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디오 스타>에는 가수왕 최곤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가 등장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슈룹>의 우산이 부모의 내리사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그에 앞서 <라디오 스타>에는 스타를 받쳐주는 든든한 후원자의 의미로 우산이 등장한 바 있다. 왕년의 스타가 가장 밑바닥에서 스타를 만들어준 사람들과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개과천선(?)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은 항상 스타와 함께하는 매니저들의 제보로 스타들의 진솔한 색다른 면모를 들려주는 인기 프로그램인다. 이영자와 매니저의 먹방이 큰 인기를 끌었고, 초보 매니저와 유명 개그맨 콤비는 스타가 초보 매니저를 챙기는 훈훈한 모습으로 사회 초년생의 풋풋한 열정을 느낄 수 있게도 하였다.
이와 같은 배태랑 매니저 혹은 초보 신입 매니저와 스타와의 끈끈한 관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드라마가 바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다. 프랑스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세련된 등장인물들과 감각적인 화면 구성/전환과 리드미컬한 배경음이 외국드라마 리메이크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도 같다.
배경이 되는 곳은 메쏘드 엔터테인먼트로 대표이사가 휴가지에서 돌연사 하면서 술렁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메쏘드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들은 각자의 개성이 제각각 뚜렷하다. 야심을 굳이 숨기지 않는 메쏘드 엔터 총괄이사 마태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팀장 천제인, 가장 사람 냄새가 나는 인간적인 매니저인 김중돈 팀장, 마태오의 딸로 루키다운 면모를 가진 소현주 신입 매니저, 이외에 가족, 동료, 로맨스 관계 등의 인물 관계에 의한 갈등과 해소가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인 마태오와 천제인이지만 이들은 가장 인간적이라고 여겨지는 김중돈 팀장과 큰 틀에서는 결이 같다. 회사와 매니저 그리고 스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 그것을 통해 인정받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단순히 나만의 이익을 위해 동료 혹은 연예인을 밟고 올라서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연예인의 외모와 나이를 문제삼는 제작사에 상처받는 연예인을 잘 다독일 수 있고, 물과 높은 곳에서의 공포를 초심으로 돌아가 극복하도록 하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매니저는 누군가를 관리하고 케어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서로의 커리어에 한줄한줄 더해나가는 것으로 가족 이상의 관계를 갖기도 한다.
아마도, 이 드라마는 위에서 언급한 영화와 예능을 통해 익히 경험한 매니저의 생활에 대한 환상과 적절한 스토리가 겹쳐 흥미로울 수 있다. 그런데 드라마 속 스타 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연예인을 잇속을 챙기려는 도구쯤으로 보는 것과 같이 대비되게 강조하는 것과 같이 냉혹한 연예계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어린 나이부터 시작하는 아이돌 연예기획사의 경우, 7년의 이른바 노예계약이라 일컫는 장기 계약이 기본쯤으로 알려져있는데다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소리소문없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어른들에게 많은 횡포를 당한 뉴스도 심심치 않았다. 신입연예인은 이미 소속연예기획사에서 힘이 없고 트레이닝이나 경험이 된다는 이유로 필요없는 곳에서 불려다니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그런데 박수홍과 이승기의 소속사와의 갈등과 관련한 뉴스는 다소 충격적이다. 오랜 기간 활동해온 유명 연예인인 두 사람은 누구도 아닌 자기 친형과 자기가 데뷔한 소속사와의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기 때문이다. 박수홍의 친형은 박수홍의 매니징을 하는 업체 대표로 수년간 많은 부를 축적해왔는데 그 축적 과정에서 박수홍의 수익을 정당하게 배분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당연히 친형을 전적으로 믿고 맡기었던 것이 우연한 기회에 석연치 않은 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친 형과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박수홍은 기존 방송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창 관련 뉴스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절 박수홍의 홈쇼핑 방송을 우연히 보았는데 방송 말미에 쇼호스트도 박수홍에게 화이팅을 보내던 장면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이승기도 소속사 대표의 이승기 미래를 좌지우지 한다는 악의적 발언을 포함한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로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앨범활동, 예능,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활동을 높은 인기 가운데 해왔던 그 이기에 당연히 그만큼의 부를 축적했을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흔히, 엔터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들이고도 성공하지 못하는 영화가 있는 한편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의 폭발적 바이럴을 타고 인기를 끄는 인디 콘텐츠도 있다. 연예인은 그러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이거나 콘텐츠를 대변하는 대상으로 많은 찬사와 관심을 가지며 그만큼의 영향력과 부를 획득한다. 반면 그만큼 사생활까지도 공개되는 곤혹을 겪거나 작은 실수에도 큰 비난이 일게 되는 부담감이 있기도 하다.
매니지먼트 회사는 연예인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연예인 개인 생활에 깊게 관여할 수 있으므로 이상적으로는 가족과 같은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리턴이 시작된 검증된 연예인의 매니저는 하이리스크를 넘긴 자신들의 보상심리가 발동할 수 있다.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연예인들과 그들과의 갈등과 사건은 실제와 허구를 넘나들며 결국에는 해결되는데, 지금 당장의 수익이 아닌 오랜 기간 작품으로 남게 될 연예인의 활동을 함께 동행하는 그 초심을 현실의 매니저들이 기억하기를 바란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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