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며 파일이며 다이어리, 파우치 등 여럿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매는 가방을 보부상 가방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 가방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핸드폰, 차키, 지갑, 단행본 책 한권 정도 들어가는 간편한 크기의 가방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집앞 카페에 가서 카페놀이를 하거나 산책겸 동네 한바퀴 돌 때나 장보러 갈 때나.
딱 적당한 사이즈의 가방을 발견해서 당근으로 재빨리 구매한 빈티지 구찌 가방이다. 단행본 정도 들어가는 크기에 자가드 부분은 멀쩡하고 금속 부분도 변색이 적어서 들고다닐만 해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검은색 가죽이라 잘 드러나지 않아 판매자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마모된 부분들이 눈에 걸렸다.
가방 밑부분의 네 모서리 부분은 다행히 천이 아니라 가죽부분이고 염색부분만 살짝 닳은 상태였다. 가방 윗 부분 가죽 부분도 손잡이 등 마찰에 의해 칠이 벗겨진 상태고 손잡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워낙 가방 사이즈도 그렇고 페브릭 부분이나 내부도 깔끔하고 지퍼나 수납공간, 안쪽 버클, 디테일 등이 잘 만들어진 것이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라 마음에 들었다. 가방 끈 길이도 적당해서 토트나 숄더로 사용하기 좋아보였다. 워낙 저렴하게 사왔으므로 실망은 잠시 접어두고 잘 손질해서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죽 부분 낡아서 검은 부분이 하얗게 드러나듯 닳은 부분만 검은색으로 염색하면 쓰는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쿠팡에서 가죽 가방 염색약을 검색해서 리뷰도 읽어보고 가격도 생각해보면서 구매했다. 로켓배송으로 다음날 바로 도착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내가 선택한 것은 두개 한세트였다. 무료 배송으로 묶인 것인데 한개씩도 판매를 하고 있다. 검은색이라 색깔 맞추기가 용이했는데 독특한 색상의 가죽이라면 색상 맞추기가 힘들것 같으니 셀프 염색은 신중하게 해야 할 듯하다.
매니큐어식으로 되어 있는 제품이라 안에 염색약을 바르는 솔이 내장되어 있어서 사용하기 쉬웠다. 소싯적 손톱에 매니큐어 바르던 경험을 되살려 아랫쪽 모서리 부분 닳은 부분부터 발라보기 시작했다. 상품 리뷰에서 빨리 마르므로 소량을 재빨리 바르고 덧바르면서 주변과 색이 구분되지 않게 그라데이션하듯 펴나가는 방식으로 바르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신속하면서 신중하게 발라보았다.
광택이 도는 가죽 제품에 잘 맞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잘 염색이 되었다. 몇 분이면 금새 마르는데 다른 옷이나 생활에서 이염이 되는 것이 신경이 쓰이므로 며칠은 더 두었다가 사용할 생각이다. 상품 설명에도 8분 정도면 마르지만 7일 정도 확실히 말려서 사용하라고 하였다.
색만 살짝 바랜 느낌은 광택까지 살려서 염색이 되지만 거칠게 마모가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새것처럼은 되지 않는다. 검은 색으로 가려서 잘 눈에 띄지 않게 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코팅제나 다른 약품이 더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제품을 추가로 이용하면 될 것 같지만 나는 간소하게 염색하기로 하였다.
자주 마찰이 되는 손잡이 부분과 가방 입구 부분의 색이 닳은 부분에 가죽 염색약으로 덧발라가면서 발랐다. 바닥에 염색약이 튀거나 가방 패브릭 부분에 튀지 않도록 조심해서 덧발라주었다.
염색약을 바르다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오래되어서 가죽이 낡아 광이 빠진 옆 부분이나 아래 부분에 넓게 칠해가면서 광을 살려보았다. 또 상단 윗부분 색이 바랜 부분도 넓게 도포해주고 한번더 해주었더니 티가 덜 나서 더 살아나는 것 같았다.
두툼한 책을 넣어서 모양을 잡으면서 잠시 말려두었다. 손질을 좀 해서 그런지 처음 사왔을 때 보다 가방이 마음에 드는 것이 아무래도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자연광에 비추어 보았더니 별달리 눈에 걸리는 부분없이 무난하게 들 수 있는 가방이 되었다. 희끗희끗하게 낡았던 부분이 정리가 되니 금장 로고와 구찌 시그니처 패턴도 눈에 잘 들어왔다. 이제 보니 금속 연결고리마다 디테일이 더 마음에 들었다. 가벼운 복장에도 무심히 잘 어울릴 것 같아 흡족한 결과물이었다.
사둔 가죽 염색 매니큐어로는 가죽 구두나 다른 가방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잘 보관해두고 사용해야겠다. 물건을 잘 고쳐서 쓸 줄 아는 것에서 오는 기쁨도 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방을 들고 자주 책읽으러 도서관에 가야겠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비로소 일상의 전환 > 리타 솜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엠산부인과 런치파티 다녀왔습니다. (0) | 2017.05.12 |
---|---|
라미 만년필 잉크 패키지 디자인에 새삼 놀라다 (0) | 2016.10.13 |
안산 BM산부인과 첫 임신과 출산 그리고 산후조리 (6) | 2016.08.04 |
아기 이유식, 돌 전에 먹이지 말아야 할 음식 (0) | 2016.08.01 |
리타의 임신출산 10개월 요약 정리 (0) | 2016.07.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