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의 맛>은 리타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는 아닙니다. 아는 분은 아실테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밝은 로맨틱코미디 혹은 실험적이고 다소 기발한 주제의 영화에 혹!하는 지라, 임상수, 박찬욱류의 영화는 챙겨보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김지운이면 모를까.
그렇지만, 이날따라 <백설공주>의 화려한 수백벌의 드레스 구경을 마다하고 조금 어둡고 침침한 영화와 진득한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였는지.
<하녀>의 30년 후의 이야기라고도 하던데, 사실 <하녀>도 보지 못했기에 어디서 어떻게 그 맥락을 만들어 내었는지는 이제야 또 궁금해집니다.
<돈의 맛>은 <타짜>에서 처럼 ‘돈돈’거리지는 않습니다. 산속 도박장에 쓰레기더미처럼 널려있던 돈들은 <돈의 맛>에서는 꼼꼼히도 잘 묶여서 블록처럼 쌓인 형태로만 등장하죠. 그래서 돈이 돈 같지 않고 그 금액도 감이 잡히지 않는 그야말로 ‘넘사벽’인 경지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나는 꼽사리다>라는 팟캐스트를 들어서인지 경제관련한 비리들에 대한 의혹들이 겹치면서 비단 영화속의 이야기만은 아닌듯도 하여 씁쓸한 ‘맛’이 들더군요.
제목에서 ‘맛’을 들고 나와서 자연스럽게 ‘씁쓸하다’가 나옵니다. 그래서 그런것인지, 영화에서는 이름도 모를 와인이 주구장창 나오죠. ‘묵직하고 드라이한’쯤으로 해석되는 비싼 와인들. 돈의 씁쓸함을 대변하는 동시에 사치와 허영의 상징이기도 한 와인입니다.
그래도 영화는 영화인지라 또 감각 중에 제일은 시각인지라 색상에 대한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붉은 색이었죠. 와인도 적포도주만 나오기도 했죠. 포스터에서도 전체 색조가 붉은 색이었고 실제 영화 속에서도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횃불이 곳곳에 등장하고있습니다. 윤회장이 욕조에서 자살을 할 때의 그 강렬한 핏빛은 붉은 색의 정점이라고 할 만했죠.
붉은 색은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색 중에 가장 파장이 긴 것입니다. 파장이 길다는 것은 걸림돌을 많이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다른 색들에 비해 더 멀리까지 전해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강렬하다 느껴지고 또 주목성이 크기에 주의를 요하는 곳에 붉은 색을 쓰게 되는 것이죠. 바로 그 강렬하고 주의요망을 바라는 것이 돈이 아닐까요.
솔직한 심정으로 영화는 김효진과 김강우의 풋풋함이 이 영화의 흥행에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는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거라고 봐요. 돈에 미친 세상에서 기적적으로 제정신 탑재한 김효진의 사랑스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으며, 주인공답게 한때 유혹에 흔들리기는 했지만 멋지게 제정신 차리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운거야라고 자조할 수 있게 했잖아요. 또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는 눈을 뗄 수 없는 각선미와 근육!
리타가 참기 어려운 장면이 몇 개가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버틸만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돈의 맛>의 여운이 느껴지는 것은 이 장면때문입니다. 윤여정의 ‘강함’이 돋보인 연기의 축을 따라 백윤식의 모욕적 인생의 후회와 자조가 얼기설기 씁쓸하게 미끄러져 갈 때, 급기야 에바가 죽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닮은 소름끼치는 경험을 김강우가 처하게 되었죠. 숨이 막히는 순간 발버둥치고 입으로, 혀로 목숨을 향한 소리없는 절규를 지켜보는 그 몇 초. 바로 이 장면이었죠.
가끔 온 몸으로 봐야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맛이든 소리든 형태든 감각을 통해 전달된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합체하고 객석을 나선 이후에도 혀에서, 눈에서, 귀에서, 목덜미에서 그 영화의 잔상이 살아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영화를 보러 들어가는 것이 꺼려졌던 것은 아닐까도 싶네요.
<돈의 맛>은 리타같은 초딩입맛에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풍자와 자조섞인 웃음도 곳곳에 등장하고 야한 장면들은 몰래 지켜보자는 심산을 충족하기도 하죠. 여자분들도 나름 볼 수 있는 정도의 불편함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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