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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문화 브랜드 리뷰/영화 리뷰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The Lincorn Lawyer, 왜 하필 링컨차를 탔을까?

by feelosophy 2011.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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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차를 타는 변호사>The Lincorn Lawyer, 왜 하필 링컨차를 탔을까?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저는 제목만 듣고는 정치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핑계를 대자면, 캐네디 대통령 암살과 관련한 영화도 이미 몇몇 있어왔고, 번듯한 남자 둘이 나와서 심각한 표정인 것으로 봐서 16대 대통령 링컨과 관련한 그런 이야기일로만 알았습니다. 포스터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목에는 '링컨'하고 '변호사'만 큼지막하게 써있기도 합니다. 사실 원제가 <The Lincorn Lawyer> 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제가 착각을 했더군요. 이런걸로 소위 낚였다고 해야 하나요? 혼자서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설마 저만 그런 건 아닐꺼란 생각도 듭니다.


원래 영화는 예고편을 보거나 미리부터 어떤 걸 보겠다고 벼르다가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은 어째 예고편도 챙겨보지 않았지 뭐에요. 단지 주변 지인들이 재미있다는 추천에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포스터 이미지와 제목만 가지고 제 멋대로 그런 생각이 들었었나 봅니다. 게다가 페라리나 포르쉐 혹은 현대같은 자동차가 아니라 링컨차라고 하니.

하지만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게다가 원작까지도 유명하다고 하니 요기까지만 말씀드립니다.(스포일러라기엔 너무 뭉텅뭉텅하지만.) 순진한 척하는 사악한 의뢰인과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고 더러운 돈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가 한판 대결을 벌이지요. 정말 거짓말의 'ㄱ'조차 모를 것 같은 라이언 플립, '꾼'이라는 소리 들을만한 매력적인 미소의 매튜 맥커너히라는 두 배우의 캐스팅도 주요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배우가 각자 캐릭터를 단지 외모만으로도 아주 잘 표현해주었거든요.

소설이 원작이어서 그런지, 이야기는 헐리웃 영화의 그 흔한 3막 구조보다는 베베 꼬여서 좀 끝내줬으면 하는 순간까지도 긴장감을 놓치 못하게 했습니다. 대개의 헐리웃 영화의 경우라면, 두 주인공이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조우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1구성점을 지나고, 주인공과 적대자 혹은 조력자 각자의 가치관이나 갈등이 뒤엉켜 폭발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어 결국 대접전이 일어나면서 2구성점을 지나, 마침내 갈등이 자의든 타의든 해소가 되어 결말을 맞는다는 그런 구조죠. 여기에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인공과 적대자의 공간을 대립적으로 표현하는 등 시청각적 장치를 마련해 두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설을 읽을 때는, 그러한 단순한 3막 구조에 맛깔을 더하는 잔물결같은 n막구조의 이야기가 끼어드는 느낌입니다. 어차피 소설은 읽는 사람 마음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으면 돌려보기도 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작가가 의도한 바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으므로, 영화만큼 이야기 전달에 친절하지 않아도 그 층위를 오락가락하며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좀 더 이야기가 풍부해지고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겠죠.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도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군요. 그래서 영화에서는 그려지지 않았지만, 더 많은 갈등과 관계가 등장하고 그래서 더욱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도 했답니다. 흠. 영화를 보니 소설이 궁금해지기도 하는군요.

사실, 그동안 많은 반전 영화를 대해오면서 의뢰인이 사실은 범인일꺼라는 예상은 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와 그 어머니의 개인사가 그들을 어글리하게 만들어 놓았다는 일말의 개연성을 가지고 있구요. 이러한 점들이 무지막지하게 피튀기며 살인을 저지르는 그런 호러영화와는 완전하게 구분을 지어놓기도 하지요. 결국 이미 관객이 쉽게 예상하는 바를 보여주는 척 하면서 캐릭터들의 개인사와 가치관들이 뒤엉켜 또다른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링컨차'일까요?


페라리나 포르쉐 혹은 BMW나 아우디같은 꽤 알만한 자동차를 두고 왜 하필 '링컨'인가말입니다.
저는 주인공이 주구장창 타고 다니는 그 네모반듯한 링컨 자동차가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소설보다 영화를 매력있게 만드는 주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에서 링컨차를 글자로<ㄹ ㅣ ㅇ ㅋ ㅓ ㄴ ㅊ ㅏ>로 표현하고 생김새를 묘사하면서 그 상징성을 드러낼 때, 영화에서는 단지 변호사가 링컨차를 타고 내리는 모습만을 아주 세련되게 무심한 척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거든요.

링컨은 미국인의 존경받는 대통령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생김새는 날렵함이나 안전 혹은 드라이빙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자동차 브랜드가 내세우는 것은 '중후함', '품격있음'인 것입니다. 주인공인 미키는 교활한 수법을 쓰면서 범죄자들을 돕는 쪽에 서있습니다. 그가 사는 집은 그리 훌륭하지 않고, 부인과는 이혼을 했습니다. 어찌보면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는 아주 상반되는 삶을 살아가는 미키에게 링컨차는 마지막 '양심'이나 찾고싶은 '신념'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비록 마약쟁이를 도울지언정, 정 반대로 
죽어도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넣고 싶지 않다는,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그런 신념말이죠.

그래서 맥커너히가 자동차를 타고 내리는 그 모습이 그리도 섹시하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비뚤어지고 규칙을 어기는 것이 과연 저 멀리서 봤을 때 그렇게 잘못된 것일까요? 오히려 지그재그 걸어나간다해도 어디로 가고 있는 지 그 방향에 대한 확신이나 신념이 있다면, 결국 제자리를 찾고 그게 옳은 것이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요. 

두 주인공의 긴장감 넘치는 두뇌게임이 스토리에 관객을 끌어 들였다면, 집으로 돌아온 관객에게 링컨차를 타는 주인공의 모습은 삶 속에서 무언가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신념을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각자의 링컨차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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