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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

5년 만에 지갑을 바꿨습니다.

by feelosophy 201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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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손 때가 묻고 이런 저런 것들이 가득 들어차서 뚱뚱해진 빨간 지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빨간 지갑은 돈이 많이 들어 온다고 해서 여자들이 많이 사용하기도 하지요. 저는 손에 쥐었을 때 푹신하고 감기는 맛이 좋은 가죽 지갑을 좋아한답니다. 그런데 이 지갑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아졌나 봅니다. 자꾸 다른 지갑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거든요.

동생이 결혼을 하고 신혼 여행에 올랐다가 큰 맘 먹고 좋은 지갑을 선물로 준 게 있기는 합니다. 명품 브랜드라서 그런지 디자인과 색상이 그럴 듯합니다. 그런데 꺼내서 이리저리 뜯어 보고는 다시 상자에 넣어 둡니다. 아마도 그 지갑을 넣고 다닐 가방이 지갑보다 싼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쏙 드는 지갑을 만나버렸습니다.(지난 주말 찾았던 파티의 셀러존에서)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그 동안의 반지갑 생활에서 벗어나 좀 널찍한 장지갑을 바라던 참에 딱! 하고 만나버린 걸까요. 



마음에 쏙 드는 장지갑입니다. 빨간 담요에 올려놓고 찍으니 조금은 과한 느낌이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게 두드러지는 색감은 아니랍니다. 가죽공예 작가님이 디자인부터 하나하나 조각하고 염색하고 한 땀 한 땀 꿰매는 과정까지 5 단계에 걸쳐 꼬박 1 주일을 고생하며 만든 자식 같은 작품이라고 해요. 제가 살 때에도 물 조심하고 잘 아껴서 써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 지갑에 더 애착이 느껴져요. 사랑받은 누군가를 책임지게 된 새신랑의 느낌이랄까.




자세히 보시면 나뭇 잎의 잎맥 하나 하나 조각을 한 것을 볼 수 있어요. 두 가지 색이 섞여 주황색이 되어 번진 듯 한 부분도 마음에 들고요. 아마 시간이 지나서 손 때가 묻고 세월이 묻으면 붉은 기운이 더 올라와서 아주 자연스러워진다고 하는데, 어떻게 멋스럽게 변할지 그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내부는 오렌지 색이에요~ 안 쪽에 널찍한 지퍼공간이 있어서 동전을 가득 넣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갑 모양이 상할까봐 그득하던 동전도 지금은 많이 줄여놓았답니다. 그리고 똑딱이 버튼이 두 개가 안정감 있게 자리하고 있는데요. 하나만 있는 지갑보다는 충동구매를 좀 막아주려나요~


카드 수납 공간인데 앞에 6개 저쪽에 두 개 해서 총 8개를 꽂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 것 저 것 포인트 카드까지 하니 두개 겹쳐서 넣은 곳도 있어요. 그러면 늘어나서 나중에도 계속 여러 개를 끼워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바깥면 전체를 찍어봤어요. 다 피지 않은 꽃 봉오리며 줄기가 이어져 잎사귀들이 겹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시를 두드러지지 않게 표현한 것도 보여요.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전체 나뭇 잎이 몇 개인지 세어 봐야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처럼, 물건과도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마음에 들어하고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각자의 취향에 따라 어느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다른 누구에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갖고 싶은 그 것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오랜 기간 동안 제가 즐겁고 행복하게 때로는 홧김에 돈을 쓰던 저의 추억이 고스란히 베인 빨간 지갑은 이제 화장대 서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 지갑을 사주었던 사람도, 그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혼비백산 했을 때에도, 바닥에 처음 떨어뜨려서 마음 아팠던 적도 깨끗하게 손질하려고 클리너로 정성스레 닦아주던 때도 모두 생각이 납니다. 카드며 동전이며 쓸데 없는 영수증까지 꽉꽉 품고 있느라 축 늘어진 지갑은 이제 편히 쉬게 되었답니다. 그 추억들도 아마 이제는 조금은 멀어지겠죠. 
 
대신 새로운 추억들을 담을 지갑이 있습니다. 앞으로 즐겁게 걸을 때 손에 자랑스레 들려서 어디든 멋진 소비를 함께 할테니 그 미래가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그러면서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리타에게 생길 것만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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