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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니 다이어리'빨간 우산 타고 멀리 날아볼까

by feelosophy 2015.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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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니 다이어리'빨간 우산 타고 멀리 날아볼까

 

 오랜만에 영화를 봅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첨단 기술을 뽐내는 영화는 잠시 미뤄두고 좀 더 영화스러운 그런 영화가 보고 싶어집니다. 이를테면 평범한 사물 하나를 큰 의미를 가진 것인냥 자꾸만 클로즈업하고 나름의 의미를 자꾸 고민하게 만들거나 장면의 전환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지)지 않아 스토리를 부수어 보게 되는 그런 영화말입니다. 그런 중 선택한 영화가 바로 '내니 다이어리'입니다.

 

 

 

 

 여자들이라면 고민해보았음직한 내용을 담았다는 어느 리뷰글을 보고나니 일정부분은 그런 것도 같지만, 리타가 본 내니의 다이어리는 여자가 아닌 모든 일반 청년의 것이었습니다. 유모(내니)일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발음이 비슷한 이름(애니)덕이었지만, 내니의 다이어리는 자아 찾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제목에도 내세운 유모는 특히 여자들의 다이어리라는 생각은 조금 멀리 간 느낌이 듭니다. 물론 브리짓존스가 쓴 일기처럼 노처녀의 허심탄외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개인의 느낌을 촤락 펼치는 다이어리라고 할 만한 것은 부족합니다. 일기라기보다는 일정이나 기록이라는 편이 나을 정도니까요.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표현하는 장면이 더 인상적입니다. 오히려 내니의 다이어리는 구직활동을 위한 자아 찾기 단계에서 마주한 사회의 초상이며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지 모르는 자신을 조급한 심정으로 상상해 보는 일종의 기도문입니다.

 

 

 

 청년들이 흔히 가지게 되는,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막 사회로 들어서는 때에 가지는 당혹스러움이 이 영화의 시작입니다. 리타는 앞 문장의 주어를 '여자들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청년들'은 대학에서부터 사회생활을 위한 갖은 준비를 시작하기는 하지만 대개는 그 내용은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는 사회라는 '지옥'에 비해 따뜻하고 밝고 부드러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이름을 주어로 소개하라는 지점이 애니가 자아를 각성하는 지점이며, 경영학을 전공하였지만 인류학을 부전공한 자기를 되돌아볼 순간이 됩니다. 면접을 보다말고 뛰쳐나가는 그 모습 뒤로 스스로의 얼굴이 투영되지 않은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리타는 OO이다'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도록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표면적으로 영화의 내용은 다소 진부합니다. 우선 백인, 교육을 잘 받은 미혼의 여성으로 가장 상급의 유모스펙을 갖춘 애니의 좌충우돌 유모 적응기입니다.  부모의 사랑에 목말라하는 어린아이와 교감하더니 우연의 연속으로 맺어지는 왕자님과의 로맨스 그리고 억지 해피엔딩까지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마치 다양한 것을 즐기고 마무리까지 배불리 할 수 있는 '회전초밥집' 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기억하고자 하는 이유는 아마 빨간 우산 때문일 것입니다. 시골출신의 평범한 햇병아리가 대도시의 큰 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우뚝 선 건물의 로고가 바로 빨간 우산입니다. 그 우산은 비와 우박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쓰였을테지만 토토로의 그것처럼 주인공 애니에게는 낙하산이거나 비행선이 되는 것이 바로 빨간 우산입니다. 이 우산을 타고 훨훨 날아 올라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지를 천천히 관망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론 숨가쁘게 지금이 내 인생의 전부인냥 살아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노력하고 그 노력이 후회없다면 실패도 그렇게 아프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리타입니다. 하지만, 그 조금 더 빨리 내가 누구인지, 내 이름을 내세워 당당하게 나를 표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찬찬히 살아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니가 된 애니의 다이어리를 엿보며 리타가 다시 다짐하게 된 또 한 가지 입니다.

 

 

 

 

이제 곧 졸업식 시즌이 다가옵니다. 수많은 애니들이 졸업장을 들고 사회로 나오게 되겠네요. 그들에게 기운 바짝 차릴 수 있는 빨간 우산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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