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어둡고 찬 밤을 밝고 따뜻하게!
리타는 고등어를 좋아합니다. 소금 간은 조금만 하고 도톰하며, 노릇하게 구워진 것이라면 밥한그릇 뚝딱합니다. 심심할 때 그저 흥얼거리는 노랫말에도 고등어가 들어간 '한밤 중에 목이 말라~'하면서 시작하는 <어머니와 고등어>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하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특별한 메뉴가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주신 엄마의 장조림 도시락 반찬도 그렇고 고추를 넣어 알싸하게 말아 만든 김밥도 그렇고 쌈장을 풀어 넣고 구수하게 끓인 라면이 그렇습니다.
그런 추억의 음식을 만들어 파는 작은 식당 이야기가 바로 <심야 식당>입니다. 아베야로의 이 소박한 이야기 꾸러미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런 인기가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 만화에 등장하는 소소한 음식들이 우리들에게 결코 낯설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 홍대 앞에 가면 그렇게 많이 늘어서 있다는 이자카야의 분위기도 익숙해진지 오래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밤에만 문을 열고 닫는다는 것이 이<심야식당>의 특징입니다. 리타가 신촌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할 때 즐겨 찾던 친구(황마담이라고 부르고는 했죠. 나중에 아는 형이랑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들어 작은 가게를 열기까지 했거든요.)가 '이곳 분이기는 다 좋은데(구조가 특이해서 어떻게 보면 지하이고 어떻게 보면 1층인 그런 동굴같은 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일찍 닫아서 아쉽다'말을 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곳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동굴같은 벽이 그 음악을 튕겨내듯 울리면 은근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 정말 '심야 식당'의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것도 같습니다. 물론 리타가 심야식당의 주인장처럼 음식솜씨가 뛰어나지도 않고 세세한 재료를 모두 갖추어 놓지 못한 탓에 실현을 시키는 것은 문제가 좀 있었겠지만 만화를 본격적으로 만나고 나니 아쉽기는 합니다.
<심야식당>은 같은 시간에 똑같은 메뉴를 시키는 단골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여러개 이어집니다. 따끈한 밥에 마요네즈와 간장을 뿌려 먹거나, 양파링튀김과 맥주를 먹거나 생선튀김 등 같은 메뉴를 시켜놓고 서로다른 방법으로 먹는 서로다른 두 사람을 등장시키기도 합니다.
한 밤 중에 식당에 찾는 사람들은 조금은 사회에 소외되었거나 흥미를 느끼지 않는 괴짜들이 많은 편인데,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자그마한 가게에 어깨 붙이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무하고나 말도 못붙이는 요즘같은 세상에 멋진 플랫폼이 되었고, 눈가의 칼자국이 묘하게 가게와 닮은 주인장은 거칠고 괴이한 손님들조차도 단골로 온순하게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있어 괜찮습니다.
하루의 마무리 혹은 시작을 함께하는 작은 가게, 그 속에서 우연과 인연이 만들어지는 결코 작지 않은 감동들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이 만화는 평범한 음식점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야'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주변은 흐려지고 보고 싶은 것에만 밝게 비춘 심야의 우리는 '아무도 아니었던' 일상 속의 나를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굴튀김, 계란말이와 계란찜, 라면, 일본식 스파게티와 어제의 카레는 먹어본 듯도 하면서 일본만의 그 손맛이라는 게 있는 것도 같아 특유의 간장내가 코끝을 스치기도 합니다. 괜히 친정엄마가 해주는 푸짐하고 담백한, 호박범벅이 먹고 싶어지는 겨울밤입니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로 소소한 음식으로 개인의 취향을 돌아본다는 점에서 해피투게더의 '야간 매점'은 심야식당의 컨셉을 빌러 만든 것처럼도 보입니다.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저렴하고 간단한 야식꺼리의 기발한 아이디어 요리대결이 더큰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 벗어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허영만의 '식객'과 함께 놓고 같이 읽고 같이 리뷰를 적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각각의 소소한 감상을 적어보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문화기획, 전시기획,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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