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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골목>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꽃을 피우다!

by feelosophy 2012.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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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역과 영등포역 사이의 문래동은 섬같은 곳입니다.

 

신도림은 자우림의 노래에서 흘러 나오는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쇼를~’하는 가사는 출퇴근 시간의 넘쳐나는 직장인들의 수를 짐작하게 하게 합니다. 또한 영등포는 여의도로 건너가는 길목이기도 하고, 철도편이 있어서 장거리 여행객들이 드나들기도 하는 활기찬 곳이죠.

 

그런데 신도림과 영등포 사이의 문래동은 왠지 ‘섬’같은 곳입니다. 그것도 갈라파고스 섬쯤 되는 것 같은 그런 주변지역과 다른 이질감과 호젓함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철공소골목이 주는 거칠고 시끄럽고 어수선한 이미지의 울타리 안에 머리를 열고 마음을 젖혀야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예술의 흔적이 나부끼는 묘한 조화가 있거니와 그들과 문래동네 주민을 엮어보려는 대안공간들의 야생 동식물같은 다양한 활동이 조용히 꾸물꾸물 피어오르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만 또 아는 것이 비밀입니다만.

 

 

 

문래예술공장에서 MEET프로젝트로 진행된 것들 중에 정호윤 감독의 문래동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물이 마침내 세상에 첫 선을 보이는 자리가 문래동 대안공간인 <정다방 프로젝트>에서 열렸답니다.

 

 

 

 

고목에 날아들어 증식해 나가는 포자처럼 문래동에도 알게 모르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창의적이고 멋들어진 작품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걸 제목으로 삼은 것이 바로 ‘Dream of Bed Log'입니다. 우리 제목으로는 <몽상골목>이구요.

정호윤은 이 다큐에서 문래동 골목골목에 아름답게 숨쉬는 포자들을 찾았습니다. 철공소 사장님들, 예술 작가들, 대안공간을 운영하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문래동을 수상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스트립쇼를 감행한 것이죠.

 

 

 

철공소분들은 짧게는 십여년, 길게는 삼십여년을 일해온 터전이 ‘문래 예술창작촌’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그렇게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그분들은 오히려 철공소에서 일하면서 만드는 것들도 하나의 예술품이고 같은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가장 활발하게 공장들의 기계들이 움직였지만 이제는 세월의 흐름에 의해 이제는 다소 추상적이고 어려워보이기도 한 작업을 하는 예술촌의 이미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구요. 다만, 그들과 철공소분들의 조화로움이 있다면 문래동이 더 문래동 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 중에 작업실이면서 거주공간으로 문래동에 자리 잡은 분들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오붓함이 있고 편안함이 있어서 문래동에 머물고 있다는 말은 그들의 작업활동만큼 일상과 인생이라는 것에 문래동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엿보도록 합니다. 섬과 같은 곳에서 또 이렇게 일상을 온전히 보내보고 싶은 그런 공간으로 문래동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이 자리잡으면서 또 그들이 문래동이라는 곳에 대하나 애정이 생겨나면서 개인의 작품활동에 지역을 연결하는 작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런 움직임을 담는 공간이 바로 대안공간들이 아닐까 싶어요. 리타도 그동안 문래동에 있는 정다방, 내방, 솜씨, 문, 이포, 빛타레, 랩39 등 여러 공간들을 다니면서 그 공간만의 개성과 쓰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는데요. 각 공간을 열게 된 배경과 운영의 철학에 대한 인터뷰내용은 그간의 생각을 다시한번 정리해볼 수 있었답니다.

 

 

문래동에 앉아 있다보면, 수상한 사람들이 다닙니다. 바로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사람들이지요. 철공소는 주말에는 쉬기 때문에 셔터문이 내려간 집이 많은 데 그 사이사이로 독특한 이미지들이 고개를 내밀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평일에도 등장하는 이들도 가끔 있습니다. 이들에 의해 쇠를 깎는 날카로운 소리와 번쩍번쩍 튀는 불꽃을 담은 냄새나는 사진이 찍힙니다. 그 모두들에게는 이 수상한 골목이 바로 문래동이었지만, 이내 문래동만의 매력에 빠져 다시금 더이상 수상할 것 없는 곳인양 교감을 만들어 나갑니다.

 

 

 

 

 

일제 시대 이후로 공단이 들어서면서 문래동은 거친 삶의 현장의 이미지가 커져 왔다가, 경제개발 계획에 의해 공장단지가 다른 지역에 생겨나면서 많은 업체가 이동하기도 했죠. 공단이 쇠락하고 조만간 재개발이 되면 문래 3~5가 지역의 철공소들이 사라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리타는 오늘 오후, 문래동에 원룸 월세 가격이 얼마인지를 검색해보았습니다. 그곳에 살지 않으면서도 매일매일을 찾게 되고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자그마한 칼국수집을 좋아하고, 들어앉아 커피를 마시는 일상이 하나의 기록물이 되야만 할 것 같은. 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이유였을 겁니다.

한편, 지금 살고 있는 나의 동네에 대한 애정이 조금 덜하다는 것이 미안할 정도인.

 

문래동의 독특함의 비밀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오히려 그래서 비밀이 되고 우리의 아지트가 되겠지만, 또 이런 생생한 느낌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마음에 듭니다. 다소 과감한 내용이 들어가기도 하고, 또 몽롱한 듯한 화면 한 둘 쯤 직접 보고 싶으시다면 연락주세요~ DVD를 구해보실 수 있도록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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