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들뢰즈와 미디어, 최영송
들뢰즈는 뉴미디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넘지 않으면 안되는 산인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책마다 등장하는 그의 이름을 그냥 넘기기가 어려워, 우선은 "들뢰즈와 미디어"라는 콤팩트한 단행본을 발견하였습니다.
문득 리좀, 단절, 비소통 등의 용어가 떠오르는데요. 미디어를 연구하는 신문방송학과의 교수인 최영송교수님의 들뢰즈의 이론과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엮어 설명하는 부분은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더 깊이있는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조금 두툼한 책을 차근차근 읽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들뢰즈의 비소통 개념은(전달과 공유라는 주류모델)에 대한 비 판적 대안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미디어의 패권이 신문과 방송으로부터 인터넷과 SNS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미디어 현상을 해명할 수 있는 이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들뢰즈의 '비소통'개념은 뉴미디어 현상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제기하면서 도발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평가입니다. (p.1)
들뢰즈가 말하는 소통은 이성적 개념의 전달이나 공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감응적 사건의 발생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들뢰즈의 커뮤니케이션은 "비소통" 즉, 소통되지 않는 부분들의 접속을 의미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전달 패려다임을 넘어선다는 뜻에서 '비소통'입니다. (p.2)
1인 미디어의 등장은 우리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 본질에 대해 다시 숙고하도록 만들었고, 들뢰즈의 '비소통'개념 또한 그 가운데 하나로 제시됩니다. SNS혁명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는 단순히 효율성이나 유용성으로만 축소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음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p.5)
21세기는 전염이라는 프레임으로 세계를 봅니다. 전염학적 전회를 가져온 가장 강력한 발명은 '전염성 미디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 마셜 매클루언에 따르면, 인류는 새로 주어진 생태적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자신으로부터 전달함으로써 확장하는 새롤운 미디어를 발명하게 됩니다. '인간은 말하자면 기계 세계의 생식기로서 언제나 새로운 형태들을 수태하고 진화시키는' 숙주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McLuhan, 1964/ 2002, p.89) (p.10)
"무엇을 말하든 행하든 생각하든 간에 사회 생활에 일단 들어가면, 우리는 매순간 다른 사람을 모방한다"(가브리엘 타르드 Tarde, 1898 / 2013. p.34) 바이러스처럼, 개인은 이미 전염하면서 전염되는 '전염성 미디어'라는 것입니다. 타르드의 모방이론은 커뮤니케이션학과 관련해 확산이론, 밈이론,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 등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p.12)
들뢰즈에게 모든 것은 기계입니다. 모든 것은 다른 것과 맺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존재는 접속을 욕망하는 기계라는 것이죠. (p.19)
이어서 들뢰즈는 "모든 기계 속에 흩어져 있는 작은 기계들과 모든 유기체속에 널려 있는 작은 구성체들 사이에 벌어지는 상호침투, 즉 직접적 커뮤니케이션(즉 재매개)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들뢰즈의 용어를 정리해보자면,
들뢰즈의 '종합'은 미디어들의 소통 순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연접'은 미디어들이 재매개하는 방식을,
'이접'은 한 미디어가 왜 어떤 미디어는 포함하고 어떤 미디어는 배제하는 지를 다룬다.
'통접'은 연접과 이접의 결과를 다룬다.
입니다.
들뢰즈의 뉴미디어와 관련한 가장 인상적인 용어는 바로 리좀입니다.
리좀(rhizome)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현대의 매끄러운 네트워크를 가리킵니다. 수목형(트리)의 권위적 네트워크 방식에 비해 리좀형 네트워크는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대의 접속 능력을 갖게 됩니다. 매끄러운 리좀적 네트워크는 n-1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통해 수목형 네트워크를 리좀적으로 바꾸어 가게 됩니다. (p.33) 그런 의미에서 리좀은 하이퍼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웹페이지 처럼 클릭 한번으로 모든 페이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35) 덧붙이자면, "리좀은 ... 그 다양체로부터는 언제나 하나가 빠집니다(n-1). 그러한 다양체는 자신의 차원들을 바꿀때마다 본성이 변하고 변신하게 됩니다.(Deleuze&Guattari 1980/ 2001, p.47)(p.39)
이러한 들뢰즈의 이론은 뉴미디어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좋을 뿐더러 뉴미디어가 경계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선, 판옵티콘(패놉티콘)과 관련한 것인데, 통제사회는 훈육사회의 '패놉티콘'으로 진화한 사회입니다. 패놉티콘은 뉴ㅣ디어에 적용한 수커리 잰슨에 따르면, 각국의 위성들이 국제적 넽워크를 완성함에 다라, 전자 패놉티콘이 전세계를 자신의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죠. ... 통제사회에서는 모두가 네트워크에 등록될 수 밖에 없고, 등록되는 그 순간부터 권력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p.44)
현대의 불통의 원인은 소통의 부족이 아니라 과잉이라고 진단합니다. 우리는 솥오을 통해 통제당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죠. GPS에 의해 우리의 이동경로를 남기고 PFID를 통해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우리 스마트폰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가 모이면 모일수록 우리의 미래에 대한 것까지 예상가능하게 합니다. 이미 곳곳의 CCTV는 우리가 하는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죠. 이러하다보니, 외부의 강제 없이도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서 자발적 복종을 확산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p.47)
들뢰즈는 두개의 미디어가 만나 탈영토화 할 때 새로운 미디어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두 미디어는 각각의 수많은 특성들 중에 하나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만들고 그것들이 블록을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것이죠. 이것을 수식으로 a+b=a'+b'+[ab]입니다. 마치 수학에서 배열을 풀어 낼 때 보았던 것같기도 하고 합집합을 구할 때 보았던 것과도 비슷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단절에서 비롯되며 차이를 만들어 내는 차이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논리는 꽤 시간이 지난 지금, 여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문화기획자 리타의 feelos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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