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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AF2011] 체브라시카, 평등함의 미학

by feelosophy 201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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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5회를 맞은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와 영화의 중간쯤에서 만화의 장점과 영화의 장점을 두루 섭렵한 멋진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물리적 실재하는 공간에서 표현할 수 없는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것들까지 경쾌하고 명료하게 표현해내는 '한방'이 있죠.

명동 CGV 입구

안내책자와 티켓

애니메이션은 <체브라시카>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체브라시카인데 원작인 러시아 말로 꽈당하고 넘어지는 쯤의 뜻이 담긴 뜻이라고 합니다. 처음 따뜻한 어느 나라에서 온 오렌지 박스에서 발견될때 자꾸 넘어지곤 했거든요. 체브라시카는 코알라와 곰의 중간쯤 되는 귀여운 동물이었습니다.

가운데 체브라시카와 악어 제나


체브라시카>는 총 세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편은 체브라시카가 친구를 만나는 과정, 2편은 마샤가 서커스에 들어가서 연기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 3편은 마술사 할아버지의 손녀딸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과정입니다. 이 세 이야기는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주변과 관계를 확장시켜 나가면서 감동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체브라시카>를 보면서 처음 놀랐던 대사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동물들이 사람처럼 옷을 입고 말을 하고 그 포식관계와는 상관없이 친구가 되기도 하는 것을 못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들만이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 안에서 악어가 신문을 보고 시계를 보고 그러다가 퇴근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악어로 일한다니요. ^^

악어와 강아지, 고양이와 사자는 독립된 하나의 인격체로 등장합니다. 다만 유일한 적대자로 등장하는 샤포크리악 할머니의 애완 쥐만이 그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는 정도입니다.

전화박스가 집이어도 상관없고, 친구의 집을 청소해 주고, 친구가 없는 이들을 위한 집을 진심을 다해 만들어 내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순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았던 것이 1편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2편에서는 자아실현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이루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다하여 마침내 꿈을 이루어 내는 과정을 담은 것입니다. 1편에서 만들어 졌던 그 우정이라는 관계가 이 자아실현을 돕는 밑거름이 되었죠. 그 결과 마샤라는 소녀는 멋진 줄타기 공연을 할 수 있는 실력있는 곡예사가 되었구요. 그리고 3편에서는 뫼비우스띠가 한바퀴를 돌아 나와 다시 처음지점과 만나듯, 넓고 큰 세상이란는 공간에서 처음과 끝 혹은 앞과 뒷면으로 함께 마주하는 인연을 이야기 했습니다.

늙은 마술사가 어릴 적 잃은 손녀를 찾아 다니는 이야기였는데요. 이 이야기는 흡사 <일루셔니스트>에 등장하는 늙은 마법사의 쓸쓸한 이야기와도 닮아있습니다. 늙은 마술사가 기차를 타고 정처없이 떠나고 그의 손에 들린 어린 손녀의 사진, 그리고 여인이 되어가는 소녀의 등장 등. 다만 <체브라시카>에서는 서커스와 마술이 아직도 환영을 받고 즐거움을 주는 멋진 일들이지만, <일루셔니스트>에게는 한물간 쓸쓸하고 퇴색하는 일거리들로 표현되었지요.

<체브라시카>에서는 누구나 꿈이 있고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 돕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것들이 모두 그 목적한 바를 이루어 주지요. 그림체나 주인공의 외모들을 비추어 볼 때, 다소 어린 연령층을 위한 애니메이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세상은 그렇지 않은 일도 많단다...'라고 <일루셔니스트>스럽게 이야기 하지 않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그 속에서는 악어는 나른하고 기운빠진 우리속에 갇힌 모습이 아니라 단지 '악어로' 일하고 있을 뿐이고, 퇴근 후에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또 서커스에서는 사자가 다른 사자를 조련하고 또다른 사자는 관중석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지요. 문득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인종들이 여기저기 섞여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 비추어 볼 때, 이 재미있는 풍경은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도 같다는 생각도 스칩니다.

서커스에서 멋진 곡예를 펼치고, 사람들에게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마법을 선보이는 것.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은 서커스와 마술을 때 지난 유행으로 밀쳐내지 않고 반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소 안타까웠던 것은, 샤포크리악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것입니다. 검고 타이트한 투피스를 입고 은색 손지갑을 들고 다니는 괴팍한 샤포크리악은 1편에서 체브라시카의 친구맺음에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뮤지컬스러운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드에게 불평불만을 내보이지요. 그런데 그 것은 어쩌면, 게나와 체브라시카의 친구찾기와 같은 노래였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몰라준 것 뿐이지요. 그래서 자꾸 여기저기 심통을 부린거였죠. 사실 1편 마지막에는 샤포크리악이 잘못을 인정하고 친구로 화해를 요청하면서 끝맺었었는뎅. 2편에서는 형편없는 주변인물로, 3편에서도 그 비중은 조금 늘었지만, 그 개성을 드러내주지 않았어요. 너무 평면적으론 나쁜편이 된 것입니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 만들어 나갈 재능이 충분한 할머니인데 말이지요. ^^

아이들이 신나게 보고 즐겁게 웃고, 게다가 체브라시카의 더빙을 <위대한 탄생>에서 예쁜 목소리로 노래 불렀던 김정은양이라고 하니 더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 캐릭터인형도 많이 탐이 나더군요. 오랜만에 귀엽고 밝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니 한 열 살쯤은 더 순수해진 것 같습니다. ^^

체브라시카
Cheburashka

Director: 나카무라 마코토 Makoto NAKAMURA
Producer: Takeshi OIKAWA
Script: Makoto NAKAMURA
Art Ditrection: Leonid SHVARTSMAN
Camera: YANG jongpyo
Music: Viadimir SHAINSKY
Production: FRONTIER WORKS INC.
Distribution: Dong-A Export Co. LTD

'제나는 동물원에서 악어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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