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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행복하게 살기/여행& 맛집

반나절 가족 나들이 경기도편, 지혜의 숲

by feelosophy 2019.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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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가족 나들이 경기도편, 지혜의 숲

아이가 두돌이 지나면서 말이 갑자기 늘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두 세문장을 이어서 말하거나 평소 쓰지 않던 어휘를 쓸 때 깜짝 놀랐다고하시기도 합니다. 어제는 한두번 흘려 들었을 이름을 기억하고는 곧바로 대답하는 걸 보고는 역시 내자식이 최고다라며 고슴도치엄마증세가 스믈스믈 올라오더군요.

한달에 한번은 아이와 서점에 가서 책을 사주고 주구장창 그림책을 읽어주리라는 다짐은 그런대로 지켜지고는 있습니다. 다행히 사온 책은 실증을 내지 않고 자꾸자꾸 읽어달라는 말을 해요. <열두띠 이야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12지 이야기인데, 그래도 동물이 많이 나오고 순서도 나오고 하니까 숫자 이야기도 했다가, 동물 이름 이야기도 했다가 엉뚱하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로 빠졌다가, 고양이가 왜 없는지 물어도 봤다가 하면서 매번 색다르게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도 지난번처럼 집밖으로는 나가야하겠으나 겨울추위를 막을 수 있는 좀 너른 실내 공간을 찾다가 '지혜의 숲'이 당첨되었습니다. 말그대로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 경기도 지역중에 하나로 꼽힌 '지혜의 숲'을 아이가 손으로 콕 찍어 골랐습니다. 파주까지는 주말 차가 막히더라도 적당한 드라이브 거리이기도 하고, 만으로 두살 갓 네살 된 아이가 책을 읽는 것 보다 수많은 책으로 둘러쌓인 새로운 공간을 구경하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채비를 마쳤습니다.

이미 자주 다니는 분들도 있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저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번에 가면 괜찮은 카페에서 갓구운 빵과 라떼를 한잔 하면서 나른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겠다는 꿍꿍이는 꽁꽁 싸맨채 출발! 아이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 외출하는 것이 너무 신나고 자기 뽀로로 가방에 간식이며 음료를 챙기기는 것이 이제는 익숙한가봅니다.

날이 생각보다 추워서 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층고가 높은 지혜의 숲에 도착해보니 너무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자기가 골라놓은 책을 읽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고 남녀노소 그 차이가 천차만별이더군요. 앉을 자리 없이 사람들로 북적여서 오랜 시간 머물지는 못했습니다.

지혜의 숲 나들이 영상(My Lovely Pearl 유투브)

 

어디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들쭉날쭉한 책들이 주욱 꼳힌 곳이 보이길래 다가가니 역시 아이들 그림책, 동화책이더군요. 책 몇권 구경이라도 하라는 셈치고 아이게게 골라보라고 하니 그래도 확인에 찬 몸짓으로 한권을 딱 골라 아빠에게 전달합니다.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아이와 함께 책을 보는 부녀의 모습이 얼마나 대견기특한지 그 기분이 지금도 좀 남아있는것 같아요.

집중력이 10초지만 어찌어찌 한권의 그림책은 모두 보았습니다. 판화를 찍은듯한 그림체에 여러 동물들의 걸음걸이를 흉내내던 아이가 마지막에는 자신의 걸음걸이로 아빠와 함께 처음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였는데, 아이는 뒤뚱거리는 오리와 갈퀴가 멋진 말의 모습을 기억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책을 읽어주는 아빠의 목소리나 주변의 언니오빠들의 모습을 은근슬쩍 신경쓰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안쪽에 커피브랜드가 있가 있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음료와 간식을 곁들이며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우리처럼 가족끼리 오거나 친구, 연인끼리 와서 자기 취향껏 책을 고르고 한두페이지 혹은 심취해서 한권을 통으로 읽어보는 사람들 틈에서 핸드폰이나 텔레비전과 잠시 떨어져 책 냄새좀 맡고 돌아오니 왠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인은 3층에 올라가면 아이들 책 중고 서점이 있다는 정보를 나중에 알려주어서 아무래도 날이 좀 풀리면 또다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속셈대로 근처 베이커리카페에서 크루와상과 스콘에 라떼를 곁들여 시간을 좀 보내고는 돌아왔습니다. 들인 시간이나 비용에 비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시간은 얼마 안되지만, 수많은 책이 꽂혀있는 책장을 지나다니며 책을 읽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자기도 한권의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마음에 들여놓았던 기억은 그래도 어린 아이에게 작은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난 수족관 다녀온 이야기를 요새도 하거든요. 아마 다음주에는 책이 잔뜩 꽂혀있던 이곳을 이야기하겠지요.

 

비로소 소장 장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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