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 레시피 쓰고보니까 지난번 해먹었던 모듬전이 생각나서 짧게 적어보려고 해요. 전집에 가서 사먹는게 가장 맛있기는 한데 집 주변에 없으면 한참을 사러 나가야 하거나 포장해서 오는 동안 다 식어서 아쉬운 경우도 있고 비오는날은 삼십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럴바에요. 직접 만들어먹고 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한번은 조만간 모듬전 한번 해봐야겠다 생각해서 마트에서 다진 돼지 고기를 사왔었습니다. 그래서 한팩 넣고 조물조물해서 오이고추, 깻잎에 넣어 부치고 했더니 의외로 맛이 있더라구요. 

일단 기본이 되는 고기반죽만 만들면 나머지 재료에 따라 이름이 둔갑하는 전이 탄생한다죠. 그냥 동그랗게 굴려서 부치면 동그랑땡, 깻잎에 넣어서 부치면 깻잎전, 고추속에 넣고 부치면 고추전이 되는 식으로요. 손이 좀 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니라서 한번에 다 부쳐서 뜨거울때 바로 먹고 한접시는 냉동시키고 그랬습니다. 

이번에도 막걸리와 함께, 노릇노릇하게 한다는게 조금 탔지만 맛있었어요. 두번째 판은 곱게 나왔는데 사진이 없네요. 

고기반죽은 일단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가요. 동그랑땡에 소고기를 섞기도 한다지만 리타는 질보다는 양이고 합리적이라서... 패쓰합니다.

다진 돼지고기 한팩(300g정도)에 후추가루, 소금으로 밑간을 해둡니다. 두부 반모는 대충 잘라서 소금을 뿌려둡니다. 물기를 좀 빼두는게 좋으니까요. 고기와 두부에게 시간을 좀 주고 리타는 야채를 다집니다. 양파, 당근, 파, 마늘(부추나 버섯도 있으면 넣고) 최선을 다해 작게 다져줍니다. 볼에 고기를 넣고 두부는 물기를 꼭 짜서 넣고 다진 야채를 몽땅 넣어줍니다. 전체적으로 고기가 메인이지만 두부 좋아하면 두부 더 넣어줘도 좋아요. 재료들을 잘 뭉쳐지게 해줄 계란과 부침가루를 넣어줍니다. 부침가루는 1/3컵정도만 넣어줍니다. 넣은듯 안넣은듯하게요. 여기에 간장을 한스푼 넣어주고 요리수도 좀 넣어줍니다. 그럼 준비 끝이에요. 

야채와 두부때문에 반죽이 생각보다 많아요. 동그랑땡 몇개 굴려두고 큼지막한 오이고추 몇개 배갈라서 씨 빼두고 깻잎도 씻어서 물기 털어둡니다. 부침가루 묻히고 고기반죽 넣고 다시 부침가루 묻혀서 계란에 입히면서 바로 프라이팬에 들어가면 모든 공정이 끝이 나요. 

반죽만 준비되면 재료에다 담고 부침옷입히면서 굽는게 다라서 기름냄새만 조금 맡으면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집 프라이팬처럼 넓은게 아닌 일반 프라이팬으로 하다보면 몇개 올리지 않았는데 금새 차서 생각보다 번거로울 수는 있어요. 집에서 해먹는거라 고기도 두툼하게 넣어서 생각보다 잘 안구워질 수 있으니 골고루 잘 익히고 돼지고기다보니 나중에는 전자렌지로 한번 돌려서 먹기도 했어요. 

부침가루에 계란물이 있으니 남은 두부나 애호박도 전으로 부치면 구색이 맞춰진답니다. 여기에 분홍 소세지만 있으면 예전에 낙성대역 근처에서 먹었던 모듬전 그대로인데... 하면서 저녁 푸짐하게 먹었네요. 

그래서 결론은 모듬전은 만만하고 생각보다 돈도 덜 든다는것

고기반죽에는 생각보다 야채가 많이 들어가고 밑간이 중요하다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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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역 4번 출구에서 주욱 걸어나오다 보면 큰 교회 건물이 있습니다. 그 교회를 끼고 돌아서 내려오다 길을 건너 안쪽에 자그마한 막걸리집들이 보입니다. 조금 안쪽에는 '서울전집'이라는 이름도 무심한 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대개 '목포낙지', '포항회집'처럼 특산물이나 사장님의 고향을 이름으로 내세운 가게들은 흔하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서울전집'이라고 하는 건 무언가 색다른 맛이 없는 '평범함'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또한 역발상일런지. 말로 치자면 서울에 전집이 어디 하나 둘이겠어요.

최고로 멋진 행사를 앞 둔 언니와 제 블로그 '먹으러 간'포스팅 대부분의 메이트인 멋쟁이 친구랑 이렇게 셋이서 이 평범한 전집을 찾았습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이 곳의 훈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세련된 편은 아니라서 딱딱 떨어진 듯한 고혹적인 분위기보다는 이런 친숙한 공간이 마음이 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 날은 막걸리는 아니라 가볍게 맥주로 함께했지만,모듬 전의 푸짐한 양에 마음 넉넉하고 부담없는 분위기에다가 뜨끈한 바닥에 편안하게 앉아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좋더군요.




따끈하게 나온 모듬 전입니다. 부추전, 김치전이 베이스(?)로 깔리고,
동그랑땡, 전유어, 꼬치, 호박전, 버섯전, 두부전, 소세지 전 등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추억의 분홍 소세지 전입니다. 어린 아이 팔뚝만한 분홍 소세지는 아마 제 또래들은 추억의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다 가끔씩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면 다른 고기반찬 부럽지 않은 존재감을 갖지 않을까 해요.




먹을 때는 눈 딱 감고 실컷 먹어서 좋은데, 먹고 나면 살찔 걱정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전을 가까이에서.


 

느끼함을 달래줄 아삭한 콩나물과 물김치 그리고 무말랭이 무침!

전은 명절이나 잔치 날에 먹는 음식이라서 그런지 항상 전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들뜨고 넉넉해지는 것 같습니다.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전을 먹다보면 입가가 기름에 번들거립니다. 그래서 마주 앉은 사람의 얼굴이 빙그레해지지요. 그러다 포만감이 점점 전해지면서 기분도 한결 편안해 지는 것 같구요. 여기에 그 정감을 더 하는 분홍 소세지가 있어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아닐까해요. 더 반갑고 그리운 그런 모듬 전의 완성이 아닐까 합니다.


메뉴판을 찍어보았습니다. 모듬 전 외에 단메뉴로도 전을 시켜 먹을 수 있고, 홍어 사시미나 두부김치 등의 메뉴를 보니 정말 잔치집이 생각나더라구요.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손님들과 일하시는 아주머니. 평범한 실내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진지하고 즐거운 특별한 잔치날의 모습입니다.



깔끔하게 담겨 나오는 독일소세지와 치즈. 전집에서 먹었던 분홍 소세지보다 훨씬 예쁘고 탱글탱글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하지만, 추억이라는 재료가 빠져서 인지 이 날은 투박한 분홍 소세지가 더 먹음직스러운 것 같았습니다.

[약도가 포함된 김군님의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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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 이렇게 멋있는데 갔다 오셨군요. 비오는 날 저기 가서 모듬전과 동동주 마시고 싶어요^^;;
  2. 술이 포함이었군요!! ^^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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