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혼자 살아남지 않아서 다행이야.
리타는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청소년 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기에 그 안에는 소설 책도 적었고 그 속에서 판타지 소설이 있었다면 한두 권이겠죠.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고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같은 영화를 보면서 판타지 소설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해리포터>를 주제로 논문까지 쓰기는 했지만, 판타지 소설은 아직도 낯설고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허구라도 어느정도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선호하는 취향때문인지 판타지에는 자꾸 '허구'를 잊기가 쉽지 않아요.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지금의 시대상이 투영되었다거나 주인공 캐릭터의 모습에서 영화 속 갈등과 그 해결과정에 스스로를 대입하여 카타르시스를 얻는다는 등의 이야기를 생각해본다면 도저히 그런 상황이 우리주변에 벌어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같은 상황이 되고본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그 사이를 오가는 혼미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고 정말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도덕적 헤이가 만연합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고 비난하는 사람들만 있는 세상에 대한 허무가 영화 속에서도 냉소를 머금고 여럿 작품이 나오고 있어요.
그 중에 최근 본 <헝거게임>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순 판타지영화가 아니라 지금의 미디어, 사회, 청소년과 우리의 사고방식에 대한 다양한 반성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헝거게임> 1편 <판엠의 불꽃>은 12개의 구역에서 선발된 남여 전사들의 살육게임을 다룹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절대로 자신들의 삶 속에 꼼짝말고 묶여있기를, 차별에 순응하기를 위한 겁주기용 이벤트입니다. 이유없이 서로를 죽여야 하는 이들에게는 광기가 드러나기도 하고 그들을 보는 이들은 자신들과는 별개의 볼거리로 인식하고 즐기려는 듯 유쾌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유일하게 그들의 운명을 안타깝게 여기는 디자이너 외에 캐피털 사람들은 너무도 비정상적입니다.
그렇지만 그 비정상적인 대중이 우리가 아니었나 반성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에 너무도 손 놓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결국 살아남은 주인공 캣니스는 파트너 피타의 생명까지도 구하면서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여기에서 다시 시작하려합니다. 그 동안 억매여 있던 사람들을 바로 바라보고, 그들에게서 휘파람을 불게 하며 희망을 만들어 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행입니다. 혼자만 살아남지 않아서.
요즘들어 세상에 대한 시각이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하는 실수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나 봉사활동같이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도 우리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페이스북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추모의 의미를 담은 이미지로 바꾸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기억하고 그것을 다음에는 일어나지 않도록 각자의 삶에서 바로 잡아 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많이했어요. 그러면서 일기장이나 다이어리에 기록을 해두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작은 실천을 하기에 너무 편리해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세월호'관련된 생각을 <헝거게임>을 빗대어 블로그에 처음으로 올려보려고 합니다. 조용하게 내 일을 꿋꿋하게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더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단호한 목소리를 더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리타가 20년 동안 살았던 안산의, 한 고등학교 어린 학생들과 제주로의 부푼 여행을 하던 평범한 우리 국민들의 희생이 전 국민을 울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자연 재해가 아닌 배의 결함이나 위급상황 대처와 구조활동 등에서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이 생깁니다.
우리나라 입시 교육에 힘들어 하는 금지옥엽같은 아이들이 더 귀하게 여겨지고 각자의 일터에서 땀을 흘리는 모두가 조금 더 직업의식을 길러야 하고, 미디어는 주목을 얻기 위한 마구잡이의 프레임이 아니라 주목이 필요한 지점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힘있는 정부라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고 기본을 지키도록 단호하고 꾸준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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