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프랑스 SF만화
냉전시대 갑작스런 기온 강하로 혹독한 추위가 닥친 지구를 배경으로 난방과 식량자급이 가능한 설국 열차만이 유일한 생존처가 되는 설정을 갖고 있다. 정치인과 유명 인사가 탑승한 객차는 술과 마약까지 난무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객차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아우성치는 독특한 사회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설국열차'안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육류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생명체로부터 고기를 잘라내고, 식용 쥐를 기르고, 채소를 재배하는 칸도 마련되어 있다.
기차는 계속 달려야만 한다. 달려서 나오는 열로 추위를 이길수 있다는 설정이다. 밖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백색의 황량함만이 있을 뿐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인간들의 본성이 드러나고 이기심과 폭력들이 난무하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얼마전 본 영화 <2012>에서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한 사람들만이 탑승할 수 있는 거대한 배를 볼 수 있었다. 열사람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방에 혼자서 온갖 사치스러운 물품이 구비된 그러한 공간이다. 가진자들은 생존가치도 높아지는 것일까.
<설국열차>에서도 계급에 따른 경계가 존재한다. 온갖 사치품을 휘감고 예술품을 수집하고 값비싼 음식들을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는 이들이 있지만 반대로 꼬리칸에는 창문도 없이 움직일 공간조차 없으며 기약없는 굶주림에 분노한 이들이 있다. 과연 그들은 어떠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을까.
<설국열차>1편은 참 암울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온갖 열차안의 풍경을 좇아 정신을 놓다보니 결국 꼬리칸에서 맨 앞칸까지 도착한 주인공이 남아있을 뿐이었고, 주인공조차 행복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인류는 방탕하게 현실을 잊기 위한 가진자들과 미래없는 암흑속을 희망없이 보내는 자들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기차를 움직이는 기계실에서의 소통해야만 움직인다는 기계를 돌보는 이로서 끝을 맺는다.
비록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나지만 조금 지나 결국에는 나에게 어떤 긴 여운을 남기고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느껴졌다. 꼬리칸에서 주저앉아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뚫고 다른 세상으로 계속 전진하였던 주인공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조심스러웠으나 마지막에는 자신과 교감을 나눈 여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변화를 만들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은 그가 비록 행복해지지 않았다 한들 그의 시도로서 여한은 남지 않음을 행운이라 어떤 의미의 행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봉준호 감독은 좀 더 확장된 주제를 다루기를 원한 듯 하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 보면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마을에서의 소시민의 갈등을 다루었고 <살인의 추억>에서는 경찰과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으며 <괴물>에서는 국가를 넘어서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였갖지 않은 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의 시점에서 영화를 풀어가는 그의 영화들은 <마더>에서는 장애인과 엄마의 지나친 모성으로 그의 영화의 개성을 표현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조금씩 대한민국을 떠올리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주제로 점점 확장되어 나가는 그의 작품 행보에 이번 <설국열차>의 선택은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환경과 종말에 대한 이슈와 들어맞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 그의 인터뷰에서 <2012>와 같이 세기말을 다룬 영화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종말이라고 하는 순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설국열차는 1편과 2,3편이 분리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1편에서 주인공의 꼬리칸에서 기계실까지 이어지는 설국열차 내부의 종단을 통해 계급과 현실에 대한 비판, 그리고 기차 내부의 여러가지 볼거리를 통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면 2,3편은 좀 더 거대한 제2설국열차가 등장하고 비행기가 등장하고 탐험대가 되어 기차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현실의 방탕함에 젖어 죽을날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의 작은 줄기를 좇아 변화를 시도하려는 인간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점 - 선 - 면 - 공간으로 확장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2,3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흥미거리로서 1편이 상황과 내부의 설명을 충실히 해준 후 라서 2,3편이 눈에 들어온 것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아들린의 귀걸이를 점으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은 목적없는 질주와 희망없는 나날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식품생산이 늘어나고 바깥날씨도 조금은 올라가서 훈련된 사람들이라면 바깥출입이 가능해진 세상은 변화와 희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은폐는 <1984>나 <브이 포 벤데타>를 연상하게 하듯 시민들을 위협하고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다.
성장한 주인공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윗계급으로의 직선의 이동이 일어나게 된다.
바깥 탐험을 통해 직선이 아닌 면을 만들어 내고 기차의 방향을 수정하는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인물로 주인공의 공간적 차원을 확장해 가며 자신의 의지를 억압하려 들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조망하고 설국열차의 진로를 수정하게 하는 그는 이미 공간의 차원에 있었다.
기차 내부에서 이야기 하지 않고
점점 앞으로 옆으로 그리고 위로 이동하여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주인공은
봉준호가 이야기 하려는 종말의 순간에 인간의 본성으로 생각해야 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1편의 주인공이 소시민 또는 그 보다 하층민으로서 어쩔수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 2,3편의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대로 변화를 시도하려는 무모함도 서슴치 않는다.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선택하기 앞서 이들의 삶과 나를 비추어 본다면 어디에 속할지가 더욱 궁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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