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나의 힘!
평소 저의 모토입니다.
그 중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몬스터주식회사>는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죠. <하울..>에서 갑자기 마법에 의해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한 소녀, 소피가 저주로 바뀐 노쇠한 몸에 좌절하기는 커녕 당당하게 운명에 맞섰던 것이 저에게는 큰 위안이되었습니다. 저는 사소한 일에도 좌절하고 온갖 세상 힘든 일은 모두 나혼자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이 잦았거든요.
한 편, <몬스터..>는 내적 아름다움이 험악한 외모를 압도한다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도 물론이거니와 벽장 문을 열면 그 속에서 무엇이 나올까 하는 오래된 호기심을 흥미롭게 증폭시켜준 재기발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생각해보니 <하울..>에서도 열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나오는 마법의 문이 등장하기도 했었군요.
어쨌든, <쿵푸팬더2>도 앞의 두 애니메이션과 같은 극복과 모험의 카테고리에 기억해두고 싶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실 <존재>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르트르의 심오함보다는 사춘기를 맞은 친구들이 문득, '나는 누군가'하는 질문을 갑자기 하게 된 것에 더욱 관심이 가게 됩니다. 그래서 나와 다르지 않은 그 보통 이하의 캐릭터의 입신과 양명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를 끄는 것이었겠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과연 나는 뭔가 하는 생각을 해볼 것입니다. 어쩌다가 별다른 인생의 굴곡 없이 잘 살아온 사람이야 그 임팩트가 다소 크지는 않겠지만, 출생의 비밀을 알았거나 감당하기 벅찬 시련에 닿았을 때 이런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죠.
중국을 배경으로 동양적인 냄새가 가득한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계 여성 연출가의 작품으로 더 이슈가 되었죠. 그래서 그런지 음양오행설이나 내면의 평정을 강조하고 자아를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아야 하는 등 마음껏 동양의 가치를 내세우면서도 서양의 눈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드러내었습니다.
한편, 눈물샘을 자극하던 장면 중 아기 팬더가 자기 엄마를 부를 때, 정말로 '엄!마!'하는 것 같았습니다.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언어로 <엄마>를 넣었다면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니 우화가 그러해왔듯 동물들이 인간처럼 말하고 먹고 걷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에 빗대면서 인간들을 풍자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면서 전통적으로 명예롭게 생각해오던 것들이 묵살되는 그런 역사라든지, 사사로운 신념으로 선량한 사람들을 몰살한 것이라든지 하는 것이죠. 참 씁쓸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영화라면 나타내기 힘들었을 각 캐릭터의 특징을 다양한 동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간편하게 드러냅니다. 당랑권, 학익권, 사권, 호권 등 그 유명한 쿵푸기술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천하고수들이 등장하고 적대적인 캐릭터로 늑대들이 개걸스럽게 돌아다니도록 설정합니다. 누가봐도 악당들이다싶게 생겼죠.
그 예언자인 산양(?)은 참 캐릭터 잘 잡았다 싶습니다.
1편이 거위아버지를 친 아버지로 여기고 오로지 쿵푸를 좋아한 나머지 가장 큰 적수인 수많은 계단을 올라서는 장면에서 미숙함과 어리석음 혹은 평범함의 극치에서 영웅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이번 2편은 본론격입니다. 사실 1편보다 나은 2편을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 이번 <쿵푸팬더2>는 감히 전편보다 더 흥미가 넘치고 이야기 흡입력이 기가 막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2편에서는 용의 전사가 된 포가 자아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거위 아버지가 친 아버지가 아니고 낯선 이들에게서 먼 옛날 어슴푸레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 것이죠.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서 온 것인가' 자신을 찾고 그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혼란을 겪고 주변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돼지마을과 토끼들의 옆마을을 지나 공작들이 지배했던 공맨성에서 자신의 출생의 슬픔을 깨닳게 되는 과정이 참 극적이었습니다.
대개의 영웅을 다룬 영화와 달리 의외의 모습들(비장하게 역공을 알리는 모습에서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폭소를 일으킨다거나, 마치 먹고 배설하는 듯한 모습으로 악당을 처리하는 모습이라던지...)이 많이 등장하고 악당을 소탕하는 영웅들의 타이밍 절묘한 기막힌 화합이 볼만합니다.
철로 절대 무기를 만들어 낸 악당 셴에 맞서 자신의 친구 등과 쿵푸를 지켜내고자 하는 큰 흐름에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당당히 맞서는 철학적인 모습이 녹아들어 애니메이션의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포의 모습은 어느덧 당당히 영웅의 모습 그것이 되어 있었던 것이죠. 동양의 모순과 같은 깨닳음과 실천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말이죠.
줄을 타고 하늘 꼭대기로 오르고, 마치 카트라이더 게임을 보는 듯한 추격전이며, 팡팡 날아드는 포탄의 모습까지도 3D를 최대한 느낄만한 요소들을 갖추었고, 포의 회상씬에는 담백한 2D어설픈듯한 기법의 영상으로 대체하거나 공멘성의 비극을 돌이키는 이야기에는 셰도우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화면구성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기도 했습니다.
목소리연기를 한 잭블랙, 안젤리나졸리, 더스틴호프만, 성룡등이 출연하면서 그들이 가진 고유한 캐릭터를 충분히 반영하였다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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