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 시간과 젊음에 대하여
한지민과 남주혁의 아름다운 외모로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눈이 부시다. 그들의 젊음과 해사한 미소는 시청자들에게 일상넘어의 무엇과도 같게 느껴진다. 그런데 한지민이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급속도로 늙어버려 70대의 김혜자가 된다.
비록 겉모습은 세월을 50년을 달려 부모보다 늙어버린 노인이지만, 수수한 옷차림부터 죽마고우와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까지 여전히 스물다섯 꽃다운 젊은 여자다. 극도로 한정된 사람들만이 이 비밀을 알고 있는 탓에, 주눅들고 안으로 안으로 움츠려들만도 하지만 혜자는 마음에 두었던 준하의 방황이나 기어코 살려놓았지만 불행한 아버지의 뒷모습에 손놓고 있을 수많은 없다.
촬영기법이나 소품같은 소소한 연출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할 때 반짝이는 눈망울이나 거침없는 행동들이 연기자 김혜자가 정말 스물다섯 여자의 영혼을 가진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충분하게 한다. 손주벌 젊은 남자배우와의 투샷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그만큼 극에 충분히 빠져버렸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고.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지브리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떠올렸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개인적으로 지브리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소피다. 그에게 빠진 이유는 한순간 늙어버린 자신에 좌절하지 않는 모습때문이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라서 내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고, 노인이 된다는 것은 유한한 인생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과 함께 소위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펼쳐내지 못한 수동적이고 수렴적인 시기라는 암울한 생각에 더 주인공에게 저주로 느껴졌다. 그러나 한 리뷰어가 얘기한대로 소피는 오히려 자기의 인생에 솔직하지 못한 애늙은이였고 노인이 된 이후에라야 비로소 자신의 인생에 정면으로 당당하게 부딪혀 도전하고 사랑을 지키는 눈이부신 젊은이가 되었다.
조금만 힘이 들거나 하기 싫은 일에 이런저런 핑계거리를 찾을 때 나는 스스로가 소피가 되었으면한다. 지금의 껍질뿐인 저주는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고, 혹시 극복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어진 인생이라면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생의 다짐같은 것이 되었다.
<눈이 부시게>에서 혜자도 <하울...>의 소피처럼 세상에 적당히 자신의 깜냥을 알고 움츠려든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마법같이 걸려든 시간의 농간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주변을 비추는 밝은 사람으로 더 씩씩하고 아름다웠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주인공 팀은 혜자처럼 시계가 필요하지도 않고 시간을 되돌리는데 절대등가의 법칙에 의해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처지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더이상 쓰지 않고 평범한 시간을 온전히 살아가기로 한다.
어쩌면 시간을 거슬러 다른 인생을 살아봐야만 자신의 별것없어 보이는 평범한 인생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움이 도드라지는지도 모르겠다. 가족과의 사소한 시간,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 소리, 배부르게 먹고 나른한 저녁 텔레비전을 보는 소파의 시간을 건너뛰고 무슨 행복하고 거창한 인생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바람이라면 드라마의 끝에는 혜자가 자신의 시간으로 잘 돌아가 행복한 일상을 하루하루 꼬박꼬박 살아가기를, 소피가 젊음을 되찾고도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 당찬 모습을 잊지 않은 것 처럼 늙은 혜자의 표용력과 주변을 비추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기를.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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