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공유 혹은 감성이라는 말이 2000년대 초부터 우리의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듯 하지만 요즘은 또다시 20세기의 화두였던 똑똑함이 대세가 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스마트'한 OO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봄부터 스마트폰 부터 스마트 TV에 이르기까지 스마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서는 기기들이 우리주변에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시금 똑똑한 것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계산기가 발명되고 인터넷이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었다지만 그 파급효과는 세탁기의 발명만큼은 아니라는 장하준씨의 글을 본다면 지금 우리 주변의 스마트라는 말을 둘러싼 이 커다란 물결도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바라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컴퓨터나 인터넷이 엄청난 것 같고 우리 생활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것 같지만, 물을 길어 나르고 손으로 일일이 부벼 때를 지우는 일상의 노동을 하지 않도록 한 세탁기의 발명만큼 대단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대단하다는 것은 인간에게 노동을 벗어나 진선미와 같은 메슬로가 말한 욕구의 더 높은 단계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말로 스마트한 기기들은 단지 내가 덜 스마트해져도 무언가 창조적이고 즐거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함이지 혹은 내가 정말 스마트해지고 싶은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일을 효율적으로 해주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지 내가 그것들을 일일이 따라갈만큼 똑똑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똑똑한 것일까요?
우리는 스마트한 기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내 시간을 더 만들어서
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건 아닐까요?
얼마전 우체국에 소포를 한 20를 부쳐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고 시간 맞춰서 택배직원이 가지고 가서 포장까지 해주는 서비스가 있었음에도 이런저런 일때문에 직접 우체국에 가서 포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미리 주소와 수량 및 보내야 하는 물품의 종류까지도 체크를 해두었음에도 마지막에 수량이 맞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포장을 뜯고 일일이 확인하는 데 같이 수고하게 된 분들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것들을 모두 정리해 두었던 문서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이런 수고로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그 문서를 동기화시켜두었고 그것을 쉽게 꺼내 확인하면서 확실하게 포장했다면 이렇게 진땀빼는 일이 없었겠죠. 그리고 수고롭게 전화해서 사무실의 동료에게 일일이 그 자료의 폴더 위치를 찾도록 하고 메일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테구요. 솔직히 그전에 내 마음 속에서 실수를 만들어 내고 이렇게 미흡하게 준비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는 것이 속상한 일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저까지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이러한 물결이 계속될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기기하나의 보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손이나 발이 하나씩 더 생겨나듯이 그것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새로운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들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셀수 없을 정도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이 없던 시절 단 1,2년 전의 소위 IT선봉에 있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일일이 손에 컴퓨터 한대씩 들고 긴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그렇게 많았을까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편리한 세상에서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정말로 편리하게 다양한 정보에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더욱 많은 편리와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구나 싶기도 해서 자못 무서운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 속도를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해서요.
어쨌거나, 저는 스마트한 기기들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으나 그 틀에 얽매여 그것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중요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여 더욱 늘어난 공간과 시간의 자유를 얼마나 값지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그것을 통해 소통과 공유를 이루어 낸다는 web 2.0을 가로질러 이제 2.1 혹은 3.0으로 가는 중이고, 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면서 소셜의 세계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다 큰 어른들이 한뼘짜리 기기들에 눈을 떼지 못하는 광경이 언제쯤이면 익숙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멋진 시간을 위해 혹은 나의 창의력에 훨훨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정말 똑똑한 도구로서 딱 그렇게만 스마트 기기들이 자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다수의 사람들이 아무말도 없이 작은 화면에 침침한 눈을 비비면서 시선을 고정하고 엉거주춤 한 모습은 보기에도 썩 멋지지만은 않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스마트 기기라는 사실을.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스마트가 아니라 스마트위의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너무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스마트해보고자 엉거주춤하는 스스로에게 경고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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