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후추나 월계수 입은 한 번 사 놓으면 한참을 가는 것 같다. 보쌈이나 돼지갈비, 닭백숙 같은 마음 먹고 몸보신 요리를 할 참이면 잡내를 잡는 용도로 제일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파마늘생강일테고.
동네에 큰 마트가 생기면서 세일을 하는데 목록 중에 돼지고기 수육감이 한근에 6900원이라길래 별러서 사왔다. 다양한 부위가 있었는데 이날 따라 목살부위로 된 것으로 골라왔는데 기름이 적어서 덜 부드럽더라도 좀 담백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일단 번거로운것 싫고 흉내만 내는 요리 스타일인지라 최근 사두었던 전자레인지용 찜기를 활용해보았다.
넓적한 고기 한근을 통으로 넣고(덩어리를 길죽하게 등분해서 넣는게 좋았을 것 같다.) 위에 향신료될만한 재료들을 올린다. 파 1/4개, 마늘 2 개, 생강 반 개와 통후추 몇알, 월계수잎을 올리고 아래층에는 물을 넣어 뚜껑을 덮어두고 전자레인지를 10분 돌렸다.
무게가 있고 오랜 시간 전자레인지에서 열을 받기 때문에 전자레인지 용기가 다소 위태로웠지만 어쨌거나 촉촉하게 익었다.
겉 면이 바삭한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세로로 길쭉하게(김밥처럼, 단면이 보쌈 사이즈가 나올 수 있도록) 등분하고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로 20분 정도 돌려주었다. 전자레인지 10분, 에어프라이어 20분으로 총 30분
냄새도 나지 않고 고기 굽느라 번잡스럽지 않게 고기 한 근을 한 번에 썰어 내었더니 남편은 결과물의 맛에는 만족스럽지만 엄밀히 말하면 수육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어허 참.
어쨌거나 남편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나중에 다시 한다면 수정할 점! --> 에어프라이어(20분)나 후라이팬으로 먼저 겉면을 익혀주고 전자레인지 찜기(10분)로 돌리는 것이 수육 본연의 모양새가 더 잘 표현될 것 같다. 즉, 겉면을 바삭하고 먹음직스러운 갈색 빛깔로 구워주어 육즙을 잡아준 다음, 찜기로 수분감이 충분하게 속까지 촉촉하게 익혀주는 것이다.
처음 고기 깔고 돌리는 것 외에 나의 노동력은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고기가 익을 때까지 곁들일 이런저런 것들을 준비하면 된다. 밥도 앉히고 쌈장이나 밑반찬 그릇에 담고, 이수영의 평생된장찌개도 끓이고, 묵은지도 씻어서 참기름에 양념을 조물딱 무쳐 내고, 모듬쌈 구성지게 씻어 내면 구색이 맞춰진다.
처음에 비계 부분을 떼어 내고 했더니 고기가 살코기 위주이기는 한데 그래도 구워 먹는 것 보다는 확실히 촉촉하고 맛이 있었다. 찌고 구웠더니 고기도 야들야들해서 아이도 잘 먹었다.
뜨거워서 썰 때 좀 두툼하게 썰었더니 몇 개는 젓가락으로 찢어서 먹는데 잘 찢어지고 나름 지방 부분도 있어서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나중에는 파, 양파를 더 많이 넣어서 곁들이기 좋게 해볼 생각이다.
시댁에서 가져온 묵은지가 여기저기 활용도가 높다. 매운것 못 먹는 아이도 참기름 넣고 무쳐주면 잘 먹고 고기에 싸먹기에도 좋으니 말이다. 아삭한 식감에 고소한 향이 밥반찬으로도 좋고 고기와도 잘 맞는다.
보쌈용 김치가 없어서 다소 아쉽기는 한데 나중에는 알배추에 양념해서 구색을 좀 더 갖춰 남편의 코를 눌러줘야겠다.
이왕 먹는거 손쉽게 먹은것 처럼 먹고 잘 살아봐요.
묵은지 목살 수육도 맛있고 막걸리로 만든 수육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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