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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영화 리뷰

리얼스틸Real Steel_ 아날로그와 휴머니즘

by feelosophy 201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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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트랜스포머를 떠올리며 재미있을거라고 생각했다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갈 겁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면서 지루하고 재미없었다고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왜냐하면 부자지간의 사랑 혹은 꿈을 이루려는 노력과 신념이 자못 감동스럽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언뜻 로봇이 감정을 가지고 도전과 끈기로 승리를 이뤄내는 것 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고도의 인공지능을 가지면서 감정까지 느끼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말이죠. 그래서 관객들이 그 보잘것 없는 구닥다리 로봇이 '또 다른 기적의 로봇이지는 않을까' 하고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리얼 스틸>이라는  이름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로봇을 만드는 소재인 강철Steel이 아니라 그 것이 로봇이게끔 하는 소울Soul을 담은 바로 '리얼Real'입니다. 고철이 아니라 진짜 강철이 된다는 것은 그 것이 '마치 살아있는 인간 같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 '아톰Atom'이라는 이름은 디지털과 가상세계와 맞닿아 있는 '비트bit'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아날로그적 현실 세계를 대표하는 단어임에 또 다른 관심을 갖게 만들었어요.
 주목하셨는 지 모르겠지만, 실제 영화에서도 가까운 미래의 첨단 장비의 모습이 드러날듯 말듯 자연스럽게 등장했습니다. 애써 이전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은 여타 SF영화에서처럼 메탈릭한 디자인으로 세련됨을 부각시키려 들 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골의 카우보이들의 축제에서 처럼 전원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수풀이 무성한 그 곳에서 고철이 될 지경인 로봇을 들고 나가 검은 소와 대결을 하지요. 게임을 보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행동은 지금의 것과 별반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음악에서도 로봇이 등장하지 않는 일상적인 장면에서는 가볍고 따뜻한 컨트리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트럭을 운전하여 밤 길 축제가 한창인 놀이공원을 지날 때도 그렇고, 아들이 로봇과 함께 춤을 추거나 교감을 나누는 장면에서도 그랬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신나게 때리고 부수는 로봇 복싱 대결에서는 일렉트로닉 기타의 굉음이 신나게 울려퍼뜨리면서 헐리웃 상업영화라는 지문은 남겨 두었죠.(저도 서로 다른 디자인의 번쩍번쩍한 로봇들이 나와서 사람이 낼 수 없는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며 싸우는 장면이 참으로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전원적인 풍경(눈길을 잠시 끄는 휴대폰이나 pc등을 제외하면)으로 그 다지 미래인지도 모를만큼 우리의 바로 지금을 비추고 있습니다. 아마 흘깃 본다면 <리얼스틸>인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인지 모를 지경이었지요.


그런데 이것이 <리얼스틸>의 가장 큰 강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현란한 CG충만한 화면이나 귀청을 울리는 음악들로 꽉 채워진 <트랜스포머>에 정신을 놓았던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리얼 스틸>은 그 보다 한차원 위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바로 비슷한 비주얼의 로봇이 등장하면서도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지요. 마치 <바이오센테니얼>이나 <아이로봇>에서 지켜보았던 것처럼, 미래 언젠가는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을만한 인간과 꼭 닮은 로봇을 다시 만났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혼자 남겨진 Atom이 거울을 응시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더군요.


 


휴 잭맨의 캐스팅은 이러한 휴머니즘과 리얼리티 혹은 아날로그를 더 증폭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그의 다부진 체격은 복서라는 주인공을 사실감 넘치게 만족시켜 줍니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감독으로 하여금 이 영화에 그를 꼭 출연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X맨>에서의 울버린 캐릭터에서 보여지는 그의 휴머니즘 넘치는 이미지를 애써 외면하는 관객은 많지 않을테니까요. 


휴 잭맨이 연기하는 울버린은 사실 <X맨>에서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강력한 캐릭터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정신적인 리더로 자리하게 되지요. 아마도 그것은 우월적 존재인 돌연변이들에게서도 인간적인 감성을 찾으려는 우리, 보통의 인간들이 만들어 낸 영화이기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본다면 마찬가지로 <리얼스틸>에서 때리고 부수기만하는 비싼 장난감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인간적이고 역경을 이겨내는 정서를 전달하여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리얼스틸>은 <트랜스포머>보다 더 세련된 CG로 실제 로봇을 창조해 내었습니다. 단지 깨고 부수는, 인간이 배제된 강력한 두 집단의 끝없는 싸움을 그저 '시끄럽게' 지켜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아들을 위해 난생 처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몸짓을 펼치는 남자의 변화 스토리를 최고로 상업적이라고 할 만한 로봇의 싸움에 녹여 낸것은 천재적이라고 하겠습니다.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바이스및 기술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도 그러한 발전에 익숙해지면서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가 하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드나들고 생명과 로봇의 경계를 넘다드는 와중이라서 더욱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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