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저런 자그마한 기대가 사글어들어 마음이 참 둥둥 떠다니던 며칠을 보내고 나니, 이렇게 또 가을이 와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듭니다.
무엇이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음은 저만치 앞서 가게 됩니다. 새롭게 자리잡은 혜화동에 익숙해져 간다는 것은 돌아돌아 굽이굽이 골목길을 기꺼이 헤맬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고, 늦은 시간에도 두렵거나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 것일 겁니다.
가을의 몇차례의 전시 일정이 잡히면서, 그 준비나 계획 그리고 행정적인 서류가 몇차례 오가게 되었습니다. 리타에게도 변화가 생겼다면 문화기획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전시기획이라는 부분에 대한 공부가 큰 부분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 중에 만난 김준성 작가는 제게 여러가지를 깨닳고 생각하게 만든 작가입니다. 그림을 대하는 진지함이나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대화를 이끌어 나갈 때에 똑 똘어지는 시선은 준비가 덜 된 사람이라면 주눅들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내성적이라고 해도 그래도 친근한 태도를 가진 리타라도 그런 작가님 앞에서는 다소 어색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작품 설치중인 김준성 작가님.
조금 변화를 주어 설치해보았어요.
다음 전시까지 얼반소울의 빈 벽에
작가님께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걸어주셨습니다.
일본에서 공부한 9년, 돌아온 지난 3년.
마치 작품과 닮은 것 같은 그 똑떨어지는 표정과 말투와 어휘.
정염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가을. 인연을 만들었던 얼반소울에서
다시 한해가 지나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보여주신 작품으로는 기존 작품들보다 여백이 살고, 움직임도 생긴 느낌입니다.
정염이라고 이름붙여진 지난 작품들.
물들이며 번져 나가는 그 선들이 이제 생기를 머금게 된것인지 궁금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들은 그들에게의 호감이 작품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김준성 작가님의 또렷함과 경계를 지워나가며 번지는 스며듦으 미학도
점점 좋아지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11월, 좋은 전시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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