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외계 생명체에 대한 꽤 많은 상상이 있어왔습니다. 이티ET도 그랬고 트랜스포머도 그렇고 맨인블랙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들처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지구에 수많은 외계인들이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퍼시픽림'은 외계의 미지생명체들로부터 지구가 침략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고래나 공룡보다 더 강력한 외계 생명체들로부터 속수무책으로 공격을 받아오다가 다행히 예전 인기만화 속 로보트들 처럼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거대로보트를 개발하여 대항한다는 이야기죠. 어릴 적부터 많이 봐와서 그런지 이런 내용이 익숙합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야 만들어 낼 수 있는 로보트를 몇 십대를 만들어 내고 그를 조종하는 조종사들은 마치 공군처럼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 스케일이나 그 움직임도 멋있고 그를 조종하는 이들의 신체도 건장합니다. 게다가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나위가 없습니다.
첨단과학 소재,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기술의 영화가 이야기 하는 아날로그
분명 첨단과학과 아날로그는 상대적인 단어는 아닙니다. 그리고 기계와 아날로그도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날로그의 상대개념은 디지털입니다. digit은 손가락을 어원으로 하는 분절(分絶)되어 정보를 신호화하거나 복제하기 용이합니다. 그 분절정도를 얼마나 잘게 쪼갤 수 있느냐가 가장 아날로그 즉, 진실 혹은 사실에 근접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구요.
아날로그는 그래서 자연적인 혹은 진실이나 감성 혹은 딱 떨어질 수 없는 복잡미묘한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기계나 첨단기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죠. 더 나아가 첨단과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감성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것보다는 객관적인 수치와 계산으로 이루어진 상대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퍼시픽림에서는 이 첨단과학과 기계라는 것이 아날로그라는 감성과 맞물려 그것이 다른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욱 그 아날로그의 힘을 증폭시켜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로봇이 거대외계생명체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으면 조종사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고통과 상처가 생긴다는 설정은 조종사간의 교감뿐아니라 조종사와 로봇사이의 교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두 사람의 조종사가 과거 기억까지도 흘려보내며 상대방을 믿고 그 의식 속에서 교감해야 좌뇌와 우뇌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거대한 로보트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은 생명을 소중히 한 '아바타'에서 익룡과의 교감과 교접을 떠올리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참 불완전한 존재이며 나약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인정합니다. 하지만 날 때부터 걷거나 뛰어 다니지 못할지라도 호기심과 사랑 혹은 신념이라는 독특한 마법을 지니고 태어났기에, 많은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합니다. 제 몸을 희생하면서 다른 이들을 구해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발전시켜나가고 다른 부분을 이해하고 감싸안으며 보완할 줄 아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생존무기입니다.
그래서 제아무리 강력하고 엄청난 적이 나타난다 할지라도 영광스럽게 죽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인간은 스스로에게 격려와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입니다. 지구에 와서 자기들끼리 치고싸우는 고급외계생명체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트랜스포머'보다는 사람의 감성이 결국 기계로까지 전이되어 감정을 느낀다는 '리얼스틸'에 안도하게 되는 것은 너무 찌질한 생각일까요.
퍼시픽림은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 블럭버스트이면서도 근육하나 없고 성격도 까칠한 과학자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는 섬세함이 있습니다. 스타일이나 애국 혹은 지구방위대라는 단순한 주제를 가진 그저그런 영화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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