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예능 브랜드 자산 구축과 활용, 꽃할배에서 알쓸신잡까지
2013년 1월 나영석 피디는 CJ E&M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신서유기>, <신혼일기>,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후 알쓸신잡)>까지 다수 예능을 연출했다. 특히 <꽃보다 할배>는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으로 스핀오프되어 '꽃보다 시리즈'로 자리잡았고, 급기야 중국과 미국에 판권을 판매하기도 하였다.(2017년 국내에 미국판이 방영될 예정이다.)
꽃시리즈에 이어 내놓은 <삼시세끼>는 평범한 농어촌에서 하루 세끼 밥을 지어 먹기 위한 자급자족 관찰예능으로, 유명 관광지의 볼거리나 작위적인 게임같은 예능 요소 없이 시도된 새로운 예능이었다. 뒤이어 선보인 <신서유기>는 KBS에서 연출한 <1박 2일>출신의 출연자들로 구성하여 개그, 게임 등 <1박 2일>에서의 재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사랑받았다. 이후 <신혼일기>, <윤식당>, <알쓸신잡>도 전혀 새로운 인물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여 의미있는 재미를 만들어 관심을 받았다.
<신서유기>외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존에 없던 신선한 기획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공중파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미디어 활용이나 PPL등을 활용하는 등의 제작과 관련한 적극적인 활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나영석표 예능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여러가지 특징을 꼽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비예능인의 지속적 예능출연, 박장대소 대신 미소
나영석 예능의 시작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예능의 주 출연자들이 젊은층이지만 프로그램에는 오히려 평균 나이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들을 출연시키는 파격을 주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온 노년에게 선물같은 배낭여행은 장년층에게 용기를, 청년층에게는 자신의 부모와 할아버이와의 소통을 각성시켰다. 신체적 한계나 음식 취향, 여행지에서의 태도 등 각 할배들의 개성을 붙잡아 고군분투하는 짐꾼 이서진의 모습도 긍정적으로 비쳤다.
이런 기존 예능의 틀을 벗어난 파격은 <삼시세끼>에서 이어진다. 이번에는 이서진의 위치는 상향조정되고 만만한 형, 빙구 동생과 함께 어리숙한 끼니를 만들어 나간다. 그저 산골마을의 볼거리도 신통치 않고 다른 요리예능에서처럼 화려한 요리메뉴가 등장하지 않으나 한끼를 위해 몇시간을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작은 위안을 느꼈다. 방장대소하는 예능이 아닌 고생하며 일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꽃할배>와 <삼시세끼>는 곧이어 <꽃누나>, <꽃청춘>이나 <어촌편>, <바다목장편> 등으로 시리즈로 제작되고 교차되면서 이서진은 나영석예능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이 페르소나는 무심한듯 예능에 소질없을 것 같은 연예인에게서 발견하는 소탈함, 인간미, 친숙함 같은 것이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씨그램', '아이시스8.0', '고티카커피' 등의 음료와 '알래스카 연어', '드림카카오', '베로카'등의 식품처럼 지속적으로 노출된 ppl뿐만 아니라 충전기, 휴대폰, 노트북 등 출연자가 사용하는 상품의 상표를 그대로 노출하거나 상표를 그대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날것의 예능을 선보였다. 해당 출연자가 ppl상품의 광고모델로 발탁되어 콘텐츠와 상품을 강하게 연결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나영석PD가 끌어내는 캐릭터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이후 광고나 타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인물들의 예능 출연을 끌어내는데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해당 캐릭터가 시즌을 지속하면서 성장하고 다른 캐릭터와 관계맺는 모습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었다.
나영석PD가 CJ E&M에서 연출한 프로그램들이다. 2013년의 <꽃보다 할배>부터 2017년 <알쓸신잡>에 이르기까지 일단 시작한 프로그램들은 시리즈 혹은 스핀오프로 지속성을 가지고 갔다.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 두고 그 속의 캐릭터를 구축, 이어 캐릭터를 교체하거나 배경을 바꾸는 방법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기존 시청자를 안정적으로 끌어들였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에 기존의 출연자를 출연시켜 기존 캐릭터의 유지 혹은 전복을 시도한다. 이서진이 페르소나로서 '꽃보다'시리즈에서 최하층이었던 것에 비해 '삼시세끼'에서는 최상위층으로 올라가는 묘미를 시청자들이 찾을 수 있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교차 방영되면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지속시키기도 하였는데, 한 프로그램의 게스트가 다른 프로그램의 시리즈 출연을 하게 되어 이서진과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주었다. <삼시세끼>의 최지우, 윤여정은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과 <윤식당>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손호준은 어촌편에 출연하여 이서진이 출연하지 않는 삼시세끼와의 약한 연결을 떠올리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떠나는 컨셉과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컨셉이 반복되면서 균형을 이루기도 하였다.
인터넷 매체 포맷이 새로운 방송 포맷으로 진화
<꽃할배>와 <삼시세끼>의 성공에 이어 <윤식당>이나 <알쓸신잡>, <신혼일기>도 같은 출발 선상에 있다. 그런데 <신서유기>는 조금 다르다. <신서유기>는 나영석PD가 KBS에서 <1박 2일>을 연출할 때 출연했던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은지원이 인터넷 방송을 통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이미 구축한 캐릭터를 활용하여 <서유기>, <드래곤볼>의 역할과 미션을 연출하였다. 이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을 극대화 시킨 것으로 <꽃할배>나 <알쓸신잡>등과 다른 축을 만들었다. 다수의 캐릭터가 여행지에서 '무엇인가'하는 예능에서 나영석PD의 다재다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그래서 <신서유기>의 활용양상은 조금 다르다. 우선,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시작이 인터넷방송이었으므로 특유의 B급 성향이 기존 <1박2일>에서의 처절한 게임과 잘 맞았던 것도 있다. 이는 인터넷 방송이 주로 모바일을 통해 향유된다는 특징에서 여행지관광, 미션수행, 복불복게임 등의 질점은 인터넷 방송에 맞춤한 10분 내외의 분량으로 만들어진 것과도 관련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인기를 끈 <신서유기>는 마침내 텔레비전 정규편성이 되고 인터넷과 동시에 공개되게 되었다. 기존 분량 여러개를 편집하여 1회분량으로 만들었는데, 짧은 호흡, 암전되는 편집점등이 <신서유기>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이승기의 군입대로 교체된 안재현은 처음 결혼발표를 한 프로그램이 되기도 하였고, 규현과 송민호는 기존 멤버들과 궁합을 잘 맞춰나가면서 <신서유기>의 재기발랄함을 채워나갔다.
나영석 예능 브랜드 활용, 포맷의 융합
예능에 익숙한 캐릭터로 구성되었던 <신서유기>가 안재현, 규현, 송민호의 영입으로 기존 포맷과 같은 비예능인의 신선함을 수혈받은 후, 스펙트럼은 보다 확장되었다. 우선 안재현의 결혼발표와 함께 안재현 구혜선 부부의 <신혼부부>가 시작되었다. 어디론가 정착한다는 점에서 <삼시세끼>와 같지만, 리얼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관찰예능과 맥을 같이한다.
최근 종영한 <강식당>의 인기는 이 글을 쓰도록 부추긴 프로그램이었다. <강식당>은 <신서유기>에서 이수근의 농담에서 시작하였는데, '손님보다 사장이 많이 먹는'것이 컨셉인 강호동의 캐릭터를 딴 <윤식당>의 패러디인 것이다. 같은 연출자의 다른 프로그램을 상상한 것도 재미였지만, 그것이 실현되었다는 점에서 캐이블프로그램의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강식당>은 <윤식당>처럼 관광지에 마련된 작은 레스토랑을 일주일간 꾸린다는 컨셉이었다. 메뉴 선정과 연습, 각 출연자들의 역할분담에 이르기까지 윤식당의 모티브를 그대로 따르는 듯 하였다. 예쁘게 세팅된 식당 인테리어, 로고, 소품들은 <윤식당>의 그것과 비슷하였다. 하지만 자막의 폰트, 자막 뉘앙스, 편집 및 음향효과 등은 <신서유기>의 그것을 가져다 썼다. 시청자들은 <윤식당>이면서 <신서유기>인 새로운 <강식당>을 통해 곧 시작될 <윤식당>의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서유기>가 종영한 지 몇달의 시간이 지났어도 이들 캐릭터가 방영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서유기>가 기존 프로그램 포맷을 활용하 다른 예로 송민호의 손가락이 주요했다. 비로 <신서유기>의 문법은 많지 않았지만, 송민호가 그룹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신서유기>의 소원에 따라 <꽃보다 청춘>을 찍게 된 것이다. 나영석의 예능은 시리즈, 포맷을 캐릭터가 넘나들고 이제는 융합을 통해 생명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알쓸신잡은?
알쓸신잡은 기존 강의 포맷의 예능과 비교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방으로 주제가 뻗어나가는 테이블에 시청자를 앉혀둔다. 어찌보면 쓸데 없을 것 같은 잡학지식은 여행지를 둘러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서 익숙한 국내 여행지를 새롭게 보도록 하였다.
알쓸신잡이 2013년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지금처럼 관심과 사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 시기의 유명인사가 지금과는 다를뿐더러 강의 포맷의 예능이 많이 않았다는 외부적인 조건도 있겠지만 <꽃할배>, <삼시세끼>와 같은 파격과 여러 프로그램이 얼기설기 연결되는 과정에서 이런 사뭇 진지한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더 신선해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더 크다.
한 방송국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그것을 적극활용하여 새로운 시리즈와 포맷을 견인하는 것은 브랜드 자산구축과 활용과 무관하지 않다. 예능에서만큼 나영석 특유의 '여행', '관계', '음악' 등의 대표 아이덴티티를 통한 프로그램들은 따로 또 같이 예능 왕국을 만들어 확장하고 진화해 왔다.
과연 앞으로의 각 프로그램들은 어떤 새로운 시리즈를 내놓을까. 또 어떻게 서로를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인가가 기대된다.
비로소 장효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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