에 던져지는 많은 이야기에 갸우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손자가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를 하거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결혼 이야기를 하거나 자신의 아버지가 아직 어린시절 아이스 박스에 갇혀서 이틀을 꼬박 고생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게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 마음 넉넉한 휴가 길에는 이런 복잡한 이야기들이라도 하나 하나 기꺼이 쫓아 가도록 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다시 읽어볼 것. (재미없으면 건너뛰어도 좋다.)
이해할 수 있는 나만의 속도로 읽어 볼 것.
행 간의 의미를(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최대한 추측해볼 것.
동생이 이 책을 쓴 윤성희 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소설이 당선되는 순간 배로 일본을 나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친구와 무작정 떠나는 여행에 어렵사리 당선 소식을 접하게 된것이죠. 그리고 소설을 준비하면서 했던 생각 중에 하나를 전해 들은 것이 있는데, 대가족을 염두해 둔 것은 소설 속의 (황당하고 안타까운)죽음들을 위해서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정말 어이없는 죽음에 가슴 아프고 속이 상할 지경이었지만, 어쩌면 사람들이 살고 죽는 이야기가 또 정말 그렇게 갑자기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감정과 추억을 사물에 투영하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물건을 갖고 쓰고 버리게 됩니다. 그 중에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게 되는 물건들이 있고, 아쉽게도 잃어버리게 되는 물건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들에게는 우리 각자에게는 용기를 주고 마음을 다스리도록 하기도 하며 대화 상대가 되어주기까지 하는 것들이죠.
<구경꾼들>은 손 때가 묻은 가구에 붙어 있는 스티커까지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그 것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이내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사람의 시시한 일과까지도 굳이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그 사물과 개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끌어들임과 밀어냄을 반복하면서 엉뚱한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운명이 만들어 지는 지 보여주겠다는 듯이 말이죠. 마치 진실을 파헤치는 기분이 들자 처음 소설을 읽을 때의 그 산만한 기분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흡사 너무 가까이에서 하나하나의 점을 보면 눈이 피로하다가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면 하나의 멋진 그림이 되는 모자이크를 보는 것 같이 말이지요.
소설들에는 꼭 멋진 표현들이 있기 마련이지만은, 저는 등장인물이 자다 문득 깨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 고요한 침묵에 놀라서 깼노라고. 추억에 잠긴 등장인물이 걷는 발걸음 사이사이 추억이 스며들고, 초코파이를 마쉬멜로우만 남기고 조심스레 먹은 다음 혀 위에 살포시 올렸을 때 그 간지러운 느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모님과 형제들과 커가면서 만나게 되는 친구와 동료들에 관한 이야기를 사소한 사물의 속삭임까지도 아우르며 이야기 하는 것이 어쩌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구구절절이도 가족의 내력담을 이야기 하는 <구경꾼들>은 읽는 이들을 스스로 주변을 새삼스레 둘러보도록 하는 구경꾼이도록 합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신문기사로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이 세상에는 1초에도 수십만번씩 생겨나고 있지 않습니까.
여행할 때 읽는 책으로는 정말 이만한 책이 없겠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책을 탁! 덮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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