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스스로에게 그렇게 관대하지 못하다.

특히 나의 오감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공공연히 인정해 왔다. 물론 그동안 노력을 통해서 조금 나아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특히 청각에서는 참 둔해빠진 사람이다.

수업을 들어도 그것을 적어서 눈으로 읽어야만 이해가 되는 사람인데, 그래서 그런지 노래도 그 가삿말이나 부르는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그들의 포퍼먼스를 봐야하는 것이 나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 대중의 평균 그 정상곡선의 한가운데 있는 것인지 어쨌거나, 퍼포먼스가 넘쳐서 그 화려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다양한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고, 이제는 나도 웬만해서는 그들의 군무와 옷차림에 놀라지 않게 되었다. 점점 무심해진다고나 할까.

 이러한 무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점점 비슷한 무대가 늘어나고 어느순간 비슷비슷한 이들이 한시간동안 무대를 채우는 것에 대해 우려가 커지는 것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조금씩 질리고 말아서 더이상 이러한 노래를 듣지 않았을 때,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여기에 대한 반작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려한 가수들과 달리 너무 순수하고 담백해서 보통사람보다 더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한 아마추어들이 영웅되는 과정을 담은 프로가 인기를 끌어왔다. 외국에서 건너온 이러한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에서 케이블에서 시작되었고, 작년에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미운오리 백조되기'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지상파 방송에서까지 많은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다. 출연자들의 개인사가 곁들여 지고 그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라마를 만들고, 보너스로 그들의 공연을 통해 스타가 되어 번듯하게 우리앞에 나오는 것을 통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대리충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나는 7ㅏ수다>는 또다른 발상을 보여준다.

타고난 것이든,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졌든, 왕년에 남부럽지 않은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던 정말 내노라는 자타공인의 실력파 가수 7인이 등장해서 경쟁을 벌이니 말이다. 일단 이러한 조합 자체가 놀랍기 그지 없었다.

오디션프로그램에 익숙한 대중들이 이제는 쿼리티높은(?) 공연을 보면서 한편으로 그들 스타들이 만들어 놓은 고유한 개성들을 얼마나 잘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까지 증폭되어 그 격이 조금은 올라간 느낌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처럼 기획되고 화려함이나 스펙터클로 일탈을 느끼게 하여 나와는 동떨어진 공허한 무대나 평범한 애벌래가 나비가 되는 그 지루한 과정을 기다려줄 인내가 부족한 지 모른다.

그저 가슴에 손을 얹고 내가 가진 온갖 걱정이나 마음 상태에 따라 가수가 진심을 다해 부르는 노래를 통해 위안을 받고 올곧이 나만의 감상을 하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프로그램을 대하는 가수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보는 이들에게 더욱 즐거움을 준다. 누군가가 더이상 이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이상 그들의 숨소리 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김건모가 이야기 한 것처럼, 너무 떨리고 스트레스가 많은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한번쯤은 해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진정한 가수의 자리에서 그들이 가진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그것을 인정받으려는 창조적인 경쟁은 참으로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몇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일단 예능이라는 것 때문에 등장한 개그맨들의 위치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7인의 가수에게 배정된 7인의 개그맨들은 1회에서 자신의 가수들을 후원하기 위한 다양한 멘트를 하는 등, 이전의 리얼 버라이어티프로에서 보여주는 식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2회에서는 가수들을 데리러 직접 운전하고 그들이 편곡가 혹은 스스로 음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인이 되어 있었다. 굳이 그들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자막이나, PD 혹은 한두명의 MC만 있으면 되는 일이 아닐까.

 이것은 두번째 걱정스러웠던 점과 맞물리는데, 그것은 진짜 노래 잘하는 가수들로 뽑힌 이들의 무대를 아무런 방해 없이 듣고 싶은 청중과 시청자들을 위해 2회에서는 가수의 노래 1절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보이고 2절 중간에 짧게 가수의 인터뷰를 넣고 있다. 그렇게 7인이 노래부르는 동안 개그맨들의 역할은 무엇이 될 것인가. 다른 가수들의 염탐? 그들이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지 청중대신 소감을 밝히는 것?

 즉, 기존 프로그램보다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한 시도는 좋았으나, 예능이라고 규정된 틀때문에 개그맨들을 끼워넣고 무한도전이나 우리 결혼했어요 식의 편집방식을 취했다는 것이 앞으로 <나는 7ㅏ수다>만의 색깔을 찾기 위하여 다시 고민해보아야 하는 가장 시급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 몇몇 스포일러가 등장하고 편집이나 운영에 있어서 불협화음이 들려 오는 것이 조금은 걸린다.

방송의 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겠지만, 연출자체가 처음의 틀을 이탈해서 자꾸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면 곤란하다. 그들의 정책을 고수하고 그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열중 한둘이 떼를 쓴다고 그것이 전체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노를 산으로 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7위를 하고 탈락할 것이며,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지, 혹은 다음에 새로이 등장하게 될 가수가 누가 될지에 대한 다양한 추측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무대와 노래로서 사랑받았던 가수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것이 노래와 무대가 아닌 곳에서 공개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청중들로부터 스포일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들이 투표한 것을 돌아간 이후에 개표하고 관계자들은 관련 스포일러를 발설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보안에 신경을 쓴 점이 보이지만, 출연진인 가수와 개그맨들의 SNS나 개인 촬영 일정등이 공개되면서 많은 추측과 소문이 양산되는 것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애시당초 관심받지 못했다면 이러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사실 나는 화면 큰 TV보다 오디오 시설 좋은 곳에서 방송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정변화, 기승전결이 음악에 들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이제야 알고는 바보같은 감상을 하면서 일요일 오후를 보내는 것은 누가 1등인지 누가 7등인지와는 관계가 없다. 7등을 한 가수는 정말 꼴등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긴장감과 서바이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감상과 멋진 음악과 무대를 겨루는 좋은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방청객이 되고 싶도록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무대와 프로그램을 지켜나가도록 팬을 확보하는 것이 길게 가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불협화음들은 좋은 프로그램으로서 길게 가길 바라고 그 과정에 나올 수 있는 당연한 언덕쯤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어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역발상을 한다.

공허한 잘난체보다 공공연한 질타 속에서 성장하고 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트렌드가 있으면 그것과 정 반대의 것도 동시에 관심을 받게 된다.

최근들어 세시봉과 같이 예전의통키타 가수들의 무대가 40대 이상의 세대의 감성과 통했다는 것은 이제 기성세대들이 당신들의 청춘을 즐길만한 여유가 분명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음악의 본연의 기능을 다시 되새기고 그것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새로운 프로그램을 응원하면서, 더욱 과감하고 조금더 치밀한 기획이 있기를... 그리고 개그맨들은 그들의 역할을 찾고 잘 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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