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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해 전인가 쇼박스 기획담당자 분께서 야구영화를 준비 중인데 구단들과 조율할 부분이 있다고 했어요. 두산이랑 몇몇 구단 말씀을 하셨는데 고릴라가 주인공이라고... 그때 아마 곰이랑 고릴라랑 매치가 잘 되니깐 두산이랑 잘 어울릴거라고 이야기 오간 적이 있었습니다. 뭐 그보다는 홈구장이 서울이어야 하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테지만요. 

 

영화를 보고 나오니까 그 때가 생각나네요. 그만큼 오랜기간 준비되어 온 영화라는 것(모든 준비가 끝나고 제휴할 구단등 업체와의 조율을 준비하는 것이 2년 전이었으니까요)이 영화가 역시 규모의 경제로 만들어지는 문화산업이구나 싶습니다. 

 

일요일 오후이니 아이들이 많은 시간인것을 염두하더라도 극장에는 12세 관람가가 무색할 정도로 '엄마 어디가'로 따라나선 7-8살 아이들도 보였답니다. 갑자기 예전 <포뇨>를 보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주제곡을 따라 합창하던 어린이들의 동심과 함께 말이죠.

 

중국과 합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답게 주인공은 <장강7호>에 나왔던 서교라는 중국 여배우와 우리나라의 성동일이 되었습니다. 물론 미스터고라고 이름 붙여진 주인공은 당연히 고릴라인 링링이구요. 그러고보니 고릴라라서 미스터 고였던가요?

 

동물과 아이가 등장하는 많은 영화들, 그리고 그 동심과 순수함을 짓밟으려는 악당들 하지만 결국에는 순수한 어린이들의 동심이 이긴다는 전형적인 동화적 영화입니다. 고아들만 모여 사는 서커스단이 마련된 연변의 아름다운 배경도 그러하고(물론 국내에서 찍었다고 합니다만) 다큐형식으로 링링과의 인연을 엮어 펼쳐지는 영상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미스터 고'는 타이틀롤을 맡은 고릴라에게 더욱 무게를 두었습니다. 이전 아이와 동물이야기가 아이들의 어른스러움이라든지 신통방통한 능력이라든지를 부각시켜 동물은 그의 동반자이거나 돌봄을 받고 가끔은 보은을 하는 존재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미스터 고'는 처음부터 웨이웨이를 돌보는 수호신처럼 등장합니다. 웨이웨이의 부족한 부분을 말없이 채워주는 엄마와 아빠같은 역할을 해 온 것이죠. 조련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되어 항상 주변에 있어왔다는 부분이 감동스럽습니다.

 

얼마전 보았던 '퍼시픽 림'에서도 강조된 바이지만, 나약한 인간의 강력한 무기는 바로 직관과 신념 그리고 희생정신 등과 같은 연약하다 느끼는 감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스터 고'를 통해서 보는 인간은 단지 몸무게가 몇배는 더 나가는 다른 동물을 이성으로서 제압해 온 것입니다. 오히려 불완전한 존재에다가 이기적이고 다른 존재의 사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나중에야 돌봄을 받은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소녀와 동물이 주가 되고 이들을 이용하려고만 했던 인간사냥꾼이 개과천선하는 전형적인 이야기지만 동물이 인간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그야말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잘 새겨두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영화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영화의 실재모습을 박진감있게 담고 일본의 라이벌 구단주의 등장은 극적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합니다.

 

성동일의 제리맥과이어뺨치는 연기도 좋고 링링의 친근한 몸짓도 좋았습니다. 냉혈안의 인간사냥꾼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더니 나중에는 웨이웨이보다 링링을 더욱 잘 이애하는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보였습니다. 링링과의 우정 딸같은 웨이웨이를 꾸짖는 무뚝뚝함이 묘한 균형을 주었고 실제 그가 살아온 빡빡한 삶을 투영하는 것 같아서 수긍가는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바나나를 건내는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고릴라가 내게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저 높다란 전광판에 올라가 너른 하늘 원없이 올려다보는 것이 하나도 두렵지 않을텐데말이죠.  

 

원하는 대로 영화가 흘러갔다고 안도한 많은 엄마들, 링링 인형이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아마 이영화는 '못먹어도 고'가 아닐까요?

3D기술도 참 그럴듯했고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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