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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미술관 '2024 경기작가 집중조명 김은숙 민성홍 전시' 관람, 작가의 스토리와 소통이 있는 좋은 전시 추천

by feelosophy 202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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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은 따갑고 습도는 여전히 높은데 그늘은 마땅히 없어서 에어컨에 기댈 수밖에.

학교 방학에 학원까지 방학이 되니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아이와 무작정 나왔다. 그렇다고 갈만한 곳이 없다. 그래도 찾아갈 만만한 곳은 바로 공공장소다. 그제는 저녁 동네 체육 운동장 공원트랙을 세바키돌고 왔는데 오늘은 야외 활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도서관은 어제 다녀왔다. 그렇다면 오늘은 미술관이다.

 

경기도 미술관은 언제나 좋은 전시가 열리고 관련한 이벤트도 종종 열린다. 운이 좋다면 아이에게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경기작가 집중조명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다른 전시는 준비중이다. 

아이가 평소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고 해도 본격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얌전히 감상하기에는 아직 어린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이는 미술관에 간다고 하니 주섬주섬 가방에 노트와 연필을 챙기는 것이 대견스럽기는 하였다.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작가를 조명하는 경기작가 집중조명은 올해로 3번째를 맞았다고 한다. 올해는 2024 경기작가집중조명<김은숙, 민성홍>이다. 미술계의 독창적 창작활동 지속하는 경기도 지역성 발현의 중진작가의 작업세계를 구현한다는 취지의 전시라고 한다. 

 

 

2층 입구를 들어서면 아이에게 설치 미술품 등 작품을 만지지 말라고 조용하게 주의를 주신다. 아이는 다소곳하게 대답을 하였지만 부산히 돌아다니는 탓에 작품을 한참 보다가도 온 신경이 아이를 향했다. 

 

이 전시를 보게 된다면 먼저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인터뷰와 작품을 위한 다양한 스케치업, 재료, 구상을 담은 아카이브를 먼저 둘러보면 좋겠다. 나도 전체를 둘러보다가 아이와 함께 어둑한 아카이브 공간으로 들어가서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그들이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와 과정이 생생하게 머리에 새겨졌다. 특히 김은숙 작가는 세월호 사건이 있은 2014년이 작가로서 큰 변곡점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소통에 대한 시도를 확장하게 되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소통'을 이야기한다.

특히 불확실성에 대한 관심을 기호, 신호를 활용하여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시도가 신선했다. 그의 전시 제목인<부정이 아닌 시치미, 긍정이 아닌 너스레>(2014)를 듣고는 이 작가는 그림으로 문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풀어내는 방식 역시 기호화된 이미지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그의 언어적 감각이 더 깊이 와닿았던 것 같다.

 


'국제해군기류(international maritime signal flags)는 26개 알파벳을 나타내며 해상의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이 이미지를 조합하여 기존 경구를 새롭게 표현하거나 조합하는 작업은 그저 스치면서 마주하게 되면 몬드리안의 추상적인 그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구체적이면서 명료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방식으로 소통을 갈망하는 듯하다. 

 

 

 

'FROM' 국제해군기류의 모양을 대조하여 가장 첫 그림을 해석한 것이 FROM이다. 

암호체계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그것을 이미지로 조합하는 작업 자체는 간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디지털화 하였을 경우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 이 작품들을 모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자와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소설가나 시인이 되지 않은 것 처럼, 김은숙 작가는 세계와의 소통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남다른 언어적 능력을 구체적인 이미지와 구성으로 창조하고 있다.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남다름이 진짜가 아닐까.  

 

 

위 사진의 아래 보이는 작품은 '잠수함 속 토끼와 탄광 속 카나리아'다 평면의 작품을 오르막 경사의 공간으로 연출하여 왼편 벽에 두개 오른편 벽에 한개를 붙여 두었다. 

위쪽 벽면의 작품은 '제니 홀저의 11개의 경구들'이라는 작품이다. 제니홀저의 <경구들>에서 발췌한 문구를 이미지화한 것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돌다리에 새겨져있다고 한다. 이미지의 평면이 벽면에 붙어 있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지고 설치 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한 편에는 민성홍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민성홍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설치 미술이 인상적이다.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태, 환경,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새들은 환경과 먹이에 따라 부리의 모양이 달라진다. 재개발 되어 버려진 공간에 남은 사물들은 그것을 사용한 사람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았기에 그것들을 재구성 하는 것은 그 환경 속에서의 시간과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과도 같다. 

 

 

아이는 노트를 꺼내들고 작가 소개에 그려진 작품을 드러낸 이미지를 따라 그렸다. 복고풍의 공간에 걸려있을 것 같은 샹들리에, 드림캐쳐 혹은 주술적인 의미가 담긴 어떤 기계장치같은 설치물은 층층이 구슬이나 원판, 가느다란 줄과 와이어로 운율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가도 슬쩍 슬쩍 흔들리는 와중에 새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듯 하다. 

 

 

작가들의 레퍼런스 도서와 사전연구 자료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이 전시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위 사진의 저 안쪽 모니터에는 '써큘레이터'(2023)다. 흑백의 싱글채널 비디오로 좌우 대칭의 구조물의 움직임이 반복된다. 

 

정면의 벽면에는 프린트된  '스킨레이어'가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  '순환하는 신체'는 기존에는 오브제에 바퀴를 달았던것에 비하여 천장에 설치되어 있다. 순환하는 힘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고 멈추고를 반복하는 것을 나타내었다. 연결된 작품들은 나와 타인, 나와 집단, 나와 사회의 관계를 생각하도록 한다고 설명한다. 

'순환하는 신체'의 회전하는 이미지는 뒤편의 '스킨 레이어'로 짝지어 찾을 수 있다. 

 

 

 

작품위에 앉을 수 있다는 문구를 보고 아이더러 앉아보라고 하였다. 카페트 아래에는 매트리스 스프링 같은 것이 있어서 쿠션감이 있었다. 아이는 슬쩍 드러누워보기도 하였다. 

 

쨍한 날씨에 유난히 빛나던 바깥쪽 풍경

 

 

2024 경기작가집중조명 <김은숙, 민성홍> 전시는 7월 11일부터 9월 22일까지 경기도미술관 전시실 3.4에서 전시된다. 

또 작가와의 대화시간도 마련되어 있는데 김은숙 작가와의 대화는 지난 7월 14일로 지나갔지만,

민성홍 작가와의 만남이 2024년 8월 10일(토) 14:00-15:30으로 예정되어 있다. 

신청 링크 -> 경기도미술관 <작가와의 대화: 민성홍> - https://gmoma.ggcf.kr/edus/280

 

<작가와의 대화: 민성홍>

경기도미술관에서는 2024 경기작가집중조명 《김은숙, 민성홍》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민성홍 작가와의 만남을 마련하였다.

gmoma.ggcf.kr

 

우연히 좋은 전시를 만날 수 있어서 의미있는 하루가 되었다. 

더불어 아이가 나름의 방식으로 전시를  찬찬히 찾아 보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그만큼 아이의 성장이 느껴져서 새롭기까지 하였다. 

 

비로소 소장 장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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