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행동을 디자인하다, 기꺼이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
옆구리를 슬쩍 콕하고 찍어 똑똑한 결정을 돕는다는 행동 경제학의 <넛지>개념을 보다 친숙한 곳으로 끌어왔다.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목적 이외에 다분히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만족을 통해 일상속에서 우리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서가 바로 <행동을 디자인하다>다.
많이 알려진 남성 화장실 소변기의 파리나 피아노를 닮은 계단은 '화장실을 깨끗하게 씁시다' 혹은 '건강을 위해 계단을 이용합시다'라는 지루한 문장을 일순간에 놀이로 만들어 놓는다. 우리는 화장실이나 내 건강보다는 내 행동이 어떤 상호작용을 만들어 내는가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냥' 그것을 해볼 뿐이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문화기획 강의에서 자주 예로 삼는 톰소여의 일화(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을 놀이로 둔갑시켜 친구들이 직접 동참하게 만들기)도 행동디자인과 연관이 있다. 담장을 깨끗하게 페인트칠 해두려는 본래 목적의 '노동'은 친구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대신 그들이 직접 붓을 들고 나무의 결을 따라 집중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싶어 너도 나도 하고싶어 하는 체험활동이 되고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처럼 원래 목적과 행동하는 이들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은 행동디자인의 큰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행동을 다른 의미로 전환시켜 그 심리상태조차 달리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원래의 목적이 꼭 숨겨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원래의 목적을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선의의 본래 목적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재미와 흥미로 기꺼이 움직인 행위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행동 디자인에는 여러가지 개념이 함께 작용한다. 우선 몰입과 관련한 내용인데,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즉, 몰입하여 행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부담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너무 간단하고 유치한 것은 실증이 나기 쉽고 그래서 반복적으로 행동을 유도하기 어렵게 된다. 반면 물리적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행동은 소극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불러일으키기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행동 디자인은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특성과 행위를 일으키는 장소의 특성을 잘 관찰하여 설계하고 수정해 나가야 한다.
어포던스라는 개념도 등장하는데, 이는 행동유발성이라고 해석된다. 사람 신체의 구조와 감각기관의 능력, 삶을 영위하면서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장치를 마련해서 그 행동을 하도록 은근하게 이끄는 것이다.
한편, 아날로지라는 개념은 맥락적, 문화적인 경험을 떠올려 그와 관련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어포던스와 비교할 때 덜 직관적이미지만 같은 문화권의 같은 사회, 역사적인 맥락을 공유하는 이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디자인해볼 수 있다는 면에서 강력한 행동 유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이부분을 주목했다. 문화활동을 하고 그 안에서 개인적 만족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공동체의 공익의 목적을 가진 여러가지 문화이벤트를 기획할 때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 주제를 대상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데 유용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행동 디자인은 문제해결을 위한 감각적이고 심리적인 전략수립이다. 또 사람들의 감각기관에 의해 인지되는 감정을 통해 직관적이거나 경험적인 행동을 스스로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하여 움직인 것이므로 만족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술을 들어거나 많은 비용을 들인 광고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비용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도전의 측면에서 게임요소에 대한 고민을 해볼 것, 어떤 보상을 예상할 수 있을 지를 떠올려볼 것, 사회규범이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여 행동을 예상해볼 것, 오감을 활용할 수 있는 행위를 설계해볼 것 등 흔히 문화기획자들이 하는 고민을 '행동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엮어 볼 수 있었다는 점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는 충분했다고 본다.
제법 많은 인사이트를 주지만 책을 얇아서 출퇴근길 하루면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나서 여러가지 공상을 하는 부작용은 감수해야만 한다.
저자 마쓰무라 나오히로 홈페이지 http://mtmr.jp/en/
행동디자인과 마케팅을 주제로 한 논문 https://www.aaai.org/ocs/index.php/SSS/SSS13/paper/viewFile/5716/5981
디자이너의 UX관점의 글 http://thought.hitoyam.com/entry/2015-12-15-triggercategories
지금까지
문화기획, 문화와 공간을 연구하는 비로소 소장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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