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좋알람이 필요할까?

 

 학창시절 천계영의 만화를 안 본 친구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싸구려 종이에 잉크냄새가 물씬 풍기는 두툼하지만 가벼운 월간 만화책을 사면 이런저런 조잡한 상품도 끼워주고 그랬습니다. 그 중에 기억이 남는 것이 그시절 인기 많았던 HOT나 젝스키스를 떠올리는 아이돌비주얼의 만화 브로마이드입니다.

 

천계영의 만화는 그 시절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꿰뚫어보았습니다. 아이돌의 화려한 이미지, 그것을 재생산해내는 그들만의 문화를 파고들어 아이돌이 만들어지는 스토리를 엮어 내놓은 것이 바로 <오디션>입니다. 다재다능하고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이 늘씬하고 화려한 미모를 내세우는 만화라서 소녀팬들의 환심을 산 것도 있지만, 그 속에는 판타지를 실생활에 정교하게 엮어주는 디테일이 있었습니다.

 

비록 종이만화시절의 설레면서 페이지를 넘기던 종이만화가 아니지만, 천계영은 그만의 트렌드 감각을 세워 다시금 <좋아하면 울리는>을 내놓았네요.

 

 

 

 

매력적인 청소년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이전 작품들과 비슷하지만, 주로 모바일을 통해 소비되는 웹툰 장르에서의 스토리는 또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웹툰이 가지는 그만의 특성이라면 종이만화의 강점을 취해야만 할 것 같지만, 실시간 반응이라든지 연출방식이라든지 주 타깃이라든지의 고민거리가 있기에 천계영의 트랜드 감각의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천계영은 주로 모바일을 통해 향유되는 웹툰의 향유자 행동에 가장 근접한 소재를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가능성은 이미 여러해 전 부터 호들갑스럽게 점쳐졌었지만, 요즘처럼 위치기반 및 신체 센서등을 통해 물리적 공간과 교감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심심치 않게 만들어지는 때에 적절한 발상인 셈이죠. 바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있는 지를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 '좋알람'입니다. 리타가 사춘기 소녀라면 아마 이 어플리케이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이라서 그 단점이나 악용사례 등등이 머리를 먼저 채우지만, 두근거리는 짝사랑을 하거나 주변 친구들의 속내가 궁금한 소심한 녀석들에게는 얼마나 편리한 어플리케이션일까요.

 

 

그런 청소년들의 마음을 꼬집으면서 또 실현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을 어플리케이션을 소재로 웹툰을 꾸렸습니다. 이 어플리케이션이 구동하는 구체적인 '규칙'을 내세우면서 캐릭터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고 그들의 미묘한 심경을 '측정'한다는 점에 흥미가 동합니다.

 

다수의 또래 아이들이 모여있는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공부와 입시 외에 사춘기의 그 가슴 설렘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딱 교실 하나만큼의 교실 안에 나를 좋아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는 지 알 수 있다면 어떨까요? 아무도 없다면 절망을 할테고 너무 많다면 귀찮아지겠죠.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의 책상서랍을 뒤적이며 짐짓 눈치를 채던 그 인기를 숫자로 볼 수 있게 되다니, 어림짐작으로나마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니 말입니다.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엄친아와 신데렐라의 로맨스가 주요 스토리지만(물론 이들을 좋아하는 다른 두명의 캐릭터가 있죠.) 이들의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얄궂은 그 '좋알람'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지금 들고 있는 내 핸드폰에 담긴 이 웹툰이 더 설레게 만듭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이라 '좋알람'이라는 어플의 흥미가 어떻게 유지가 될 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초반에 등장한 저 좁다란 골목이 이 웹툰의 쓸쓸함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여 기억에 남습니다. 사연있는 여자아이의 제주도의 그 시린하늘에 대한 이야기나 잘생긴 연예인 출신의 남자아이의 그림자가 저 골목에서 친밀하게 만나곤 했으니까요.

 

실제로 '좋알람'이 나온다면, 그 어플리케이션을 깔아보고 싶은가요? 누군가 썸을 타고 있다면 그와 단둘이 이 알람을 켜두고 싶은가요? 어플리케이션이 가진 여러 옵션이 실제 내 마음을 숨기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오해하게 될수도 있지는 않을까요.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보러 가기 :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joalarm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문화기획, 전시기획, 문화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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