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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페낙의 장편소설 <독재자와 해먹>은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는 예리함과 구체성이 있습니다. 외국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해는 아무래도 그들의 문화와 역사가 존재하므로 모든 것을 나눌 수 없는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 대한 또는 지금의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정치적인 뉴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제발 허구로. 상상적인 것과 실제 체험을 뒤섞은 글은 정말 사절이에요. 당신이 그런 식으로 나간다면 결국에는 나 자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의심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이야기가 필요로 하는 것, 삶의 앙금들, 공상하다 우연히 떠오르는 것들, 변덕스런 기억의 비밀들. 사건들, 독서, 이미지, 사람들...... 이런 것들 사이의 예견할 수 없고 필수불가결한 조합에 의해 인물들이 태어난다.”


위에서처럼 작가는 소설 속의 인물의 입을 빌려 자신의 소설이 현실과 상상적인 것들이 뒤섞이어 만들어 내는 것임을 자백합니다. 다행이도 우리는 많은 미디어를 통해서 그동안 인류가 축적해 온 다양한 meme을 익히게 됩니다. 그래서 공통의 맥락을 만들고 작은 어조하나, 뉘앙스의 변화 그리고 애티튜트 하나에 반응하게 되죠. 그래서 한번도 우리말을 해보지도 않은 작가의 소설을 우리가 읽고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합니다. 아마 지금처럼 시공간을 휘저으며 공통된 경험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그저 정신사나운 습작에 지나지 않았을거에요.


그래서 이러한 현실에서의 꽤 유명한 공통적 경험(이를테면, 찰리채플린의 영화를 보거나 브라질의 아마존 개발 그리고 각 나라의 독재자들에 대한 뉴스)이 소설을 발전시켜 나가는데 아주 힘을 실어 줍니다. 그래서 굳이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우리는가 <독재자와 해먹>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남미의 바나나리퍼블릭의 말도 되지 않는 독재자가 낯익도록 하죠.


이렇게 편리하게 만들어진 소설이기에 다소 무모한 여행기같은 이야기보다는 그 이야기를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형식의 미'가 <독재자와 해먹>의 매력이라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천재적인 형식만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어쩌면 소설이기에 가질 수 있는 날카로운 풍자와 세련된 각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20년 혹은 1940년대 뿐만 아니라 이 책이 쓰였던 십년전을 지나 바로 지금에도 발휘합니다. 

지난 주에는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형이 구형될 것이라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지난 봄 국민들의 시위에 화력을 동원하여 많은 국민들을 죽음에 몰아 넣은 것이 그 죄목이며, 집권한 30년 동안 많은 탈세와 부정을 저지른 그에게 국민의 시선은 차갑고 냉정하기만 했죠.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그의 할아버지와 닮은 방법으로 권력 승계를 한다는 뉴스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세계 곳곳에는 소설에서 지금 바로 뛰쳐 나온 독재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거꾸로 우리의 지금 사회를 이 소설을 통해 본다면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소설 속의 이발사와 독재자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농민들이 곧 권력의 허수아비들과 무능한 대통령 그리고 국민으로 치환된다면, 그래서 처음부터 가짜 독재자의 등장을 알았던 농민들이 그들의 독재자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는가를 쭉 지켜보았던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짜 대통령이 잘못을 저지른다면 당연히 우리가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죠. 

소설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해본 것은 과연'나꼼수'의 영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WRITTEN BY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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