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타가 비로소라는 회사를 차리고 대표라고 불리게 되면서 리더십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리더십이라고는 어릴 적 아버지께서 사주셨던 책에서 보았던 섀클턴의 리더십이나 큰 기업가의 경험담을 담은 리더십과 같이 극한의 상황이나 철저하게 경쟁위주인 시점에서 발하게 되는 리더십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우리는 소소한 일로 어깨를 늘어뜨리고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상사와의 관계에서 그가 생각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자그마한 회사를 경영하는 위치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은 직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지, 기술이나 영업에만 몰두하는 것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듯한 것을 채우고 싶은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고민은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들여다보는 인문학을 통해 풀어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스스로의 능력 계발과 교감이라는 인문적인 양식을 통해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은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고 그 공간을 채워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화를 통해 우리 역사 속의 리더들이 주목받고 큰 일을 이루어 내는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를 통하여 그러한 생각을 나눌 자리를 기획하였고
글을 쓰신 고운기 교수님을 모시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서울의 한 음식점의 모임에서 만나뵌 고운기 교수님
대학원 시절, 강의실에서보다 연구실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좋은 말씀 주셨던 기억이 지금도 감사합니다. 그 때 마셨던 차 한잔이 어찌나 따뜻하던지요.
이번 간담회에는 현암사의 서현미 편집장님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비로소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기획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며, 특히 고운기 교수님의 '삼국유사 스토리텔링'시리즈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맡아오신 인연으로 만나뵙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나온 4권의 시리즈 책을 3세트를 현암사에서 협찬해주셨습니다.
'삼국유사 스토리텔링'시리즈에서는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 이 외에도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삼국유사 글쓰기 감각>, <삼국유사 길위에서 만나다>과 같이 다양한 인문학 주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는 본받을 리더십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리더십이 있는데 삼국유사에서 추려낸 11개의 리더십 중에 두 개가 바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자전거/삽질 리더십입니다.
" 건국신화로 읽는 리더십이지만 너무 무겁게 나가지 않으려 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는 말을 가지고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겠다. 물지게 리더십, 물레방아 리더십 같은 말은 그렇게 나왔다. 민속의 도움을 받은 바리데기 리더십이나, 기독교의 성서에서 힌트를 얻은 모퉁잇돌 리더십도 있다. 집토끼 리더십과 보따리 리더십은 마케팅에서 쓰는 속담을 원용했다."
-<신화 리더십을 말하다> 중 책머리에서
이렇게 친근하면서도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찰력이 깃든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9개의 리더십 중에 주몽의 물지게 리더십을 중심으로 간단한 강연을 하시고 나머지 시간은 올곧이 이날 참여해주신 분들과의 대담으로 이뤄졌습니다.
제대를 몇일 앞두고 휴가에 맞춰 자리한 예비 예비역, 한 업체의 대표님, 회사원, 대학원생과 대학생 등 다양한 분들이 자리하였습니다. 각자 나름의 리더십을 그리며 자리한 분들답게 함께한 시간 내내 진지한 분위기였습니다.
물지게 리더십은 균형감각을 중시하고 이는 리더가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서 중심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책에서도 소개되었지만, 물길이 닿지 않던 달동네 꼭대기까지 물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나르던 물지게꾼의 능숙함과 양쪽 물통을 흘리지 않고 옮겨내는 균형감각에 대한 일화는 주몽의 리더십을 잘 드러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이끌어 나가야 하는 조직의 성격이나 구성원의 성향에 따라 리더는 그만의 개성을 조정하면서 '모두가 성과로 생각할만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을 지휘해야 할 것입니다.
삼국유사가 삼국사기와 비교되는 것 중에 하나가 권력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것일텐데요. 그래서 그런지 평범한 우리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이날 자리한 분들과 나누었던 이야기에도 상관과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혹은 앞으로 리더의 자리에서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방법에 대한 것들이 나왔답니다. 고운기 교수님은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좋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어쩌면 현실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었죠. 정서적으로 힘든 때에는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죠. 상관을 많이 의식하는 선배가 막무가내로 힘들게 할 경우에는 혼자 앓지 않고 그 선배가 어려워 하는 분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넓은 시야를 가지고 노력해보라는 말씀이나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추기 힘들 것 같다면 자신의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미리 그 자리에서의 의사결정을 생각해두는 것도 방법이 되겠습니다.
샌드위치, 간단한 음료와 함께 한 간담회는 친한 사람끼리 어울리는 그런 자리처럼 편안하고 유쾌하기까지 했어요.
'삼국유사 스토리텔링' 시리즈는 삼국유사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주제별로 엮어 나가는 고운기 선생님의 일생의 저작이 될겁니다. 삼국유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대할 수 있게 하면서도 '지금 여기'의 통찰을 함께 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혜를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고운기 교수님 특유의 질박하면서도 실감나는 표현들을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먼 길까지 와주신 고운기 교수님과 자리하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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